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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실제 주인공인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가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19일 박영수 특검 사무실을 방문했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실제 주인공인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가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19일 박영수 특검 사무실을 방문했다.
ⓒ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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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을 꼭 구속시켜달라고 특검에 다녀왔습니다. 아 꽃처럼 예쁜 우리 유미는 삼성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죽었습니다. 그런데 삼성은 사과, 보상, 치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미 같은 사람이 300명이 넘습니다. 특검은 이재용을 꼭 구속시켜주세요. 죄지은 자를 꼭 구속 처벌해주세요."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실제 주인공인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19일, 박영수 특검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재용을 처벌해 주십시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특검 사무실을 방문한 황상기씨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 삼거리에 앞에서 열린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규탄 및 영장 재청구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 14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 중 또 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삼성전자와 이재용 부회장의 책임론이 다시 불거지기도 했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측은 지난 16일,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근무했던 김기철씨가 14일 오전 4시 48분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고 밝힌 바 있다. 1985년생인 김기철씨는 3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삼성반도체·LCD 노동자로는 79번째, 백혈병 환자로는 32번째 사망자로 알려졌다.

19일 하루, 온 나라가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현실 앞에서 개탄해야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부장판사(51, 사법연수원 24기)가 이날 새벽 영장을 기각하면서다. 18시간 동안에 걸친 검토 끝에 조 부장판사가 영장을 기각한 주요 이유는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여론이 들끓었다. 그에 앞서 가장 '깊은 유감'을 드러낸 것은 박영수 특검팀이었다. 이날 오전 언론 브리핑에 나선 이규철 특검보는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 기각은 매우 유감"이라는 굵고 짧은 한마디를 남기며 유감을 표시했다. 누리꾼들 역시 과거 조의연 부장판사가 신동빈 롯데 회장, 박동훈 폭스바겐 전 사장, 존 리 전 옥시 대표 등에 대해 구속 영장을 기각한 전례를 부각시키며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사례임을 분명히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맡은 특별검사팀의 이규철 대변인이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검사무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 처분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 대변인은 "법원의 기각 결정은 매우 유감이지만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특검 대변인 '앵그리버드 눈썹'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맡은 특별검사팀의 이규철 대변인이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검사무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 처분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 대변인은 "법원의 기각 결정은 매우 유감이지만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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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3당을 비롯해 정치권과 대권주자들, 법조계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19일 오후 "삼성공화국 인정해준 법원, 국민 염원 외면한 것"이란 제목의 공식 브리핑을 냈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재벌에 포로가 된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라며 "강자의 횡포를 억제하고 약자를 보호해야 할 국가가 강자와 한 편이 되었습니다. 삼성공화국과 재벌체제 해체 없이 촛불민심이 원하는 '적폐청산 공정국가'는 요원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당과 정의당 역시 공식 논평과 최고의원 발언 등을 통해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비판의 한목소리를 냈다. 반면 법원의 결정에 환영의 목소리를 낸 용기 있는 정치인도 존재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말이다. 그는 "여기가 아직 나라구나"라며 19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환영의 글을 올렸다.

"축! 이재용 영장 기각. 특검이 영장 보면 기절한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다. 일은 그렇게 입으로 하는 게 아니다. 폭언, 밤샘조사, 수사권 일탈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질 건가? 여기가 아직 나라구나 느끼게 해준 담당법관에 경의를 표한다."

특검 팀의 '깊은 유감', 그리고 '유전무죄 무전유죄' 향한 국민적 분노

430억원대 뇌물공여와 횡령·위증 등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의왕시 서울구치소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430억원대 뇌물공여와 횡령·위증 등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의왕시 서울구치소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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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국민들이 집단 '멘붕'에 빠져 있는 사이, 황상기씨와 같이 박영수 특검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비록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남은 특검 기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 뇌물죄 관련 수사와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는 물론, 이재용 부회장에 구속영장 재청구 등에 관해 수사력을 집중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특검, 기죽지 말아야 한다. 갈 길이 멀다. 이재용 수사를 보강하여 영장을 재청구하거나, 또는 이번에 신청하지 않았던 사장단 급 인사들에 대한 영장 청구를 고려해야 한다. '두목'을 격리시키지 못하면, '부두목'급들을 격리시켜야 진실 은폐를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삼성 외의 사건에 대한 수사도 더욱 가열차게 해나가야 한다."

19일 오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국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조국 교수는 "권력범죄, 기업범죄, 조직범죄에서 수장의 구속 여부는 통상의 개별적 범죄를 범한 개인의 구속 여부와 달리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학문적 입장"이라는 의견을 피력한 뒤, 특검팀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나 사장단 급 인사들에 대한 영장 청구를 주문하고 나섰다.

참여연대 역시 이날 오후 '조의연 판사의 구속영장 기각에 깊은 유감'이라는 논평을 내고 "이재용 부회장이 아닌 경우에도 이러한 판단이 내려졌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특검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오직 국민을 믿고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사이의 뇌물수수를 철저하게 수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간의 거래는 경영권 승계의 전체 과정을 전제로 그 구체적인 연관성을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 구속영장의 기각은 이재용 부회장의 무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일가에게 자금지원을 했다는 또 다른 정황과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특검은 이번 영장 기각에 흔들리지 말고 이재용 부회장의 전체적인 승계 구도를 면밀히 재검토하여 그 구도 속에서 뇌물죄 수사의 방향을 재점검하고 계속 앞으로 나가야 한다. 그것이 국민들이 특검에 기대하는 떳떳한 행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박영수 특검팀을 향한 응원, 촛불민심 재점화 할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검사무실 앞에서 시민들이 특검 수사가 위축돼서는 안 된다며 격려 메시지를 붙이고 있다.
▲ '특검 수사 위축되면 안 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검사무실 앞에서 시민들이 특검 수사가 위축돼서는 안 된다며 격려 메시지를 붙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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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부 언론이 "박영수 특검, 휘청하나"와 같은 우려 섞인 보도를 내보내고 있는 가운데, 누리꾼들과 SNS 사용자들은 '#박영수특검힘내라'와 같은 해시태그 달기 운동을 전개하며 특검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이러한 해시태그 운동은 지난해 가을 JTBC의 태블릿PC 보도와 박근혜 대통령의 1차 대국민사과 이전 '#그런데최순실은'이란 제목의 해시태그로 여론을 환기시킨 바 있다.

이와 관련, '#그런데최순실은'이란 해시태그를 처음 제안했던 CBS노컷뉴스 권영철 기자는 19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영수특검힘내라! 이런 해시태그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특검에게는 국민의 응원이 힘입니다"라는 글이 적힌 사진을 첨부했다. 직후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권 기자의 글을 공유했고,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이러한 '#박영수특검힘내라', '#특검힘내라', '#특검이국민희망'과 같이 특검을 응원하는 해시태그와 게시물들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을 기각한 법원과 조 부장판사에 대한 비판만큼이나 다음달 28일까지 예정된 특검팀을 향한 응원 역시 정비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특검팀을 향한 관심은 광화문광장의 촛불집회로까지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법원의 영장 기각 소식과 함께 "촛불을 법원으로" 같은 의견들이 SNS 상에서 제기되고 있다. "조의연 부장판사가 촛불민심에 기름을 부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최근 추위 등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든 촛불집회 참가 인원이 증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오는 21일 "내려와 박근혜, 바꾸자 헬조선" 13차 범국민행동을 준비 중인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측은 19일 오후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돈이 실력임을 입증한 사법부"라는 성명을 내고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재용을 비롯해 정몽구, 신동빈, 최태원 등 재벌총수들은 "돈이 실력"인 세상, 통칭 "헬조선"을 만든 주범이다. 법원이 국민의 분노를 외면하겠다면, 우리는 광장에 모여 범죄집단 재벌총수 구속처벌을 더욱 강력히 촉구할 것이다. 다가오는 21일 13차 범국민행동에서 '내려와 박근혜, 바꾸자 헬조선'을 외치며, 법원이 무너뜨린 정의를 바로세울 것이다."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발표한 "차기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가치가 무엇입니까"라는 여론조사 결과, "정의"라는 답변이 34.9%로 압도적인 우위를 나타냈다고 한다. 국민 3명 중 1명이 차기대선 이후 "부정에 대한 공정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답변한 것이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박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은 물론 재벌개혁과 사법개혁, 언론개혁에 대한 요구가 드높아지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이번 법원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이러한 사회개혁의 목소리와 '정의', 그리고 부정에 대한 '무전유죄, 유전무죄' 없는 처벌을 원하는 국민들의 열망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에 대한 국민들의 응원 역시 19일 이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영수 특검팀이 분발해야 할 이유가 이렇게 명징하다.


태그:#이재용,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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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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