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약속> 티저 포스터. tbs가 오늘(19일) 편성하여 방송한다.

<또 하나의 약속> 티저 포스터. tbs가 오늘(19일) 편성하여 방송한다. ⓒ (주)오에이엘


"(편성이)굉장히 시의적절하네요. tbs 대표님이 이 사안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진행자 김어준은 19일 오전 '시민의 방송' tbs TV의 편성 소식을 알리며 이런 촌평을 전했다. 마침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는 소식이 새벽부터 톱뉴스를 장식하던 시간이었다.

tbs TV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19일 오후 9시 30분,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방영한다. 지난 2014년 2월 개봉한 <또 하나의 약속>은 삼성반도체 입사 후 백혈병 진단을 받고 사망한 고 황유미씨와 고인의 아버지 황상기씨의 법정 투쟁을 그린 실화 소재 영화다. tbs TV는 유튜브 공식 채널과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도 동시 실시간 방영에 나선다.

김태윤 감독이 연출하고 박철민, 윤유선, 박혁권 등이 출연한 <또 하나의 약속>은 개봉 당시 5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영국 가디언지 등 외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또 삼성 백혈병 문제를 환기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또 하나의 약속>은 외압 논란이 불거지면서 멀티플렉스 상영관 축소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기도 했다.

더 없이 시의 적절한 <또 하나의 약속>의 tbs 방영

<또 하나의약속> 고 황유미씨 아버지, 롯데시네마앞 항의시위 19일 오후 서울 영동포 롯데시네마앞에서 또하나의가족제작위원회, 개인투자자모임, 반올임,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참여연대, 민변 회원들이 롯데시네마를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로 공정위에 신고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롯데시네마가 삼성반도체 노동자의 실화를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 대해 상영관 등 배정에서 불이익, 단체관람 예매 및 대관 거절, 광고거절 등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했다. 삼성반도체 입사 후 백혈병 진단을 받고 사망한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롯데시네마앞에서 항의 피켓을 들고 있다.

▲ 고 황유미씨 아버지, 롯데시네마 앞 항의시위 2014년 2월 19일 오후 서울 영동포 롯데시네마앞에서 또하나의가족제작위원회, 개인투자자모임, 반올임,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참여연대, 민변 회원들이 롯데시네마를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로 공정위에 신고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롯데시네마가 삼성반도체 노동자의 실화를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 대해 상영관 등 배정에서 불이익, 단체관람 예매 및 대관 거절, 광고거절 등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했다. 삼성반도체 입사 후 백혈병 진단을 받고 사망한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롯데시네마앞에서 항의 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당시 또 하나의 가족 제작위원회, 개인투자자 모임, 반올림,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참여연대, 민변 등의 단체들이 롯데시네마의 상영관 축소에 대한 불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및 규탄에 나섰다. 이들 단체는 롯데시네마가 <또 하나의 약속>의 상영관 배정 등 불이익, 단체관람 예매 및 대관 거절, 광고거절 등으로 불이익을 줬다는 이유로 공정위에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 행위로 신고하기도 했다.

소재 자체가 민감한 사안이었던 만큼 삼성 측의 남다른 언론플레이도 입길에 올랐다. 당시 <뉴데일리 경제> 편집국장 겸 대표이사가 삼성 측 한 간부에게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이 발단이었다. 이 언론인이 삼성 미래전략실 간부에게 자사에서 <또 하나의 약속> 기사를 게재한 것에 대해 직접 사과를 하는 문자를 보낸 것이다.

또 관객들의 자발적인 <또 하나의 약속> 단체 관람이 이어지던 와중에 삼성은 삼성전자 공식 블로그 '삼성 투모로우'에 '영화가 만들어낸 오해가 안타깝습니다'란 제목의 대응 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선범 삼성전자 DS 부문 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이 작성한 이 글은 "영화가 단순한 투쟁 수단으로 변질했다"는 취지를 담고 있어 영화를 본 관객들과 삼성 백혈병 문제 피해자들과 가족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관계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지난 14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 중 또 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또 하나의 약속>은 SNS상에서 다시 회자하기도 했다. 반올림 측은 지난 16일,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근무했던 김기철씨가 14일 오전 4시 48분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고 밝힌 바 있다. 1985년생인 김기철씨는 3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삼성반도체·LCD 노동자로는 79번째, 백혈병 환자로는 32번째 사망자다.

또 하나의 사망자, 구치소 빠져 나간 이재용 부회장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사망한 고 황유미씨와 그의 아버지 황유기씨의 이야기를 다뤘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사망한 고 황유미씨와 그의 아버지 황유기씨의 이야기를 다뤘다. ⓒ (주)오에이엘


한편, tbs TV는 연이은 사회파 극영화·다큐멘터리 편성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tbs는 '현대사 문제작 시리즈'의 목적으로 작년 12월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을 TV 최초로 상영했고, 앞선 지난 17일 역시 다큐멘터리인 <두 개의 문>을 방영한 바 있다.

tbs의 <다이빙벨> TV 최초 상영은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청문회에 '세월호 7시간' 관련 증인이 출석하기 전날이던 작년 12월 13일 이뤄졌다. 역시 TV 최초 상영이던 <두 개의 문>의 편성 또한 오는 20일 용산참사 8주기에 맞춰 편성됐다.

"돈이 모든 것이 아니다! 스무 살 어린 딸을 잃고 대기업 삼성과 싸우는 아버지의 인생을 건 재판 실화를 그린 영화."

tbs의 <또 하나의 약속> 방영 관련 홍보 문구다. 또 하나의 젊은 노동자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또 다시 삼성전자의 책임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19일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무전유죄 유전무죄'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또 하나의 약속>의 tbs 방영은 김어준씨의 말마따나 그 어느 때보다 더 없이 시의적절해 보인다.

또하나의약속 삼성전자 이재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