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송혜교

2016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송혜교 ⓒ KBS2


배우 송혜교는 (우리의) '자존심'이다.

송혜교는 남자 일색으로 채워졌던 2016년 연말 시상식들 가운데 홀로 빛났다. 방송 3사의 연예대상은 애초에 대상 후보가 죄다 남자로 꾸려졌고, 그와 같은 흐름은 연기대상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MBC에서는 이견의 여지 없이 이종석이 대상을 수상했고, SBS에서는 당연히 한석규가 대상 트로피를 차지했으니 말이다. 그나마 KBS 연기대상에서 송혜교가 '송송커플' 송중기와 함께 공동대상을 수상하며, 여배우(라는 묘한 이름을 쓰는 게 마뜩지 않지만)의 자존심을 오롯이 세웠다.

<태양의 후예>가 최고 시청률 38.8%을 기록하며 2016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건, '강모연'이라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한 송혜교의 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안에서 송혜교는 자신의 연기력과 매력을 십분 발휘했고, 그의 내공 덕분에 시청자들은 그 판타지 속에 이질감 없이 자연스레 몰입할 수 있었다. 유시진(송중기)이라는 판타스틱한 캐릭터가 현실감을 가질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강모연이 하늘을 부유하는 유시진의 발을 잡아 현실로 부단히 끌어당겼기 때문이었다.

2003년 SBS <올인>을 통해 톱스타로 발돋움한 송혜교는 2004년 KBS2 <풀하우스>에서 또 한번의 대박을 터뜨리며 자신의 스타성을 확고히 한다. 그리고 노희경과 함께 작업했던 KBS2 <그들이 사는 세상> (2008)을 통해 연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고,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압도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배우'로서 완전히 눈을 뜬 시기였다. 특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시각장애인 오영 역을 맡아 보여준 섬세한 연기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보는 눈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노희경 작가가 극찬할 정도이니 굳이 말을 보태 무엇하겠는가.

 우리의 자존심이자 자부심인 배우 송혜교

우리의 자존심이자 자부심인 배우 송혜교 ⓒ 오마이스타


배우 송혜교는 (우리의) '자부심'이다.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전역에서 톱스타로서의 위상을 떨치고 있는 송혜교. 자신의 영역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 그 위치를 오랜 세월동안 유지하고 있는 그는 동경의 대상이자 경이의 대상이라 할 만하다. 무엇보다 송혜교의 존재감이 빛나는 까닭은 그가 톱스타이자 배우로서, 또 한 명의 시민으로서 '책임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송혜교가 작년 미쓰비시 자동차 중국 모델을 거절한 건 유명한 일화다. 이유는 간단했다. 미쓰비시가 일제 강점기 조선인들을 강제 징용했던 '전범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돈'이라는 이익만 좇지 않고, 역사적인 문제 등을 세심히 고려하는 송혜교의 행보는 다른 배우들에게도 좋은 귀감이다. 송혜교의 '나라 사랑'과 '역사 의식'이 빛난 사례는 이것말고도 있다. '한국 홍보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 4일 SBS <김영철의 파워FM>에 출연해 송혜교와의 인연을 언급했다. 유명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한국어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 못내 아쉬웠던 송혜교는 서경덕 교수와 의기투합해 뉴욕 현대 미술관, 보스턴 미술관 등에 한국어 서비스를 유치했다.

"5년 전, 지인을 통해 처음 송혜교씨를 알게 됐다. 당시 송혜교씨가 해외촬영으로 외국을 방문하면 꼭 유명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방문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한국어 서비스가 없어 아쉬웠다는 말을 전했고, 그 자리에서 송혜교와 의기투합해 한국어 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했다" (서경덕 교수)

또, 대한민국 역사와 관련된 여러 기념관에 한글 안내서가 없어 방문객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이와 관련된 지원에도 앞장섰다. 중국 항주 임시정부 청사, 상해 윤봉길 기념관, 헤이그 이준 열사 기념관, 하얼빈 안중근 기념관과 LA 도산 안창호 하우스 등에 한글 안내서가 비치될 수 있도록 후원한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의식 있는 한 명의 배우가 도맡아서 해왔던 셈이다. 송혜교에게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화딱지가 나는 게 사실이다. 도대체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송혜교의 연기가 다채로운 것처럼 그의 '선행'도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10년 이상 유기견 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등 유기견 보호에 앞장서 왔고, 한 주얼리 브랜드와 '초상권 침해' 소송에서 승소해 받은 배상금 1억 5천여 만 원을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했다. 아름다운 재단 측은 송혜교가 기부한 금액이 디자인 전문가를 꿈꾸는 저소득 학생들을 위한 교육 지원 사업에 쓰일 것이라 밝혔다. 또, 희귀중증 질환 어린이들을 위한 다큐멘터리 KBS1 <5월, 아이들>에 내레이션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자신의 스타인 송혜교를 닮아가는 팬들의 선행

자신의 스타인 송혜교를 닮아가는 팬들의 선행 ⓒ DC송혜교 갤러리


팬들은 자신의 스타를 닮는다고 하던가. 송혜교의 팬들은 2013년 우즈베키스탄 국립역사박물관에 한글 안내서 1만 부를 기증했고, 지난해 11월 22일 송혜교의 서른 네번째 생일을 맞아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에 1122만 원을 기부(DC송혜교 갤러리)했다. 또 다른 공식 팬클럽인 '해바라기'는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1367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팬들의 이와 같은 선행은 송혜교가 죽음을 앞둔 소아암 환자들의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5월, 아이들>에 참여한 것과 맥락이 닿아 있다. 스타와 팬이 만들어낼 수 있는 참으로 바람직한 관계가 아닌가.

송혜교의 똑부러진 행보는 흐리멍텅한 대한민국 정부와 대비돼 더욱 도드라졌다. 특히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협상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10억 엔'과 맞바꾼 박근혜 정부의 '월권'으로 분통 터진 국민들에게 큰 위안이 됐다. 또, 안중근을 모르고 전범기를 함부로 사용하는 걸그룹 멤버들이 주는 허탈감 속에서 더욱 빛났다. 물론 역사적 지식과 역사의식은 엄연히 다른 범주에 놓여 있지만, '최소한의' 지식을 모르는 데 대한 아쉬움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니 말이다.

"배워나가야 할 부분이 많다. 나 역시 역사에 대해 완벽히 아는 것이 아니라 배우면서 돕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해 나갈 것이다"는 송혜교의 태도야말로 우리가 본받아야 할 자세가 아닌가. 연기면 연기, 선행이면 선행. 배우 송혜교의 단단한 걸음이 믿음직스럽기만 하다. 자신이 받은 사랑을 고스란히 타인을 향해 되돌려주는 그의 따뜻한 마음씨가 고맙기만 하다. 단언할 수 있다. 주저없이 말할 수 있다. 배우 송혜교는 우리의 자존심이고, 우리의 자부심이라는 걸 말이다.

송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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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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