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지난 9월,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해 부상자가 발생하고 건물 피해가 발생했다. 규모 5.8의 지진으로 각지에서 지진을 느낀 사람들이 당황했고 일부 사이트나 프로그램은 이용이 마비되기도 했다. 이웃한 일본에 비해 비교적 지진에 의한 재난에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한국에도 아찔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재난은 더 이상 대한민국과 무관한 개념이 아니다. 과거에 있었던 태풍 매미나 루사뿐 아니라, 지진과 같은 재난도 어느덧 한국에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다. 이제 재난은 일부 열대 국가나 지진대 인근 국가의 일이 아닌, 한국에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재난 발생 시점뿐 아니라 평시에도 재난에 대한 관심을 늘릴 필요가 있다.

존 C. 머터의 <재난 불평등>은 재난에 관한 책이다. 그의 책은 재난이 일으키는 피해와 그 복구과정에 주목한다. 그런데 이 책의 독특한 점은 재난과 불평등 문제에 대해 고찰했다는 것이다. 재난의 크기나 재난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 파괴로 인한 사상자뿐 아니라 '불평등'으로 인한 재난 피해와 그 복구 과정까지 조사했다.

재난 불평등
 재난 불평등
ⓒ 존 C. 머터, 동녘

관련사진보기


이 책에 따르면, 놀랍게도, 재난의 피해를 결정하는 것은 지진의 규모나 해일의 높이가 아니다. 재난 그 자체가 재난의 피해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얼핏 생각하면 높은 인구 밀도가 재난의 피해를 증대시킬 것 같지만, 사실 인구 증가는 원인이 아니다. 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음에도, 재난 발생에 따른 사망자 수는 점점 줄어들어 세상은 안전해지고 있다. 1975년에는 재난당 사망자 수가 12만 명이었으나 현재는 2만 명에 불과하다.

소득수준이 '재난 피해' 정도를 결정한다

재난 피해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 것은 다름 아닌 소득수준이다. 같은 규모의 사건이 발생할 때, 부유한 나라의 사망자 수는 가난한 나라의 사망자 수의 30%밖에 되지 않는다. 같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도 낙후된 아이티가 입는 피해와 다른 선진국이 입는 피해는 전혀 다르다. 심지어 <이코노미스트>는 가난한 나라의 최선의 재난 정책은 성장이라고 주장했다.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는 재난은 대처하기 어렵다. 재난 예측 장비는 고가인 경우가 많고 운용에 고학력 인력을 필요로 한다. 재난을 대처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데,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비용의 문제 때문에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게 된다. 개발도상국에는 이후에 발생할 태풍이나 지진 이외에도 현재 발생하고 있는 전염병이나 빈곤의 희생자가 많은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재난 대비 방법 역시 소수에게만 전달되는 지식이다. 일부 엘리트들이 안전한 지대에서 살아가는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방비하게 노출되고 만다. 심지어 일부 독재 국가는 재난으로 인한 사회 불안정을 막고자 피해 규모나 인원을 줄여서 발표하기도 한다.

반면,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도 허리케인 '샌디'나 폭설 등의 많은 재난이 발생하지만, 이로 인해 미국 경제가 회복불가능한 타격을 입거나 사회가 붕괴하는 위험으로 나아가지는 않았다. 재난 대비나 피해 경감을 돕는 기관이 갖춰져 있고, 선진적인 과학 연구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에서 재난의 피해가 더 커진다. 그리고 그 나라 안에서도 다시 잘 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재난 피해가 다르다. 대지진이 발생했던 아이티의 경우, 가난한 사람들은 작은 진동에도 무너질 정도의 약한 건물에서 살고 있었다. 반면, 부유층은 해안에서 적당히 떨어진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살고 있었다.

잘 알려진 대로 재난당 사망자 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난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중남미 여러 도시의 비탈을 뒤덮은 바리오 구역처럼 소외된 지역의 부실한 건물에서 위태롭게 살아간다. 대중교통이 부족하고 자동차나 오토바이, 심지어 자전거조차 갖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인 그들은 위험을 모른 채, 또는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일터와 걸어서 오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범람원이나 강변 등지에 정착한다. 부유한 고용주는 그 지역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절대 그런 곳에 살지 않는다. -43P

무서운 점은 불평등이 재난 발생과 그 피해에만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재난을 겪은 나라에서는 새롭게 불평등이 증폭된다. 복구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지원은 고루 분배되지 않으며, 극심한 피해를 입은 이들은 해당 지역을 떠나기 때문에 피해가 큰 지역의 복원은 아예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그리고 재난이 발생하면 재난을 기회 삼는 이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뉴올리언즈에 카트리나가 발생한 이후 이루어진 도시 재건 과정에서, 유력 정치인과 친분이 있는 회사가 수의계약을 통해 재건 사업을 수주했다. 아이티에서는 장관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결국, 재난 이후에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고 재난에 의한 부정의가 커지게 된다.

이 책은 얼핏 당연히 '자연적인' 현상으로 여겨지는 재난 피해에 대해 독특한 시각으로 접근했다. 자연적인 원인을 가진 재난이지만, 그 피해와 복구 과정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는 사회 구조와 깊은 관련을 갖고 있다. 불평등은 재난의 피해와 지원 문제와 관련이 깊으며, 재난 이후 혼란 속에서는 부정의가 판을 치기도 한다.

저자는 재난으로 이익을 챙길 기회를 제거하여, 부정의를 바로잡고 사회적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정 계층이 재난을 통해 이익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막고, 복구 과정에서 시민이 배제되지 않도록 노력해서 불평등의 심화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불평등이 극심한 세상에서는, 재난 피해의 불평등 역시 극심하다는 책의 주장은 의미하는 바가 깊다.


재난 불평등 - 왜 재난은 가난한 이들에게만 가혹할까

존 C. 머터 지음, 장상미 옮김, 동녘(2016)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화해주실 일 있으신경우에 쪽지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