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만큼 스타들의 발언에 관심을 두고 또 빨리 접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비록 지나가는 말일지라도 스타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팬들에겐 무척이나 소중하다. 하지만 만약 스타들의 말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거나 성차별적이거나 혹은 특정한 편견을 갖고 있다면 팬들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의 진심이 아니었다'거나 '실수였다'고 여기며 무시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 스타의 문제시될 법한 발언을 접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로 결정한 팬들과 또 이런 팬들의 문제 제기를 무시하지 않고 마주한 스타들이 있다.

"모르면 공부하자" 스타에 책 선물한 팬들

김윤석, 성희롱 논란 발언 사과 배우 김윤석이 5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시사회에서 한 포털사이트 무비토크에서 공약을 묻는 질문에 "여자배우들이 무릎에 덮은 담요를 내려주겠다"라고 말한 부분에 대해 사과를 하고 있다.

▲ 김윤석, 성희롱 논란 발언 사과 배우 김윤석이 5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시사회에서 한 포털사이트 무비토크에서 공약을 묻는 질문에 "여자배우들이 무릎에 덮은 담요를 내려주겠다"라고 말한 부분에 대해 사과를 하고 있다. ⓒ 이정민


김윤석의 '무릎담요' 발언에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반응한 건 김윤석의 팬들이었다. 김윤석은 지난 1일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무비 토크 중 "여배우 무릎 담요를 내려주겠다"고 발언해 온라인상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당시 옆에 있던 배우 채서진과 박혜수는 다리에 담요를 덮고 있었다. 그의 발언이 이들 의사와는 관련 없이 여자 배우들을 성적 대상화 하는 말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윤석은 4일 후 공개 석상에서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고 본인에 팬카페에는 "여러분이 보내주신 편지는 다 읽었고 책들을 차근차근 읽겠다"면서 "부족함이 있다 느끼시면 메일을 달라"고 신속하게 피드백을 전했다. 현재 이 글은 지워진 상태다. 김윤석의 팬들은 섣불리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감싸지 않았고 자신의 스타가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적절한 시정을 요구했다.

 MBC <라디오스타> 스틸사진

MBC <라디오스타> 스틸사진 ⓒ MBC


젝스키스의 이재진 또한 복수의 팬들에게 페미니즘 책 선물을 받았다. 이재진은 MBC <라디오스타> 녹화 중에 멤버 강성훈의 옷차림을 이야기하며 "에쿠스에서 내리는 부동산 아줌마 같다"는 말을 했으며, 팬들이 자신을 오빠가 아닌 아저씨라고 부른다면 물을 뿌리겠다고 생수병의 물을 뿌리는 동작을 취했다. 이후 젝스키스의 팬들은 이재진의 발언과 행동이 적절하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팬들은 이재진에게 편지와 페미니즘 도서, 피드백 요구 메시지를 담은 메시지 북 등을 선물했고 이재진은 이 중 한 팬이 선물한 페미니즘 도서를 젝스키스 팬클럽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유했다.

하지만 이재진의 도서 인증이 팬들이 원하는 적절한 수준의 피드백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재진의 팬이라 밝힌 한 사람은 <오마이뉴스>에 "이재진씨는 원래 선물 인증을 자주 해왔고 이것이 적절한 피드백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재진씨 개인 혹은 젝스키스, 소속사인 YG 차원에서라도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팬은 이재진의 인증 사진이 "100% 적절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개선 의지가 있다는 의미의 피드백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적절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론화를 요구하는 팬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7월 사과문을 통해 방탄소년단의 노래 가사와 SNS 콘텐츠의 여성 혐오적인 요소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이 사과문에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가사를 다시 검토한 결과 내용 중 일부가 창작 의도와 관계없이 여성 비하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고 "불편함을 느낀 모든 분들과 팬 여러분에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또 "이러한 지적 사항과 문제점을 앞으로의 창작 활동에 지속해서 참고하고자 한다"고 후속 대책까지 밝혔다.

이 사과문이 있기까지 방탄소년단 팬들의 지속적인 공론화 노력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방탄소년단 팬들은 '방탄소년단 여성혐오 공론화(@bts_female_fan1)'라는 계정과 해시태그 '#BTS피드백을원합니다'를 통해 소속사의 사과가 있기 몇 개월 전부터 지속해서 방탄소년단 가사에 나오는 여성 혐오적인 부분에 대해 방탄소년단과 소속사의 피드백을 요구했다.

이들은 SNS 계정을 통해 방탄소년단의 가사와 발언이 왜 여성혐오인지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방탄소년단의 노래 '호르몬 전쟁'에 나오는 가사 '여자는 최고의 선물이야'나 남학생이 여학생을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장면 등을 삽입한 '상남자' 뮤직비디오도 여성을 대상화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방탄소년단 여성혐오 공론화 계정에 이어 블락비, 세븐틴, 엑소, 샤이니, 빅뱅 등 남성 아이돌의 노래 가사와 발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SNS 전용 계정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샤이니 종현은 지난 3일부터 이틀동안 서울 화정체육관에서 솔로콘서트 'JONGHYUN-X-INSPIRATION'를 선보였다.

샤이니 종현은 지난 3일부터 이틀동안 서울 화정체육관에서 솔로콘서트 'JONGHYUN-X-INSPIRATION'를 선보였다. ⓒ SM엔터테인먼트


샤이니의 종현은 지난 3일 열린 솔로 콘서트에서 논란이 됐던 '소수자 비하'에 비교적 신속하게 사과를 한 케이스다. 종현은 3일 콘서트에서 인도 의상을 입고 춤을 춘 본인의 영상을 틀었다. 이어 종현은 팬들로부터 이것이 '소수자 혐오'일 수 있다는 항의의 피드백을 받은 직후 본인의 SNS 계정에 "이는 명백히 나의 잘못이며 영상을 삭제하고 반성하겠다"는 요지의 긴 사과문을 남기기도 했다.

팬들의 피드백을 얼마나 의미 있고 중요하게 받아들이느냐 또 이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결국 스타들과 소속사들의 몫일 것이다. 팬들은 스타들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바라지만 이 또한 스타들이 자신의 행동이 어떤 점에서 문제인지 인지를 할 수 있는 상태여야 가능하다.

한편, 배우 김윤석의 경우 비교적 팬들이 그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을 바로 인정하고 갈등이 빨리 수습됐지만, 샤이니 종현과 젝스키스 이재진의 경우 일부 팬들이 이들의 발언이 문제 되지 않는다고 주장해 추가적인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김윤석 이재진 방탄소년단 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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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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