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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제동씨가 26일 오후 대구시 중앙로에서 진행된 만민공동회에서 시민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방송인 김제동씨가 26일 오후 대구시 중앙로에서 진행된 만민공동회에서 시민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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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횃불을 들고. 국회는 탄핵을 하고. 특검은 수사를 하고. 헌재는 심리를 하고. 당신은 즉각적 퇴진을 하고. 우리는 우리의 시대를 열고. 결국 촛불을 끄지 않고 횃불이 되어야 하는 이유. 더욱 명확해 졌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움직이는 것이 우리의 촛불이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그들의 손에 우리를 맡기면 안 됩니다. 더 즐겁게 힘냅시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누가 이기나 봅시다."

국민들을 분노케한 박근혜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담화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던 29일, 방송인 김제동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은 글이다. 거짓말과 개헌 메시지, 정치권 흔들기로 점철된 박 대통령의 4분 30초짜리 담화에 국민들이 표출한 분노를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누가 이기나 봅시다"라고 정리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포기하지 않는" 세력은 또 있다. 

횃불 들자는 김제동, 좌파 종북 운운하는 새누리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3차 대국민담화 하는 모습을 생중계로 여의도 정치권에서 지켜보고 있다.
▲ 박 대통령 "국회 결정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3차 대국민담화 하는 모습을 생중계로 여의도 정치권에서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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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종북(從北) 세력이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29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김종태 의원(경북 상주)은 이렇게 주장했다고 한다. "좌파 종북" 몰이가 아무리 이 정권의 유지수단이라고는 하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국민들의 깊은 절망을 이끌어내는 한 마디가 아닐 수 없다. '시대착오적'이란 표현이 아까울 정도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 의원은 "현재 촛불시위는 전혀 평화시위가 아니다"라며 박 대통령을 두고선 "그만한 흠집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좌파와 언론이 선동한 것이다. 탄핵하면 그대로 정권을 내주고 보수 가치도 무너진다"고 주장했다.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다거나 광화문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종북"이나 "배후" 운운했던 김진태 의원의 발언보다 한층 수위가 높은 '망언'이 아닐 수 없다. 전 세계 외신들까지 한국의 '평화집회'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는 이때, 오직 박 대통령과 그 공범들, 자신들의 안위만을 쫓는 망국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새누리당의, TK 지역 여당 의원들의 수준이 아직도 이 정도다.

"아이고~12월 3일 촛불소집령을 이렇게 해주는 당신은 센스쟁이! 고마와요, 김종태님"이라는 최민희 전 의원의 말마따나, "대국민 광화문 초대장"을 발송해 준 박 대통령의 담화는 분명 어떤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었다.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4%를 제외한 국민들과 '190만 촛불' 시민들에게는 다시 한 번 광장에서 '결집'을 해야 한다는 당위를 부여했을 수 있지만, 친박을 필두로 한 새누리당과 보수층에게는 어떤 확고한 메시지를 던져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일, 제5차 민중총궐기 이후 벌어진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 확실해 진다.

'탄핵 흔들기'와 '개헌'... 예상됐던 대통령과 친박의 꼼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다가가 인사하고 있다
▲ 악수하는 이정현-정진석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다가가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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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30일) 오전, 비박 중심의 새누리당 비상시국위원회는 박 대통령의 자진사퇴를 거론하며 그 시점을 "4월 말"로 못 박았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에게 "국회가 추천하는 거국총리"와 "2선 후퇴"를 수용하라고 주장했다. "즉각 퇴진"이나 "구속"까지 구호로 등장하는 민심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는 제안이다.

다만 비상시국위는 8일 밤까지 대통령 거취에 대한 여야 협상을 마무리하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9일까지는 탄핵 절차에 돌입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는 불참한 김무성 전 대표를 제외하고 유승민·나경원·김성태 등 비박계 의원 18명과 김문수·오세훈 등 원외 인사들이 참석했다. 일단, 박 대통령의 '탄핵 시간 끌기'가 어떻게든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친박'들은 신이 났다.  

"대통령께서 이렇게까지 말씀하셨는데, 야당으로서는 시쳇말로 약이 좀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탄핵을 준비해놨고, 탄핵을 위해서 야당이 하나가 됐고, 또 그 일을 위해서 야당이 지금 정치 타임테이블을 설정해놨는데, 지금 탄핵이라는 것이 상당히 난감해지고, 대오가 흐트러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탄핵을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 있어서도 말이죠."

30일 오전,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친박' 중진 홍문종 의원의 전화인터뷰 중 일부다. 전형적인 '탄핵 흔들기'다. 그는 "탄핵절차가 국민들에게 불안과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면서 개헌에 대해서는 "당연히 대통령께서 임기를 단축하면, 개헌을 통해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찬성론을 폈다. 예상됐던 반응이다. 

"이제 탄핵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던 분들도, 대통령께서 이렇게까지 타임테이블을 밝혔는데 저희가 꼭 탄핵 절차에 돌입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그런데 지금 비주류 입장에 있어서도, 지금 탄핵 이후의 정치일정, 탄핵하고 나서 혹시 탈당을 하고, 탈당하고 나서 혹시 제3지대에서 연대를 하고, 이런 계획들을 세우고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그러면서 홍 의원은 "원로들이 말씀하신 큰 테두리가 그런 것 아닌가 싶습니다"라고도 했다. 지난 일요일(27일) 박희태 전 국회의장 등 사회 원로를 자청한 20여 명이 "박 대통령 4월 하야"를 주장한 것에 대해 힘을 싣는 모양새다. 

시나리오가 읽힌다. 어렵지 않다. 국회의 1차 탄핵안 제출 시점이었던 2일을 앞두고, '정재계', '종교계' 원로를 자청한 이들이 '4월'을 시점으로 내세운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로 국회에 공을 떠넘긴다.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비박계는 어수선하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 대표는 "탄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공'을 펼치는 듯 보였던 김무성 전 대표도 20일 비상시국위원회에 불참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개헌'과 '거국내각' 등 차기 정권을 내놓지 않으려는 여권의 정치적 셈법이 뒤죽박죽이다. 무책임한 박 대통령의 4분 30초짜리 꼼수가 대혼란을 가져오는 걸까. 

탄핵 주도권은 비박 아닌 국민이 쥐고 있어    

 29일 오후에 계획된 ‘공범재벌 분노 꽂기 대행진’
 29일 오후에 계획된 ‘공범재벌 분노 꽂기 대행진’
ⓒ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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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계산할 때가 아니라 국민을 믿을 때입니다. 지금은 박근혜의 말을 분석할 때가 아니라 국민의 명령을 받들 때입니다."

담화 직후,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SNS에 적은 글이다. 그렇다. 지금 우리는 '박근혜 퇴진'이나 정권 교체 만이 아닌 한국사회 전체를 어떻게 변혁하느냐의 갈림길에 섰다.

정치권이 단순한 정치공학이 아닌 국민의 요구를 어느 때보다 적확하게 수용하고 거침없이 실행할 때다. 그런 점에서, 20일 오전 야3당이 박 대통령의 임기단축과 관련해 "여야 협상 없다"며 "박 대통령 탄핵을 흔들림 없이 공동 추진"하겠다고 천명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또 협상의 주체 중 한 명인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29일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탄핵 주도권은 비박이 쥐고 있다"고 한 발언의 취지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주도권을 비박이 줬으니, 촛불 역풍을 맞지 않기 위해서라도 9일까지 탄핵에 동참하라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그렇다. 탄핵의 주도권은 국민이 쥐고 있다. 절대, 비박에게 그 주도권을 쥐어주지 않을 것이다. 이미 대국민담화 직후 12월 3일 '300만 촛불'에 대한 의지들이 표출되고, 오늘(30일) 역시 민주노총 총파업을 위시해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노동자, 학생, 시민들이 서울 시내 곳곳을 누빌 예정이다.

"좌파 종북" 운운하는 세력에게 더 이상 휘둘릴 필요가 없다. '개헌'이니 '거국내각'이니, 정치적 셈범에만 몰두하는 정치인들도 정확히 가려낼 때다. '박근혜 퇴진'을 넘어 더 이상 '헬조선'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국민들의 열망은 "포기하지 않겠다"와 "누가 이기나 봅시다"란 결의로 이어지고 있다.  


태그:#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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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비선실세' 최순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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