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레어 위치> 포스터. 17년 만에 돌아왔다.

영화 <블레어 위치> 포스터. 17년 만에 돌아왔다. ⓒ (주)코리아스크린


"1994년 10월, 세 명의 영화학도가 메릴랜드 버키츠빌 숲에서 다큐멘터리 촬영 중 실종되었다. 1년 후, 그들이 찍은 필름만이 발견됐다."

위 문구로 시작하는 1999년 작품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포털 사이트 등엔 <블레어 윗치>로 나오나 2016년 작품 <블레어 위치>와의 통일성과 구분을 위해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로 표기-기자 주)는 바이럴 마케팅(입소문으로 홍보하는 기법)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는 공개하기 1년 전부터 인터넷에 3명의 실종자를 찾는 전단을 올리고, 경찰의 수사 상황과 사건 내용을 알렸다. 의문의 실종 사건이 진짜인지, 거짓인지 대중은 관심을 기울였고, 제작비 6만 달러는 세계 수익 2억5000만 불에 달하는 놀라운 성적으로 돌아왔다.

<유아 넥스트>(2011)와 <더 게스트>(2014)를 연출했던 애덤 윈가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블레어 위치>(2016)는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로부터 17년이 흐른 뒤의 이야기를 다룬다.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에서 실종된 헤더(헤더 도나휴 분)의 동생 제임스(제임스 앨런 맥퀸 분)가 유튜브에 있는 당시 영상에서 누나의 흔적을 발견한다. 그는 누나를 찾기 위해 동료인 리사(칼리 헤르난덴스 분), 애슐리(코빈 리드 분), 피터(브랜던 스콧 분)와 팀을 꾸리고 필름이 발견된 장소를 아는 레인(웨스 로빈슨 분)와 탈리아(발로리 커리 분)의 도움을 받으며 버키츠빌 숲으로 향한다.

 숲에서 고립된 이들이 겪는 공포를 다뤘다는 측면에서 전작과 궤를 같이 한다.

숲에서 고립된 이들이 겪는 공포를 다뤘다는 측면에서 전작과 궤를 같이 한다. ⓒ (주)코리아스크린


<블레어 위치>는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의 서사를 빌려 고립된 상황이 주는 절망감과 정체를 모르는 존재에게 느끼는 두려움을 재현하길 시도한다. 헤더 일행과 마찬가지로 제임스 일행도 버키츠빌 숲에서 길을 잃는다. 나가는 길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위엔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어떤 존재들이 마녀의 표식을 남기면서 그들을 점점 공포에 사로잡힌다.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가 마케팅 외에 주목받았던 또 다른 이유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란 형식 때문이다. 이전에도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는 종종 선보인 바 있지만,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처럼 허구와 현실을 재미있게 넘나들었던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없었다. <블레어 위치>는 17년이란 시간 동안 이룬 기술의 발전을 활용하여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의 형식미에 도전한다.

비디오 캠코더라는 시점만 존재했던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와 달리, <블레어 위치>는 디지털 캠코더 외에 귀에 장착하는 소형 카메라, 스마트폰, 드론 등을 사용하며 시점의 다양화를 꾀한다. 여러 시점을 사용하는 통에 단조로움은 면했으나 파운드 푸티지(실재 기록이 담긴 영상을 누군가 발견해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가장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르의 일종)의 성격은 상당히 옅어졌다. 후반부의 장면은 호러 게임을 진행하는 느낌마저 든다.

미국의 한 평론가는 <블레어 위치>를 "어쿠스틱 기타가 아닌 일렉트릭 기타로 만든 1999년 버전"이라 평가했다. 이 문장에는 긍정과 부정의 의미가 모두 담겨있다. 부정의 의미부터 살펴보자. <블레어 위치>는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에서 궁금했던 부분(예를 들면 왜 벽을 보고 서 있는가, 마지막에 나오는 집은 정체가 무엇인가)에 해답을 제시하는 등 노력은 했지만, 대부분 전개를 지나치리만치 반복한다. 전개가 신선하지 않아서일까? 시점을 다채롭게 가져가는 변화를 주었음에도 <클로버필드>(2008)와 <파라노말 액티비티>(2010)를 본 사람이라면 <블레어 위치>의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르의 성취도는 아쉬움이 클 것이다.
 영화 <블레어 위치>가 주는 공포는 분명 상당하다. 하지만 아쉬움도 크다.

영화 <블레어 위치>가 주는 공포는 분명 상당하다. 하지만 아쉬움도 크다. ⓒ (주)코리아스크린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2: 시체들의 새벽>(1978)과 <새벽의 저주>(2004), <이블 데드>(1981)와 <이블 데드>(2013)가 그랬던 것처럼, <블레어 위치>는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와 비슷한 듯 다른 체험을 제공한다. 특수효과로 만든 거대한 괴물이나 피에 굶주린 살인마에 의존하지 않고, 숲에서 길을 잃게 하여 사실적인 두려움을 경험토록 하는 <블레어 위치>의 화법은 여전히 오싹하다. 애덤 윈가드는 저주받은 숲에서 순수한 공포를 성공적으로 추출했다. <블레어 위치>는 장르의 걸작인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의 속편으로는 부족할지언정 공포 지수는 합격선에 속한다.

애덤 윈가드는 <컨저링>의 제임스 완, <맨 인 다크>의 페데 알바레즈, <팔로우>의 데이빗 로버트 미첼, <위자: 저주의 시작>의 마이크 플래너건, <라이트 아웃>의 데이비드 F. 샌드버그와 함께 기억해야 하는, 현재 할리우드 호러 장르의 중요한 감독이다. 그가 다음에 연출하기로 예정된 작품은 <데스 노트>, <악마를 보았다>의 할리우드판이라고 한다. 리메이크라는 숲에서 방향을 잃어버릴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길을 찾아낼 수 있을까? <블레어 위치>는 그것을 가늠할 흥미로운 나침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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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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