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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을 기쁘게 하는 행위로 표현된다."

나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스캔(scan)하는 습관이 있다. 그렇다고 상대가 눈치 챌 정도로 눈동자를 위, 아래, 옆으로 굴리면서 살피는 것은 아니다. 이런 습관이 생긴 이유는, 내 나름대로 '사람의 건강함'에 대한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 이성(정신력)이 균형(조화로움)을 이루는 사람들일 수록 건강(합리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시시때때로 나를 보호하고 지켜주기도 한다.

그래서 난 사람을 만나면 두 가지를 관찰한다. 첫째는 눈에 보이는 것들, 가령 성별과 나이, 직업에 맞는 옷차림과 몸단장(머리를 손질한 것 까지)이고 그 다음엔 대화를 나눈다.  그 사람의 목소리, 감정, 이성의 합리성 등을 파악해 그 사람이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 균형을 갖고 있는지 파악한다.

그런데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똑깍인형의 아빠는 나를 놀라게 했다.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깔끔한 것은 물론, 의상의 색과 재질(똑깍인형의 엄마가 말하길, 아빠는 자신의 옷을 스스로 산다고 했다)까지 조화로웠다. 하지만 나를 더욱 긴장하게 만든 건 그의 눈동자였다.

그의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나는 것은 물론이고 물기가 어린 듯 촉촉함까지 지니고 있었다. 한편으로 '이게 가능한가?'라고 의문이 들 정도였다. 보통은 가족 중 나를 먼저 만난 사람에게 '가족사진'이 있으시면 보여달라고 한 뒤 사진으로 먼저 가족성원들에 대하여 파악한다. 하지만 똑깍인형의 엄마는 가족사진을 들고 다니지 않았다. 그래서 똑깍인형의 아빠에 대하여 내 나름대로의 상상을 했었으나, 내 상상 속엔 촉촉한 눈동자는 없었다. 단지 총기를 느끼게 하는 빛나는 눈빛만 있었을 뿐.

'이런 눈동자를 지닌 분이 딸을 로봇처럼 길들였단 말인가'란 생각에 나는 약간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이것은 온전히 나만의 생각일 뿐이니... 자! 이제 하나씩 살펴보아야 한다.

"뵙는 순간 깜짝 놀랐어요" 하자 돌아온 반응

아빠와 딸
 아빠와 딸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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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깍인형은 다른 선생님을 따라 지능검사(한국 웩슬러 아동지능검사 K-WISC로 만6세-16세 11개월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종합적인 지능을 측정할 때 사용됨)를 받으러 갔고, 부부는 나와 함께 상담실에 앉았다. 나는 두 분께 자리를 권하면서 똑깍인형 아빠에 대한 첫인상에 대하여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시작해야겠다 싶었다.

닌 "뵙는 순간 제가 깜짝 놀랐어요"라고 말했다. 웬만한 분들은 나의 이런 표현에 "왜요?", "무엇 때문에?" 등의 반응을 보인다. 그 반응을 어떻게 나타내는지는 상대에 대한 중요한 정보가 된다. 그러나 "뵙는 순간 제가 깜짝 놀랐어요"라고 말을 해도 똑깍인형의 아빠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나: "웬만한 배우 보다도 외모가 출중하신 것 같아요. 그리고 너무나 피부가 깨끗하셔서요."
아빠 : "……."

그래도 말이 없다. 분명 이 사람은 나를 계속 살피며 진지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 또한 진지하게….

나 : "이렇게 똑깍인형 덕분에 아버님을 뵙게 되었네요. 잘 오셨습니다."

난 똑깍인형의 아빠를 뵙고 싶었던 이유에 대하여 설명했다. 그럼에도 그는 계속 듣기만 할 뿐 질문이나 궁금증 등 반응이 없었다.

나 : "제가 똑깍인형에 대하여 이런(지금까지 똑깍인형에 대한 내용) 말씀드리니까,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아빠 : "……."

똑깍인형 아빠는 턱을 아랫입술과 함께 윗입술을 밀어 올리는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보통은 알겠다는 신호인데, 이 분은 아직 모르겠다. 나 또한 잠시 똑깍인형 아빠의 눈을 바라보면서 기다렸다. 그랬더니 어렵게 말을 시작했다.

아빠 : "음~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되지요?"
나 : "지금처럼 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빠 :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는 듯)"지금처럼요?"
나 : "예~ 지금 똑깍인형이 어떻게든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알아보기 위해 오신 것일 텐데, 이는 아빠가 똑깍인형에 대해 강한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이해가 됩니다. 그런 아빠의 애정을 똑깍인형에게 하나씩 보여주면 될 것입니다."

나는 '사랑'이란 표현 대신에 이분에게 낯설 수 있는 '애정'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그래야 똑깍인형의 아빠가 뭔가 반응을 보일 것 같았다.

아빠 : "애정이라구요?"
다행히 내 계획이 맞았다.

나 : "네~ 제가 아버님을 처음 뵙지만 속정이 많으신 분 같으세요. 단, 아버님 스스로 흐트러지지 않도록 본인 관리를 너무나 잘 하기 위해 강하게 길들이시다보니 딸에게도 부드러운 표현이 익숙하지 않으실 뿐..."

난 양쪽 윗 눈썹을 위로 올리며 힘주어 말했다. '당신이 지금 왜 딸에게 그렇게 강하게 지도하시는 이해합니다'란 내용을 담아서.

순간 아빠의 눈빛이 약간 흔들렸다

순간 아빠의 눈빛이 약간 흔들렸다. 그것은 '나의 진심을 알아주어서 고맙다'라고 해석해도 될 것 같았는데... 어쩌면 정확히 짚었는지도(똑깍인형의 아빠가 가장 인정받고 싶은 심성) 모른다. 다른 사람을 상담할 때는 주로 상대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자세를 앞으로 약간 허리 부분부터 숙인다. 반면 지금은 똑깍인형의 아빠에 맞게 자세를 곧게하고 눈을 마주보면서 확고하게 말했다. 그러자 그는 뭔가 받아들이는 듯했다.

아빠 : "그렇지 않아도, 애 엄마가 근래에 똑깍인형이 잠자러갈 때 안아주고 뽀뽀도 해줄 때 똑깍인형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을 본 적이 있긴해요."
나 : "예~ 그러셨군요. 그와 같이 두분이 함께 7살인 똑깍인형에게 그 또래에 맞는 애정 표현을 해주시면, 똑깍인형의 표정이 지금보다 훨씬 밝아질 거예요. 그리고 똑깍인형이 지금은 웃는 소리를 내지 않지만 웃음 소리도 내게 될 것입니다."

똑깍인형은 나와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내가 유머 있게 말을 하면 살짝 미소를 보이지만 소리내어 웃지는 않았다.

아빠 : "웃는 소리요?"
나 : "예~ 그렇다고 깔깔거리며 웃을 것 같지는 않을 것 같고, 미소와 함께 자연스럽게 웃는 소리를 낼 거예요. 똑깍인형의 엄마를 통해서 들었는데 말이 많거나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똑깍인형은 지금까지 소리내어 웃는 일이 거의 없었다니까... 혹시 다른 아이들의 웃는 소리를 들으실 때 어떠셨나요?"

아빠 : "뭐~  애니까…."
나 : "애니까 소리내어 웃는 모습은 괜찮다는 말씀이신가요?"
아빠 : "그렇지요... 뭐~"

이쯤에서 약간은 가볍게 분위기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나 : "혹시 지금 제 목소리 톤은 어떠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빠 : "선생님 목소리요?"
나 : "네~"
아빠 : "괜찮은 것 같아요."
나 : "다행이네요. 제가 똑깍인형의 엄마, 아빠를 뵈니까 두 분은 지금까지도 똑깍인형을 잘 키우시기 위하여 애쓰신 만큼 앞으로도 충분히 지혜로운 말과 부드러운 태도로 똑깍인형을 가르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충분히요."
아빠 : "……."

이제 똑깍인형의 아빠에 대한 도움닫기는 이 정도면 됐다. 이젠 진정으로 가정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서, 똑깍인형이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를 옭아매고 있는 핵심 감정이 잘 나와주어야 할 텐데….


태그:#진정한 사랑, #애정, #외로움, #자녀교육,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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