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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글 <무릎 꿇는 아이...뛰거나, 안 먹거나, 계속 자거나>에서 이어집니다.)

똑깍인형의 아빠를 만나기 전에 똑깍인형에 대한 HTP(집-나무-사람의 그림을 통하여 아동의 심리상태를 파악)와 KFD('운동성 가족화검사'로 가족구성원들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상호작용, 힘의 분포, 친밀감 및 단절감과 같은 가족 내 역동성을 그림을 통해 파악)를 실시했다.

똑깍인형의 특징이지만, 똑깍인형은 그림을 지나칠 정도로 여러 번 지우고 그렸음에도 향상되지 못한 상태였다. 똑깍인형의 내적 불안감을 강하게 드러내는 결과로 볼 수 있었다.

똑각인형의 HTP와 KFD의 결과를 똑깍인형의 엄마께 전달하자, 그녀는 고개만 계속 끄덕이더니 한 마디 하셨다.

아빠는 아이가 싫어하는 표정을 드러내는 것을 싫어했다

아이는 싫어하는 표정을 지을 수가 없다. 아빠가 싫어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싫어하는 표정을 지을 수가 없다. 아빠가 싫어하기 때문이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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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 "당연하겠지요."
나 : "'당연하겠지요'라시면~?"
엄마 : "저도 뭔가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나 : "이건 아니다, 싶으셨어요?"
엄마 : "네~ "

엄마가 깊은 한숨을 내쉰다.

나 : "혹시 가능하시다면 이건 아니다 싶으셨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물론 이야기하기 원하지 않으시면 안 하셔도 됩니다."
엄마 : "솔직히 선생님이 상담 첫날에 똑깍인형의 표정에 대해 이야기하실 때 뜨끔했었어요. 저도 똑깍인형의 무표정이 요즘 들어서 자꾸 신경이 쓰였거든요. 사실 전에도 어린애가 반응을 안 보이고, 무엇을 먹고 싶은지, 어떤 옷을 입고 싶은지 아무 말을 안 했으니까... 이대로 그냥 두어도 되는 건지 아니면 어떻게 해 보아야 하는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하물며 어떤 장난감이나 놀이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으니까요."

나 : "예~ 그러셨군요. 그러면 엄마께서 똑깍인형에게 무엇을 좋아하고, 무슨 옷을 입고 싶은지, 무슨 놀이를 하고 싶은지 물어보신 적은 있으신가요?"
엄마 : "아뇨, 애는 제가 입혀주면 어려서부터 그냥 그것을 입었어요. 그리고 놀기보다 책을 더 많이 보니까요... 대신에 먹는 것은 안 먹으면 애 아빠한테 혼났으니까…."

나 : "안 먹으면 무릎 꿇리시고..."
엄마 : "예~ 그랬으니까 특별히 애가 우리에게 할 말이 없었겠지요. 그리고 싫다는 표정을 지으면 안 되었으니까요."

나 : "싫다는 표정을 짓지 않아야 했다고요?"
엄마 : "애 아빠가 싫어해요."

나 : "네, 그러셨군요~. 그렇지만 엄마는 요즘 들어 아이의 무표정한 얼굴이 자꾸 신경이 쓰이시구요~"
엄마 : "네~ 전에는 우리 부부가 무엇을 어떻게 잘못 하고 있다고는 딱히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았거든요. 그러니 (아이를)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도 생각하지 않았지요. 그러다가 유치원에서 그런 일이 있고나서부터는 애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알아봐야하는데, 모르겠고... 그렇다고 애가 말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니 도대체 아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알 수가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 : "예~ 그렇지 않아도 똑깍인형이 사람 그림에서 똑깍인형이 왜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친구의 얼굴을 할퀴었는지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여기 보시는 것처럼(똑깍인형의 HTP중 P를 보여주면서) 사람의 윤곽만 그려놓고 속은 비워놓았지요. 이 점은 상호작용에 대한 심한 회피나 위축감 또는 공허감이 수반되어 똑깍인형이 자기 성취감이 매우 부족한 상태임을 보여줍니다.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말과 태도로 자신을 표현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는 그때는 똑깍인형의 엄마에게 여기까지만 해석해드렸다. 그러나 똑깍인형의 그림을 통해서 보았을 때 신경학적 장애나 사고장애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엄마 : "그런 거예요?"
나 : "예~ 제가 보기에 그렇게 보입니다."

이후 종합적으로 똑깍인형의 현 심리상태와 그런 심리상태는 어떤 경우에 발생하게 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었다.

엄마도 아빠도 말 많은 것을 싫어했다

엄마도 아빠도 말 많은 것을 싫어했다. 꼭 필요한 말만 했다. 그렇다면 아이는?
 엄마도 아빠도 말 많은 것을 싫어했다. 꼭 필요한 말만 했다. 그렇다면 아이는?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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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 "모를 때는, 무표정이나 말이 없는 것이 우리 부부가 말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라 우리를 닮아서 그런 줄 알고 크게 걱정하지 않았었어요."
나 : "예~ 저도 이해합니다. 다른 부모님들도 똑깍인형의 부모님과 같이, 아이가 행동으로 드러내지 않을 때는 모르고 있거나, 우리 아이가 약간 이상하다라고는 여기다가 문제가 될 때 손을 쓰시는 경우도 꽤 계세요."
엄마 : "저도 그런 것 같아요. 그러나 근래 똑깍인형에게 관심을 갖고 보니까 일단 말을 너무 안 하는구나 싶어요. 다른 엄마들처럼 유치원에서 어떻게 지냈니, 누구랑 놀았니, 재미있었니라고 안 물었거든요. 제가 말 많은 것이 싫어서요. 그리고 똑깍인형의 아빠도 말 많은 여자는 질색을 해서요."
나 : "네~ 그러셨군요."

순간 똑깍인형의 집안에서는 말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고 서로 대화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생각일 뿐이라, 직접 물어보았다.

나 : "집안 분위기는 어떠신가요?"
엄마 : "집안 분위기라니요?"
나 : "제 생각에는 대화가 거의 없으실 것 같아서요."
엄마 : "꼭 필요한 말만 해요."
나 : "꼭 필요한 말이시라면~?"
엄마 : "남편이 출장간다고 하거나 회사에 일이 있어 평소보다 늦게 귀가한다고 전화하고..."

똑깍인형의 엄마를 통하여 그 가정의 분위기를 들어보니 거의 남편의 말만 있었다. 남편의 말에 아내는 Yes, No로 반응했다. 혹 함께 야외로 나갈 때도 필요한 말만 하면서 살아오고 있었다.

나 : "혹시 똑깍인형이 오늘 어떻게 지냈는지, 무슨 일은 없었는지 등을 남편께서 물어보시지 않나요?"
엄마 : "안 하세요."
나 : "혹시 똑깍인형에 대하여 물어보시지 않는 이유가 남편분은 일찍부터 혼자 생활하시면서 스스로 잘지내셨고 하시니까 딸인 똑깍인형 또한 잘하겠지 싶어서 물어보시지 않으시나요~ 아니면~?"
엄마 : "아마도 그럴 거예요."

나 : "예~ 제가 주로 아이를 통해 가족들을 만나보면 아직(2005년) 우리 부모님들은 자녀에게 사랑 표현이나 관심표현에 익숙하지 않더라고요. 자기 전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도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잠들기 전에 잘 자라고 하는 등 아이가 '난 사랑 받고 있구나'란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하는 표현(뽀뽀, 엉덩이 두드려주기, 꼬옥 안아주기, 오늘은 즐거웠던 것이 무엇이였니, 또는 엄마 아빠는 오늘 어떻게 보냈고 무엇이 즐거웠었는지 등)을 안 하는 경우가 꽤 있어요. 똑깍인형이 잠들기 전에 엄마는 딸에게 어떻게 하시나요?"
엄마 : "잠들기 전에 어떻게 하느냐구요? '이제 잘 시간이다'라고 하는데요."
나 : "그렇게 말씀하시면 똑깍인형은 잘 자나요?"
엄마 : "네."

똑깍인형이 잘 시간이 되면 엄마는 똑깍인형에게 잘 시간이다라고 말하고 똑깍인형은 그 말에 자동으로 방으로 들어가서 잠들곤 하였단다. 똑깍인형이 책은 알아서 잘 읽으니까 굳이 잠들기 전에 책 읽어줄 필요성도 못 느낀 채...

엄마에게 매주 한 가지씩 숙제를 내주다, 첫 번째는 자기 전 손 잡고 인사하기

똑깍인형의 엄마와 상담이 계속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가정의 부모가 아이와 소통하게 하기 위해, 아이와 부모의 마음이 열리고 생각이 확장되어 아이의 감정이 살아나도록 돕기 위해서는 하나씩 코치해주어야 할 것 같았다. 똑깍인형은 이전 상담 때부터 말하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대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똑깍인형은 물어보지 않은 것들도 이야기를 했고, 말할 때의 표정은 달랐다. 그 표정에선  생동감이 느껴졌고, 아이의 순수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나 : "원하시면 똑깍인형이 감정이 살아나고 자기 표현을 적절히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가 일주일에 한 가지씩 똑깍인형의 엄마께 숙제를 드리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
엄마 : "숙제요?"
나 : "똑깍인형이 잠들기 전에 갑자기 안아주는 것은 서로가 어색할 수 있으니까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은 잠들기 전에 똑깍인형의 손을 잡고 '사랑하는 나의 딸 잘자렴, 사랑해'라고 해주는 거예요. 이게 이번주 숙제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저는 적극 권해드리고 싶은데요."
엄마 : "그것이 똑깍인형에게 필요한가요?"
나 : "예~ 제가 생각하기에 꼭 필요하고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흐르고 그 다음주 숙제는 안아주기였다. 그리고 그 다음주에는 똑깍인형의 볼에 뽀뽀를 해주면서 '사랑하는 내 딸 잘자렴'이었으나 똑깍인형의 엄마는 그대로 다 행하였다. 그리고 나서 똑깍인형의 아빠를 뵙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다행히 아이는 본인처럼 살기(기쁨을 못느끼며 사는)를 원하지 않으셨기에 상담소로 가족이 함께 왔다.

나는 똑깍인형의 아빠를 처음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속에서 '와~~우'가 저절로 나왔다.


태그:#스킨쉽, #사랑, #뽀뽀, #말, #부모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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