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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내가 이러려고 국민 했나"라며 "자괴감 들고 괴롭다"고 했다.

경남 창원 태봉고등학교 진한아 학생(3년)이 7일 학교에 대자보를 붙인 것이다. 진 학생은 "지각판은 땅 흔들고, 대통령은 나라 흔들고"라는 제목의 글을 써놓았다.

'지각판은 땅 흔들고'는 최근 잇따라 발생한 지진을 말한다. 진 학생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이 지진과 같이 '나라가 흔들리는 것'으로 봤다.

진 학생은 "청소년이기에 정치에 참여할 수 없고, 정치적 권리를 가질 수 없다"며 "하지만 권리가 없다고 소리 내지 않고 행동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사회는 계속 순실공화국일 것"이라 했다.

정치 무관심을 우려했다. 진 학생은 "어른들을 위해서가 아닌, 대한민국을 위해서가 아닌,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서 투쟁하자"며 "그들이 원하는 '무관심'이라는 먹이를 흘리지 말자"고 했다.

다음은 태봉고 진한아 학생이 쓴 대자보 전문이다.

경남 창원 태봉고등학교에 7일 진한아 학생이 쓴 대자보가 붙어 있다.
 경남 창원 태봉고등학교에 7일 진한아 학생이 쓴 대자보가 붙어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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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판은 땅 흔들고, 대통령은 나라 흔들고

내가 이러려고 국민 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안녕들 하십니까? 태봉 시민 여러분. 3학년 진한아입니다. 태봉은 전과 다를 게 없지요? 주열기도 공동체회의도 수업도 LTI도. 우리는 전과 같은 생황을 하며 살아가는데 우리'나라'는 전과 같지 않습니다.

알고 계십니까? 비선실세(실체가 드러나지 않게 막강한 권력을 행사며 어떠한 통제도 받지 않는 힘)의 국정농단(국가의 정치를 손아귀에 넣고 제멋대로 가지고 놈).

국가를 대표하고 행정권의 수반이 되는 최고 통치권자인 대통령이 최순실이라는 사이비 종교 무당의 꼭두각시가 되어 지난 4년간 돈도 퍼다주고 하라는 대로 하고 입으라는 대로 입고 말하라는 대로 말해 왔습니다

헌법 제1조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현재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 입니까? 아니요. 순실공화국입니다.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박근혜 정권이 시작되고부터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왔습니까? 아니요. 최순실이라는 특정 개인으로부터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지난 4년간 박근혜정권은 어떤 정치를 해왔습니까. 12․28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테러방지법 제정, 국정화 교과서, 사드 배치, 신규 원전 건설, 고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등등. 국가가 망해가고 있습니다.

태봉 시민 여러분. 우리는 청소년이기에 정치에 참여할 수 없고, 정치적 권리를 가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권리가 없다고 소리 내지 않고 행동하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사회는 계속 순실공화국일 것입니다.

어른들을 위해서가 아닌, 대한민국을 위해서가 아닌,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서 투쟁합시다. 그들이 원하는 '무관심'이라는 먹이를 흘리지 맙시다.


태그:#대자보, #태봉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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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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