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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백번 맞는 말입니다. 윗물이 구정물인데 아랫물이 맑을 리 없습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속담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정치판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고 분노하는 사람도 없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이런 사람들이 떠올리는 사자성어는 '배은망덕'이고,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 가서 눈 흘긴다'는 속담처럼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 '배보다 커진 배꼽' 탓이나 하며 '앞에서 꼬리 치던 개에게 발뒤축 물린 기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민심을 뒤숭숭하게 하는 이런 정치, 저런 사회적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누군가가 쏟아내는 몇 마디의 말은 듣는 사람들 속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속담도 알고, 사자성어도 알아야 촌철살인 같은 평가, 정곡을 콕 찌르는 지적이나 표현도 가능합니다.

속담은 한 문장의 우화다. 삶의 폭죽 같은 깨달음의 이야기다. 그리고 지혜와 삶의 압축된 파일이다. 그 압축을 이 책에 풀어놓았다. 이 책은 사전 같지만 사전이 아니다. 어디선가 알 도리가 없는 앎을 갈망하는 이에게 글쓴이가 느낀 '불역열호(不亦說乎)'의 짜릿함을 느끼라 부르는 사전답사기다. - 5쪽, '머리말' 중에서

'불역열호(不亦說乎)'의 짜릿함이라... 책을 만들며 느낀 재미가 꽤나 쏠쏠했나 봅니다. 불역열호(不亦說乎)'는 논어 학이(學而)편에 나오는 말로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하는 감탄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표현력 풍부하게 해 줄 <우리말 절대 지식>

 <우리말 절대 지식> / 지은이 김승용 / 펴낸곳 도서출판 동아시아 / 2016년 10월 9일 / 값 25,000원
 <우리말 절대 지식> / 지은이 김승용 / 펴낸곳 도서출판 동아시아 / 2016년 10월 9일 / 값 25,000원
ⓒ 도서출판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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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불역열호(不亦說乎)'의 짜릿함을 만끽하며 펴낸 <우리말 절대 지식>(지은이 김승용, 펴낸곳 도서출판 동아시아)은 옛날부터 전해지던 속담부터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속담까지를 두루두루 꿰어 차곡차곡 설명한 속담 꾸러미입니다.

책은 사전식으로 구성돼 있지만 꾸려진 내용은 속담, 한자성어, 반대속담, 현대속담, 대체가능한 글은 물론 비슷한 속담까지를 두루 싣고 있어 백과사전만큼이나 방대하고 다양합니다.    

개떡 같은 상황도 찰떡처럼 쫄깃쫄깃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줄 속담, 얼기설기한 상황을 해학적으로 간단명료하게 그려낼 수 있도록 노축시켜 줄 속담들이 자음 순으로 정리된 사전처럼 가지런하게 정리돼 있습니다.  

'업어치나 매치나'는 '이거나 저거나 이러든 저러든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와 비슷한 뜻으로 '오른쪽 궁둥이나 왼쪽 볼기짝이나'라는 말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엉덩이와 궁둥이를 합하면 볼기가 됩니다. -<우리말 절대 지식>
 398쪽-
 엉덩이와 궁둥이를 합하면 볼기가 됩니다. -<우리말 절대 지식> 398쪽-
ⓒ 도서출판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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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둥이, 궁뎅이, 방뎅이, 엉덩이, 볼기짝, 히프, 둔부... 다 몸 뒤쪽, 허벅다리 위 허리아래쪽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같은 말 같기도 하고 틀린 말 같기도 해 헷갈립니다.

여기서 '궁뎅이'와 '방뎅이'는 '궁둥이'의 방언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궁둥이'와 '엉덩이'는 서로 다른 말이라는 것인데 이 역시 헷갈립니다.

'궁둥이'는 엉덩이 아래 부분으로 의자에 앉을 때 의자에 닿는 부분이고, '엉덩이'는 몸 뒤쪽 허리 아래 허벅다리 위쪽으로 살이 두두룩한 부분을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두 부분, 궁둥이와 엉덩이 모두를 나타내는 말이 '볼기짝'이며 영어로는 히프(hip), 한자로는 둔부(臀部)가 될 것입니다.

'최판관', 대법관 아닌 공판 검사쯤 아닐까?
 
'이 속담은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저승에서 가장 높은 판관인 최판관(崔判官)과 관련이 있다. 여기서의 최(崔)는 성시 최가 아니라 가장 높다는 뜻의 '높을 최(崔)이다. 이승의 현대 법정으로 치면 대법관 정도에 해당할지 모르겠다. 이 최판관은 죽어서 저승으로 온 사람들의 잘잘못을 따져 사람을 다시 환생시키거나 아니면 짐승으로 태어나게 하거나 지옥으로 떨어지게 하는 최종 결정을 하는 역할을 했다. 여기서 유래해서 저승의 '최판관에게 잘 보이려면 살아서 최씨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 387쪽

위 글은 '산 김가 셋이 죽은 최가 하나를 못 당한다.'는 속담을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최판관에 대한 설명이 적절한 설명인지를 모르겠습니다.

옥사장이 분부 듣고, 남녀죄인 등대할 제, 정신 차려 살펴보니, 열시 왕이 좌개하고, 최판관이 문서잡고, 남녀죄인 잡아들여, 다짐받고 봉제할 제, 어두귀면 나찰들은, 전후좌우 벌려 서서, 기지창검 삼열한데, 형벌기구 차려놓고, 대상호령 기다리니, 엄숙하기 측량없다.


이 글은 '회심곡' 중간쯤에 나오는 대목 중 일부입니다. 규모가 조금 큰 절에 가면 대개 명부전(冥府殿)이라는 전각이 있습니다. '명부전'할 때 '명(冥)' 자는 누군가가 돌아가셨을 때 흔히 우리가 '명복(冥福)을 빕니다.'할 때의 '명'과 같은 어두울 '명(冥)' 자입니다. 명부는 말 그대로 '어두운 곳' 즉 저승이라는 말입니다.

 명부전 안 모습. 사진 오른 쪽 아래에 서있는 상이 최판관 상입니다.
 명부전 안 모습. 사진 오른 쪽 아래에 서있는 상이 최판관 상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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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부전 안을 들여다보면 지장보살이 모셔져 있고 좌우로 열시왕(진광대왕, 초강대왕, 송제대왕, 오관대왕, 염라대왕, 변성대왕, 태산대왕, 평등대왕, 도시대왕, 전륜대왕)이 앉아 있고, 그 좌우나 아래쪽으로 서류뭉치를 든 판관들이 서 있는 형태를 이루고 있습니다.

현대판 대법관 역할에 해당하는 대상은 열시왕 정도가 될 것이며, 최판관은 죄인이 저지른 죄를 낱낱이 기록해 고하는 공판검사 정도의 역할이라는 설명이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고',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제아무리 좋은 생각이 있어도 표현하지 않으면 남은 모릅니다. 이왕 표현할 거면 귀에 쏙 들어와 가슴에 팍 꽂이는 설명이면 더 좋을 겁니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습니다.

<우리말 절대 지식>에서 속담 한 마디, 사자성어 한 구절씩 읽어 새기다 보면 표현력은 짭짤해지고, 일상 속 대화 또한 알록달록한 무지개떡만큼이나 화려해지고 맛있어질 것입니다. 티끌모아 태산 되듯 이 속담 저 속담 새기다보면 '불역열호(不亦說乎)'의 짜릿함을 진한 감탄으로 맛보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우리말 절대 지식> / 지은이 김승용 / 펴낸곳 도서출판 동아시아 / 2016년 10월 9일 / 값 25,000원



우리말 절대지식 - 천만년을 버텨갈 우리 속담의 품격

김승용 지음, 동아시아(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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