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는 주목받는 대형 유망주들이 많다. 특히 빅3로 꼽히는 이종현, 최준용, 강상재 등은 대학생이지만 이미 성인 국가대표까지 거친 선수들로 프로에 오더라도 즉시전력감으로 평가받고 있는 선수들이다.

1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KBL 신인드래프트 추첨에서 이미 모비스, SK, 전자랜드가 3일 열린 지명권 추첨식을 통하여 1-3순위를 확보했다. 세 팀은 이변이 없는 각각 순서대 이종현, 최준용, 강상재를 지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지난 신인 지명권 추첨이 발표되었을 때 유재학 모비스 감독이나 문경은 SK 감독이 기쁨을 감추지못하는 모습은 올해 대형 신인들에 대한 엄청난 기대치를 증명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눈에 띄는 유망주들, 누가 있나

아무래도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이종현이다. 이미 경복고 시절부터 성인 국가대표에 발탁되었을 정도로 특급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이종현이 모비스의 유니폼을 입게 될 경우 모비스는 함지훈-찰스 로드와 함께 강력한 트리플타워 구축이 가능하다. 유재학 감독은 국가대표팀에 이미 이종현을 수년간 지도한 경험이 있어서 선수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잘알고 있다. 이종현의 가세만으로 모비스는 다음 시즌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SK와 전자랜드는 강상재와 최준용 두 선수중 누구를 뽑아도 충분히 전력 상승 효과를 얻을수 있다. SK는 전통적으로 장신 포워드를 활용한 농구에 강점이 있고, 전자랜드는 지난 시즌 약점으로 지적됐던 높이의 한계를  보강할수 있다.

 국내 농구팬들은 최준용의 화려한 플레이를 주목하고 있다.

국내 농구팬들은 최준용의 화려한 플레이를 주목하고 있다. ⓒ 대학농구연맹


또한 3인방 외에도 눈여겨볼 선수들이 많다. 천기범(연세대), 최성모(고려대), 박지훈(중앙대) 등은 가드 보강이 필요한 팀이라면 눈독을 들일만한 자원이다. 빅맨중에는 빅3 다음으로 평가받고 있는 장신과 기동력을 겸비한 박인태(연세대)가 상위픽이 유력한 후보다. 전체 4순위 지명권을 보유하고 있는 이상민 감독의 삼성이 누구를 지명하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상위픽의 운명이 갈릴 전망이다.

한편 신인 선수들에 대한 높은 기대치와 별개로 일각에서는 조심스러운 시각도 있다. 올해 신인 선수들이 프로에서도 통할만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음은 대체로 모두 인정하고 있지만, 그 이상을 넘어 리그 판도를 뒤흔들 정도의 위력을 보여줄수 있을지는 평가가 엇갈린다.  대학과 프로 사이의 현실적인 수준차, 외국인 선수들이 존재하는 환경에 대한 적응도 무시할수 없는 변수다.

실제로 지난 시즌 1순위이자 역시 국가대표 출신의 포워드 문성곤이 KGC에서 지명받고 나서 아예 출전기회를 잡는데도 애를 먹었던 것은, 신인들에게 프로의 벽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장면이었다. 물론 문성곤의 경우, KGC에 양희종, 이정현, 강병현 등 동포지션에 워낙 쟁쟁한 선수들이 많았던 탓에 불리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문성곤의 기량 자체도 선배들과의 경쟁을 이겨내기에 아쉬움이 많았다.

프로 초창기 서장훈, 김주성, 김승현같은 선수들은 등장과 동시에 리그 판도를 뒤흔들었던 대형 신인들이었다. 최근에도 김종규나 이승현같은 선수들이 신인 시절부터 남다른 영향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올해 데뷔하는 신인들이 그 나이때 선배들과 비교될만큼의 재능을 아직 보여줬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종현만 해도 잠재력이나 아마추어 시절의 위상으로는 서장훈이나 김주성에 비견될 정도였다. 하지만 아마추어 시절부터 이종현의 플레이를 지켜본 이들중에는 과연 대학 4년동안 이종현의 기량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많다. 큰 신장과 긴 팔을 이용한 리바운드, 블록 능력은 높은 평가를 받지만 자신보다 큰 선수를 상대할만한 공격능력이 부족하고 수비에 있어서도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신인들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 필요

 연세대 천기범과 최준용은 이번 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연세대 천기범과 최준용 ⓒ 대학농구연맹


또한 부산 중앙고 시절 천재가드로 불렸던 천기범 역시 대학 진학 이후 슈팅가드와 포인트가드를 오가는 포지션 혼란속에서 기량이 한동안 정체기를 겪었다. 4학년이 된 올해 대학리그 챔피언결정전 MVP에 오르며 부활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고교 시절의 기대치에 비하면 아쉽다는 지적도 많았다. 국내 아마추어농구의 특성상 성적에만 지나치게 연연하는 구조 속에서 선수들의 기본기 육성에 소홀하고 무리한 일정으로 혹사 논란에 시달리는 등 체계적인 선수관리-기술 향상이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몸상태에 대한 우려도 많다. 아직 프로에 입단하지도 않은 신인들이지만 다수가 벌써부터 부상으로 골골대고 있다. 이종현과 최준용은 발등 피로골절, 강상재는 왼발에 부상을 안고 있어서 최근까지 고생했다. 단순히 경기중에 입은 일시적인 부상이 아니라 오랫동안 뛰면서 피로가 누적된 것이라는게 더 우려를 자아낸다.

물론 이는 단순히 선수 개인의 잘못은 아니다. 대학생 선수들이지만 대학리그 외에도 각종 국내외 대회를 누비며 어지간한 프로 선수 일정을 능가하는 살인적인 혹사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성인대표팀에 발탁된 선수들이 소집기간동안 소속팀 경기에 차출되거나, 대표팀에 낙마하고 부상을 안은 상태에서 소속팀 정기전에는  출전하는 웃지못할 장면도 있었다. 프로에 오더라도 일부는 경기 출전보다 재활과 휴식이 필요해보이는 선수들도 있다.

전반적으로 젊고 재능있는 선수들이 기량을 체계적으로 '성장'시킬수 있는 환경보다는, 재능이 여물기도전에 '소모'시키는데 더 급급했던 아마추어 농구 환경속에서 자라온 신인들이 곧장 프로에 진출한다고 해도 정규리그만 54경기를 치르는 빡빡한 일정과 외국인 선수들까지 버틴 프로의 경쟁에서 금새 적응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신인들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관심은 오히려 독이 될수도 있다. 올 시즌 프로로 첫 걸음을 내딛는 신인들이 어느 정도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적응을 위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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