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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갑천지구 친수구역 개발사업'은 대전의 4대강사업으로 불린다. 갑천 개발사업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풀어야 하는 걸까? <오마이뉴스>와 <도안갑천지구친수구역개발사업 백지화시민대책위>가 취재와 인터뷰, 토론회 등 다양하고 생생한 보도를 통해 쟁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말]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가 추진하는 대전도안 갑천지구 친수구역 개발사업 조감도.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가 추진하는 대전도안 갑천지구 친수구역 개발사업 조감도.
ⓒ 대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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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9일 '도안갑천지구 개발사업 민관검토위원회'가 제14차 회의를 끝으로 종결됐다. 찬반의견이 맞서면서 갈등을 빚어온 도안갑천지구 개발사업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대전시와 전문가, 시민단체, 지역주민 등이 머리를 맞대왔던 회의다.

그러나 아쉽게도 민관검토위는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 민관검토위가 그 동안 토론한 내용을 토대로 최종결론을 내리는 순간, 이 사업을 반대해 온 시민대책위 대표들은 그 자리에 없었다. 같은 시각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시를 성토했다.

시민대책위의 주장은 대전시가 민관검토위를 시작하면서 회의 일정 및 내용을 시민대책위와 협의하기로 했지만, 제13차(8월 26일) 회의와 제14차 회의 일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회의 과정에서 합의했던 '주민 권익보장과 참여방안에 대한 대안연구 사업'을 협의 없이 중단시켰다고 대전시를 비판했다.

그리고 대전시는 9월 9일 회의에서 일방적으로 시민대책위가 제시한 대안을 무시하고 대전시측 위원들만 참여한 채, 마치 시나리오처럼 기존의 원안대로 사업 강행을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가 제시했던 대안에 대해서는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부해버렸다는 것.

결국 권선택 대전시장이 공약으로 제시했던 시민과의 소통과 경청을 통한 '협치'는 시민을 기만하는 허울뿐이었고, 반생태적 개발주의와 비민주적 행정편의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과거의 개발독재방식으로 돌아가고 만 것이라고 이들은 대전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렇다면 대전시는 왜 시민대책위가 제시한 대안을 수용하지 않은 것일까? 사업 추진을 늦추면서까지도 시민합의를 도출하려 했던 대전시의 노력은 정말로 '행정쇼'였을까?

대전시 "대책위 대안, 경제성 부족... 민관위 권고 일부 수용"

민관검토위원회에 제출한 시민대책위의 대안에 대해 대전시가 검토한 대전 도안갑천지구 친수구역 개발사업 대안 검토 결과.
 민관검토위원회에 제출한 시민대책위의 대안에 대해 대전시가 검토한 대전 도안갑천지구 친수구역 개발사업 대안 검토 결과.
ⓒ 대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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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대전시의 입장이다. 민관검토위를 통해 시민대책위가 주장해 온 많은 부분을 수용하여 원안을 수정했고, 대책위가 제시한 대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하려 했으나 사업성이 부족하고 행정절차상의 어려움 때문에 불가피하게 수용이 어려웠다는 주장이다.

특히 대전시는 끝까지 시민대책위 및 주민대표와의 합의를 이끌어내려 했으나 마지막 2차례의 회의에 불참하면서 아름다운 결말로 이어지지 못해 매우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대전시가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시민대책위의 대안은 경제성에서 심각하게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전시가 마련한 원안과 비교하면, 대책위의 대안은 '생태호수공원'을 '하천+자연생태습지 공간'으로 변경하고, 주택 5240세대(15-20층 공동주택과 5층 연립주택)를 1926세대(1안) 또는 2017세대(2안)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이 경우 경제성에 있어서 원안은 B/C(비용편익분석)가 0.856(-596억 원)인 반면, 1안은 B/C가 0.519(-2611억원)으로, 2안은 B/C가 0.569(-2249억 원)으로 떨어져 사업추진이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한 대안으로 제시한 갑천 제방 철거 후 호수공원 부지를 갑천과 연계한 습지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은 홍수 시 재해에 취약하고, 하천 및 사업계획 변경 등 행정절차 이행에 따른 약 34개월가량의 사업 지연이 불가피해 추가로 약 350억 원(이자 200억원, 용역비 15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대전시는 시민대책위의 대안을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렵고, 다만 민관검토위에서 제시됐던 몇몇 의견은 원안을 수정하여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전시가 수용한 의견은 ▲호수 수원 확보를 위한 친환경 실개천 수로 계획 ▲연립주택용지 중·저밀 친환경주택 건설 ▲공원 내 시민참여 생명의 숲, 농촌체험 공간 및 생태습지 조성 ▲호수공원과 조화되는 상업시설 도입 등이다.

정범희 대전시 주택정책과장은 "생태환경을 우선적으로 생각한다면 시민대책위가 주장하는 대안이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도시는 사람이 사는 곳이고 사람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며 "다만, 최선을 다해 환경을 보전하면서도 시민에게 편리한 주거환경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전시가 제시한 안이나, 시민대책위가 제시한 대안이나 모두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경제성과 편의성, 환경적 요인 등 여려가지 요소를 고려해 최선의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가 추진하는 대전도안 갑천지구 친수구역 개발사업 내용 중 호수공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조감도.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가 추진하는 대전도안 갑천지구 친수구역 개발사업 내용 중 호수공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조감도.
ⓒ 대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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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대책위 대안연구자 "공익은 없고 건설업자 이익만 걱정"

반면, 대안을 연구하여 내놓은 충북대학교 반영운 교수는 대전시의 주장은 '뭣이 중한지'를 모르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더 나아가 반 교수는 대전시가 시민이 아닌 민간건설업자를 위해 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반 교수는 우선 대전시는 환경친화적인 호수공원을 만들겠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중대형 고층 아파트를 건설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는 '주객이 전도'된 것으로, 대전시가 계획하는 호수공원은 전혀 생태적이지 않다는 것. 바로 옆에 생태보고인 갑천이 있는데, 그 옆에 인공호수를 만드는 한마디로 '우스운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공호수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인공호수에 불과하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시민대책위가 만든 대안에서는 갑천 제방을 안쪽(호수공원조성부지)으로 계단식으로 끌어들여 갑천과 생태습지가 어우러지게 설계했다"고 밝혔다.

하천 제방을 뒤로 물려 갑천의 하천생태계와 새롭게 조성되는 농경지습지 또는 하천습지가 연계되게 한다는 방안이다. 이렇게 할 경우 생계농업도 유지하면서 비점오염원을 차단하는 두 가지 효과가 있다고 반 교수는 설명했다.

또한 이 방안은 홍수에 대비한 재해예방에도 효과적이다. 현재 일직선인 제방을 안쪽으로 끌어들여 물이 사선으로 흐르게 하면 집중호우 시 유속이 느려지면서 홍수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 교수가 지적하는 또 하나의 지점은 이 사업의 '목적'이다. 지방자치단체와 공사가 추진하는 사업이라면 '공익성'이 최우선이어야 하는데, 대전시나 대전도시공사는 자꾸 '민간개발업자'들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반 교수는 "대전시나 도시공사 관계자들은 공개석상에서 '개발이 늦어지면 민간건설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며 자꾸자꾸 시간을 이야기한다"면서 "과연 이 사업이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 교수는 "이 사업의 시작은 생태호수공원을 만드는 것이었고, 그 재원 마련으로 주택 공급을 계획했다고 하는데, 현재는 전혀 아니다, 생태적 문제는 매우 심각하고, 주택공급은 공익성이 없다"면서 "그들은 오로지 민간건설업자의 이익만 걱정하고 있다, 특히, 임대아파트는 생색만 내고 대부분 부자들을 위한 중대형 아파트를 지으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 교수는 이 사업이 공익사업이라면 1인 가구나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주택을 많이 공급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공사라는 이름에 어울린다고 주장했다. 민간에 땅을 팔고, 그 땅에 대해서 민간이 전면적인 개발을 하도록 하는 현재의 방식은 전혀 공익적이지도 않고, 생태적인 면도 담보할 수도 없다는 게 반 교수의 주장이다.

시민대책위가 대전시 민관검토위원회에 제출한 대안1.
 시민대책위가 대전시 민관검토위원회에 제출한 대안1.
ⓒ 시민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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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대책위가 대전시 민관검토위원회에 제출한 대안2.
 시민대책위가 대전시 민관검토위원회에 제출한 대안2.
ⓒ 대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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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이 경제성 떨어진다고? 사회적·환경적 편익 함께 계산해야"

반 교수는 또 '제시된 대안은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대전시의 주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너무 단순논리로만 계산한다는 주장이다.

반 교수는 "대전시가 생각하는 경제성은 땅 팔아서 나온 돈으로 공원이나 부대시설을 조성하는 비용만을 계산한다. 그렇게 계산해도 0.8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대전시가 600억 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며 "땅 팔아서 얼마나 남느냐는 식으로 계산하면 절대 경제성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 교수는 '경제성'을 따질 때, 생태주거단지를 만들었을 경우, 그리고 하천습지를 복원했을 경우 사회적·환경적 편익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면서 대전시는 이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반 교수는 "대전시는 호수공원을 만들었을 때 유지관리비용이나 하천과 연계성이 떨어져 생태적 복원능력이 떨어지는 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그저 땅 판 돈만 계산한다, 전형적인 장사꾼의 논리"라고 비판했다. 즉, 대전시는 공익적 목적으로 생태공원을 조성한다고 하면서도 그 조성비용만 계산한다는 것이다. 생태환경이 가져오는 편익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반 교수의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제시된 대안에서는 녹색교통실현을 위해 단지 내에서는 차량이 많이 다니지 않게 했고, 차량은 주변부에 주로 배치했다. 그렇게 하면 도로 면적이 많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또 주택공급을 줄이면 인구가 줄어 학교 등 기반시설조성 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점을 대전시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반 교수의 주장이다.

반 교수는 끝으로 "경제성을 따질 때는 사회적·환경적 편익을 반드시 고려해서 계산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계산한다면 우리가 마련한 대안은 경제적으로 1000억 원 정도 적자에 그친다"며 "다시 말해 대전시가 400∼500억원 정도만 더 투자하면 충분히 실현가능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비용은 원안보다 조금 더 들어가지만 그러나 그 사회적·환경적 편익은 엄청나게 큰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대책위의 시청 앞 일인시위
▲ 1인시위 시민대책위의 시청 앞 일인시위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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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양측의 주장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대전시는 민관위원회 종결을 선언한 이후 사업을 서둘러 추진하고 있으며, 시민대책위는 '갑천지구 개발사업 백지화 투쟁'을 벌이고 있다. 시민대책위는 주민대책위와 함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 사업의 강행을 막아내겠다는 각오다. 결국 '강제철거' 수순으로 이어지면서 극심한 갈등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청'과 '소통'의 시장이 되겠다던 권선택 시장. 경제 논리를 내세운 개발프로젝트에 앞에서 '경청'과 '소통'은 정말 끼어들 틈이 없는 것일까?


태그:#갑천지구개발사업, #대전시, #도안갑천지구, #도안호수공원, #권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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