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최악의 하루>와 <범죄의여왕> 포스터. 저예산 영화임에도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줬다.

독립영화 <최악의 하루>와 <범죄의여왕> 포스터. 저예산 영화임에도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줬다. ⓒ 인디스토리, 광화문시네마


여름 성수기 개봉했던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터널> 등이 좋은 성적을 보인 가운데 25일 개봉한 <최악의 하루> <범죄의 여왕> 등이 독립영화의 자존심을 세우며 흥행세를 나타내고 있다. 텐트폴 영화(여름 성수기 대작 영화)가 지나간 자리를 인디버스터(독립영화의 블록버스터)가 뒷받침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종관 감독의 <최악의 하루>는 개봉 4일차 첫 주말인 28일 누적 관객 2만9807명으로 3만 돌파 직전에 다다랐다.  이요섭 감독의 <범죄의 여왕> 역시 2만8878명으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두 영화가 일일 관객 수에서 경쟁하며 독립영화의 흥행 열기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10만 관객 돌파도 기대되는 분위기다.

두 영화의 특징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함께 재미가 곁들여 졌다는 것과 저예산으로 제작됐다는 점이다. 평론가들이 좋은 평가를 내리는 것도 공통점이다. <범죄의 여왕>은 순제작비가 4억 원 정도이고 <최악의 하루>도 16회 차 촬영으로 작품을 완성해 3억 원 정도의 제작비가 들었다. 손익분기점은 대략 8~10만 정도로 추산된다.

전 재산 털어 넣은 감독에 경이로운 연기 보여준 배우들

 영화 <최악의 하루>는 관객의 시선을 잡아 끄는 영화이다.

영화 <최악의 하루>는 관객의 시선을 잡아 끄는 영화이다. ⓒ 인디스토리


<최악의 하루>는 전주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이후 관객들의 호응이 높아 개봉이 기대됐던 영화다. 하루 동안 서촌과 남산을 주무대로 한 여자와 세 남자의 관계 속에 서로의 거짓말이 섞이며 남녀의 심리를 드러내는 모습이 재밌게 버무려져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특히 배우 한예리의 연기가 호평을 받고 있다. 극중 은희로 등장하는 한예리는 상대 역인 일본배우 이와세 료, 권율, 이희준 등과 엮이며 재밌는 에피소드를 양산한다. 남녀 간의 만남에서 능청스런 거짓말과 함께 때로는 솔직한 감정을 통해 속마음을 드러낸다.

<최악의 하루>는 크랭크인 이틀 전에 1억5000만 원의 투자가 무산되면서 감독이 전 재산을 털어 넣은 영화다. 상업영화에서는 작은 돈이지만 저예산 독립영화로서는 상당한 액수였던 탓에 감독이 결단한 것이다. 김종관 감독은 "40~50회라는 일반적인 상업 영화 회차의 1/3인 16회 차로 찍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들보다 3배 빠르게 찍겠다는 일념으로 영화를 찍었다"며 "배우들은 때때로 경이로운 연기력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범죄의 여왕>은 영화집단 광화문시네마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대치를 충족시키고 있다. 광화문시네마는 협업 시스템을 통해 <1999, 면회> <족구왕>을 개봉하며 주목받고 있는 한국영화 창작집단이다. <1999, 면회>를 연출한 김태곤 감독은 최근 <굿바이 싱글>의 연출을 맡아 흥행에 성공했다. 카메오로 등장하는 안재홍, 황미영 등 '광화문 사단' 배우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영화는 고시원에서 거액의 수도요금이 나온 것에 경악한 고시생의 어머니가 진실을 캐는 과정에서 또 다른 사건에 연루되는 것을 줄거리로 하고 있다. 음산한 분위기를 나타내는 조폭들이 운영하는 듯 한 고시원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스릴러와 코미디로 뒤섞여 있다. 주연인 박지영을 비롯해 조연으로 출연하는 조복래, 백수장 등과 특별출연하는 이솜 등의 연기가 눈에 띈다. 광화문시네마가 그간 내 놓은 작품들이 워낙 호평을 받았던 탓에 제작사 이름만으로도 믿고 볼 수 있는 독립영화다.  

영화적 감수성과 감독들의 연출력 돋보여

 영화 <범죄의여왕> 한 장면. 감독의 연출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영화 <범죄의여왕> 한 장면. 감독의 연출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 광화문시네마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배우들의 개성 있는 연기도 이들 영화가 흥행세를 타는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름 성수기를 이끈 대작 영화와는 달리 영화적 감수성과 함께 감독의 연출력도 돋보인다. 관객들이 느끼는 공감지수도 높다. 200개 안팎의 스크린에서 하루 400~500회 정도의 상영이 보장되면서 다른 독립영화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객들이 영화를 만나기가 수월해진 것도 흥행의 요인으로 꼽힌다.

꾸준한 관객 증가 흐름 속에 주말 좌석점유율이 상승하며, 입소문이 퍼지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어 저예산 독립영화로서 손익분기점 돌파를 기대하는 상황이다. 2014년 비슷한 시기 개봉해 인디버스터로 불렸던 <족구왕>의 성적(4만 6천)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두 영화가 개봉일도 같은 데다 연일 비슷한 관객 수를 기록하면서 경쟁하는 것도 흥미롭다. <최악의 하루>는 독립영화 대표 제작사인 인디스토리가 만든 영화로, 생긴 지 몇 년 안 된 후배 광화문시네마의 <범죄의 여왕>과 경쟁하는 모양새가 됐다. 두 영화사 모두 독립영화 흥행작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 최종 승자가 누가될지 관심거리다. 두 영화의 흥행은 창의적인 독립영화들이 선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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