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기사 트윗 보고 엄청 놀랐네요. 오보 기사라니 다행입니다. 이번 년도 기사 중 모 연예인 숨 쉰 채 발견 이후 최대 오보인 듯."

지난 2012년 10월, 한 연예인은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 2000년대 잊을 만하면 등장했던 '연예인 사망설' 오보, 그 중 지인에 해당하는 여성 연예인의 사망설이 오보로 일단락되자 가슴을 쓸어내리고 일부 매체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적은 글이었다.

언론은 때때로, 아니 종종 오보를 낸다. 한국 언론만 그런 것도 아니다. 역사도 유구하다. 저널리즘의 천국이란 평을 듣는 미국의 예만 들어도 그러하다. 1980년대 초 <워싱턴포스트>의 어린이 마약 중독을 다룬 르포 기사 주인공은 퓰리처상까지 받았지만 기사 속 아동과 어머니 모두 허위와 날조였음이 드러나 충격을 던져 준 바 있다. 광주민주화항쟁 당시 시민들을 폭도로 몰았던 예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자 우리 언론의 대표적인 흑역사다.

오보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언론의 특종·상업주의와 언론사간의 경쟁, 기자 개인의 과한 명성·대중영합주의와 취재 부족 등 다층적인 동시에 복잡다단하다. 최근 들어, 우리 언론은 단독 경쟁과 받아쓰기, 속칭 '지라시'와 같은 괴담과도 결합하면서 오보인 듯 오보 아닌 기사까지 생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연예뉴스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선정성은 극에 달하지만 오히려 공을 들인 탐사보도나 기획기사는 찾아보기 힘들어 졌다. 단 기간 내 쏟아내는 연성화된 기사들이 판치면서 질도 낮고 한편으로 자의 반 타의 반 오보를 내놓는 경향도 짙어졌다.

그래서 돌아 봤다. 2000년대 이후 대표적인 연예/대중문화 관련 오보의 흑역사를. 대략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눠봤다. 당사자나 언론을 부관참시하기 위한 의도는 아니다. 다만 성찰하고 반성하자는 의도다. 돌아보니 참 어이없는 오보들이 많았구나 새삼 놀라고 자성하게 된다.

스포츠신문 시절부터 내려온 단골 1면 기사 '결혼설'

전지현,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미소 배우 전지현이 6일 오후 서울 통의동 아름지기에서 열린 <루즈 앤 라운지> FW 포토콜 행사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 전지현,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미소 배우 전지현이 지난 7월 6일 오후 서울 통의동 아름지기에서 열린 <루즈 앤 라운지> FW 포토콜 행사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 이정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김선흠 부장판사)는 6일 영화배우 전지현씨와 소속사 IHQ가 전씨의 결혼설을 보도한 ㈜뉴시스와 해당 기자를 상대로 '허위기사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3천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 <연합뉴스>, "'전지현씨 결혼설' 보도 뉴시스에 3천만원 배상"(2005년 7월 6일) 중에서

이제나 저제나, 연예인들의 결혼은 연예뉴스 톱기사의 단골 메뉴다. 특히나 20·30대 여성 연예인의 경우, 남성에 비해 광고나 이미지에 훨씬 더 타격을 입는 한국사회 속성 상 잡음을 일으키기 쉬운 오보에 해당한다. 사실,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남녀상열지사'를 '몇 월 결혼' 등으로 예단하는 기사는 그것이 연예인들의 지인이나 목격담을 전제로 한다고 해도 틀리기 쉬운 기사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모든 연애를 여전히 '열애'라 규정짓는 한국 매체들의 헤드라인은 얼마나 후지고 전근대적인가. 이러한 결혼설 특종의 전형은 이제 파파라치형 사진 확증 특종으로 진화(?) 하기에 이르렀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류의 오보 혹은 특종은 앞서 설명한 대로 결과적으로 여성 연예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에서 악의적이다. 예나 지금이나 유명인의 연애·결혼에 관심이 많은 게 대중의 속성이라지만, 매체들만큼은 좀 더 신중하고 점잖으면 안 되는 걸까. 그들에게도 결혼은 일생일대의 '사건' 아닌가.

산 사람도 죽이는 사망설 오보

 쿨의 유리는 사망 오보로 인해 한바탕 곤욕을 당해야 했다.

쿨의 유리는 사망 오보로 인해 한바탕 곤욕을 당해야 했다. ⓒ 아이엠유리


최근 '이건희 회장 사망설'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그에 못지않게, 연예인 사망설 역시 심심치 않게 지면을 장식하며 많은 이들의 심장을 쥐락펴락했다.

"쿨 유리(본명 차현옥, 37)가 사망 오보에 휩싸였다. 17일 오전 한 매체는 유리가 강남 한 주점에서 지인들과의 모임을 갖던 중 다른 손님들과 시비가 붙어 폭행을 당했고, 중상을 입은 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유리의 소속사 WS엔터테인먼트 한 관계자는 <오마이스타>와의 통화에서 "유리 씨와 통화했다"면서 "(사망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채리나 측 역시 "함께 있던 사람은 유리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사망한 여성은 쿨 김성수의 전 부인인 강아무개씨. 배우 공형진의 처제인 강씨는 지난 2010년 9월 김성수와 이혼했다. 경찰은 현재 달아난 가해자를 쫓고 있다." - <오마이스타>, "쿨 유리 사망설 오보…사망자는 김성수 전처"(2012년 10월 17일) 중에서

이를 테면, 정치면에서 '김정일 사망설'에나 등장하던 오보가 연예인의 생명을 좌우하는 오보로 감염된 예라고 할까. 대표적으로 1990년대엔 가수 주현미가 있었고, 지난 2003년대엔 연기자 변정수의 오보가 파장을 낳았다. SNS가 등장하기 전에도, 잠정 은퇴한 국민MC나 활동이 뜸하던 여성 가수의 사망설도 인터넷과 지라시를 나돌았다.

이러한 사망설은 팩트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기자와 데스크들이 특종에 눈이 멀어 벌인 직무유기에 가깝다. 특히나 '생명'과 '생사'에 관련된 뉴스라면 연예뉴스 역시 크나큰 책임감을 통감하며 신중해야 하는 게 상식이요 이치다. 연예부 기자라고 해서 '기자윤리'를 비켜갈 순 없다. 진심으로 단 한 건도 보고 싶지 않은 오보의 종류다.

각종 괴담, 괴소문은 계속 된다

나훈아, '삼류소설의 주인공이 되버린' 지난 2008년 1월 25일 오전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가수 나훈아가 괴소문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그간의 침묵을 깨고 이야기하고 있다.

▲ 나훈아, '삼류소설의 주인공이 되버린' 지난 2008년 1월 25일 오전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가수 나훈아가 괴소문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그간의 침묵을 깨고 이야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K는 뭐고 C, D, A……. 그게 사람 죽이는 거 모르나? 알지 않나? 아니면 그만이고, 맞으면 한탕 하는 거고, 뭐 그런 게 아니겠나? 왜 이러나? 그래. 연예인이 사람들의 호기심이 많은 직업이다. 그래도 엇비슷해야지. (중략)

꼭 바로잡아 주십시요. 바로 잡아주셔야 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마음으로 함께 하십시오. 그래야 대한민국 연예계 언론이 하나 더 업그레이드 하지 않는가." - <오마이뉴스>, "지퍼 내린 나훈아 '보여줘야 믿겠습니까'"(2008년 1월 25일) 중에서

2008년 1월, 전국민의 관심이 쏠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기자회견장에서 가수 나훈아는 단상에 올라 바지 지퍼까지 내렸다. 그리고 당시 항간에 떠돌던 소문에 대해 결백을 주장했다. 소문 속에서 같이 언급된 여성 배우들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미안함을 호소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나훈아의 바람대로 대한민국 연예계 언론이 업그레이드됐는지는 모르겠다.

일례로, 그 지긋지긋하고 유물과도 같은 이니셜 기사는 일부 스포츠신문에선 최근까지 계속됐다. 이제는 '지라시'가 보편화(?)되고, 각종 종편 토크쇼와 SNS발 기사들이 판치면서 괴담이나 괴소문류 기사나 보도들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그래도 (일반인과) 엇비슷해야지"란 나훈아의 절규는 '연예인은 공인'이라는 한국사회에서 공고화된 오해 속에 야금야금 생명력을 키워가는 중이다.

사회기사도 이용하는 '기레기' 연예매체들

 당시 허위 인터뷰라며 논란이 됐던 홍가혜 MBN 인터뷰 장면. 이후 MBN은 공식적으로 해당 보도에 대해 사과했다.

당시 허위 인터뷰라며 논란이 됐던 홍가혜씨 MBN 인터뷰 장면. 이후 MBN은 공식적으로 해당 보도에 대해 사과했다. 홍가혜씨는 해경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고소당하였으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 MBN


"지난 1월 9일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판사 장정환)은 한 방송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해경의 구조활동에 대해 거짓 인터뷰를 했다며, 해경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홍가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당시 공익변론을 맡았던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의 양홍석 변호사가 직접 이번 판결의 의미에 대해 짚어주었습니다." - <오마이뉴스>, "'홍가혜 무죄'가 여전히 마뜩찮은 사람들에게, 홍가혜씨 해경 명예훼손 1심 재판의 의미"(2015년 1월 23일) 중에서

인터넷 포털이 뉴스소비의 70%를 차지하는 시대, 연예매체들은 이제 연예뉴스 외에 '검색어 장사'가 되는 여러 뉴스들을 단편적으로 생산하고 이슈를 확대재생산하며 장사에 열을 올린다. '세월호 참사' 당시 MBN 과의 방송 인터뷰로 해경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구속까지 됐던 홍가혜씨의 예가 대표적이다.

그의 인터뷰의 진위를 거론하려는 것이 아니다. 연예매체들은 그의 과거 SNS 사진이나 SNS 상 반응, 소문들을 가지고 세월호 관련 뉴스인 척 연성화된 뉴스를 확대재생산했다. 홍가혜씨가 허언증이라거니 운동선수와 사귄 것 역시 거짓이라거니 한 아이돌 가수와의 사진을 거론하며 연예인인 척 했다거니 하는 확인되지 않은 기사를 쏟아내고 또 쏟아냈다. 한마디로, 좋은 먹잇감이었던 셈이다.

무죄 판결 이후 홍가혜씨는 팟캐스트 <김어준의 파파이스>를 비롯해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기사들이 사실이 아님을 해명했다. 하지만, 이미 쏟아진 뉴스들을 주워 담을 순 없었다. 아니, 개중 사실이 있고, 사실이 아닌 것은 이미 중요치 않았다. 홍가혜씨 역시 쏟아진 기사들로 인해 '더' 상처 받았다고 털어 놓은 바 있다. 그런 점에서 홍가혜씨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확인되지 않고 양산된 오보들이 쏟아진 '기레기'의 시대와 연예뉴스가 합작해 만든 희생자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뉴욕타임스>의 161년 만의 정정 보도

박유천, "실망 시켜드려 죄송합니다"  JYJ의 박유천이 30일 오후 성폭행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강남서에 출두하고 있다.

▲ 박유천, "실망 시켜드려 죄송합니다" JYJ의 박유천이 지난 6월 30일 오후 성폭행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강남서에 출두하고 있다. ⓒ 이정민


지난 6월 30일, <TV 조선>에 출연 중인 한 평론가(인지 정확히 정체를 알 수 없)는 박유천 사건을 언급하며 남자 톱스타 둘이 연루됐다는 투의 시중에 떠돌고 있는 소문을 언급했다. 다음날인 7월 1일, 해당 배우들의 소속사는 사실무근인 루머에 강력 대응하겠다며 보도자료를 냈다. 이 보도자료가 앞 다퉈 기사화되고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면서, 루머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렇게 악순환은 계속되고, 심지어 더 악화된다.

'지라시'에 가깝거나 흘러간 가십이 토크쇼 출연자들에 의해 '발화'되고, 이 발언은 단순 기사로 반복되면서 재생산된다. 오보가 나면 소속사의 대응 기사가 나오면서 뒤덮인다. 논란도 마찬가지다. 단독 기사가 나오고 반론 기사가 나오다, 어느 순간 '좋은 게 좋은 거지'라며 사건이 무마된다. 매체의 신뢰성은 떨어지고, 상처를 입는 것은 당사자들뿐이다. 그러한 오보 혹은 논란으로 이득을 얻는 자는 누구인가.

안타깝게도, 이러한 악순환은 무한히 반복될 것이다. '먹고사니즘'에 이미 깊숙이 천착한 매체 당사자들의 자정 없이는 불가능한 구조가 이미 자정기능을 먹어 삼켰기 때문이다. 탄식만 하고 있기엔 안타깝지만, 자정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한 마디로, 너무 멀리 와 버렸다. 그렇다면 어떡해야 하냐고? 

지난 2014년, 미 <뉴욕타임스>는 아카데미상 작품상 수상작인 실화영화 <노예 12년>과 관련된 팩트를 정정하는 보도를 냈다. 1853년에 1월에 보도한 '솔로몬 노섭의 억류와 귀환에 관한 이야기' 중 표기 오보를 정정한 것이다. 무려 161년 만이다. 책임지고 사과하는 자세의 전형이다.

일종의 언론 쇼맨십으로 폄훼할 필요 없다. 그게 언론의 기본자세다. 그래야 지속적으로 공신력을 얻고 매체 영향력을 이어 나갈 수 있다. 결국 '나이브'해 보이더라도, 기본부터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다. 오보나 논란에 있어 제대로 사과하고 책임지고 반성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 말이다. 그게 맞고, 그걸 더 필요로 하는 시대다.

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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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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