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PD 지망생, 웹드라마 연출자, 문화 콘텐츠 애호가 등 영상 콘텐츠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격의 없이 TV를 이야기합니다. 'TV덕담'은 하나의 콘텐츠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한 자리에서 들어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오늘은 JTBC <청춘시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편집자말]

#청춘시대_어떻게_봤어

청년사회과학자 "청춘과 죽음. 이렇게 아주 상반되는 두 개의 단어를 연결시킨 것이 재미있었다. 거기서부터 호기심이 딱 생겼고. 특히 오프닝이 흥미로웠는데 에피소드에 따라 오프닝 영상이 매 회 달라지고 거기서 각 에피소드마다 지향점이나 개성을 이야기해서 특히 더 좋았다. 그 영상들이 나는 단순히 연예 청춘물이 아니라 20대 생태보고서를 이야기할 거라는 전언 같았다."

청춘의덫 "오프닝이나 드라마OST가 굉장히 '청춘'스럽더라. 2030대가 좋아할 스타일의 노래와 영상미다. 다만 그에 비해 내용에서는 좀 더 리얼리즘이 느껴졌다. 청춘들이 처한 현실을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포장을 적당히 하면서 내용을 다루는 태도가 좋았다."

화영조와영 "극 중에서 윤진명(한예리 분)의 테마곡(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Butterfly')만 나와도 진명이 처한 상황이 금세 떠올라 너무 '짠하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웃음) 그 음악만 나오면 진명의 감정 상태로 이입이 됐다."

#다섯_캐릭터의_리얼리티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 스틸컷.

진명(한예리)이 현실성 있는 캐릭터인가, 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 입을 모아 가장 현실적이라고 답한 캐릭터는 예은(한승연)이었다. ⓒ 드림이앤엠


청년사회과학자 "사실 진명이 처한 상황과는 별개로 나는 진명이 가장 현실감이 떨어지는 캐릭터라 봤다."

청춘의덫 "생각해보니 학자금 대출을 받는데 사채 빚에 시달리고, 성희롱을 당하고, 좋아하는 남자를 만날 수도 없고. 너무 악재만 겹친 캐릭터다. 캐릭터를 극대화시킨 측면이 없지 않다."

청년사회과학자 "다른 인물들 역시 굉장히 어떤 전형적 카테고리 안에 속해있다. 일단 설정은 전형적인 인물로 해놓고 그 인물에 각각 설득력 있는 스토리를 준 셈이다. 그러니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이 난다."

화영조와영 "가장 리얼리티를 잘 살린 인물은 정예은(한승연 분)이다. 정말 이런 인물 현실 세계에 3만 명은 있을 것이다. 그의 남자친구를 비롯해서. (한숨) 그 다음은 유은재(박혜수 분). 나는 사실 가장 현실에 없을 것 같은 인물이 송지원(박은빈 분)이라고 봤다. 자신이 남자친구를 만들려면 뭘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애써 있는 그대로 사랑 받으려고 해서 더 독특한 캐릭터다. '이건 나고, 나는 내 모습 그대로 사랑받을 거야'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 흔치 않다."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 스틸컷.

정예은(한승연 분)과 그의 남자친구 고두영(지일주 분)의 현실성은 많은 시청자를 혼란에 빠트리면서도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 드림이앤엠


청춘의덫 "유은재란 캐릭터는 사람들이 보기에 가장 감정이입하기 쉬운 캐릭터인 것 같다. 다들 새내기 때 뭐가 뭔지 잘 모르고 학교를 다닌 그런 기억이 있지 않나. 나는 왜 유은재가 첫 화의 화자로 등장했나 싶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 드라마가 대학생을 다루고 있으니 적절하다고 봤다. 다만 송지원은 중요한 관찰자로서 역할이 있는 것 같긴 한데 제대로 된 서사가 나오지 않아 아쉽다."

#청춘드라마의_적절한_온도

청춘의덫 "요즘 드라마들을 보면 1회부터 서론을 얼른 건너뛰고 갈등을 빨리 드러낸다. 사실 초조해 보이는 드라마가 많은데 <청춘시대>에서는 적어도 그런 조급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일단 캐릭터를 차근차근 설명한 뒤에 갈등을 진행시키는 점에서 작가에게 자신감이 느껴졌다. 특히 각 에피소드마다 하나의 분명한 주제가 있는데 이 주제가 전체를 관통한다. 그러면서 '비밀'과 '청춘'이라는 메인 플롯과도 연결된 유기적 구성이 좋다."

청년사회과학자 "나는 교조적인 드라마가 정말 싫다. 특히 성장·청춘드라마에서 그 특유의 교조주의적인 특성이 심하다. 어떤 커다란 사건을 겪고 성장하는 학생들을 보여주지 않나. 갑자기 사건 하나를 겪고 나니 통찰력이 상승하는 드라마들. (웃음) '네가 빨리 성장해서 어른이 돼 어지러운 세상을 한 번에 알아봐야 해' 이런 함의가 있지 않나. 그런데 <청춘시대>의 경우 그런 것이 최대한 절제돼있다. 또 개별 신들이 아름답고 청량한 순간에 집중해서 좋았다. 예를 들면 원더우먼신이나 다같이 밤을 새서 편의점 알바를 하는 신. 무엇보다 리얼리티랑 콩트 사이에서 줄타기를 너무 잘한다."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 스틸컷.

'수컷의 밤'이 끝나고 벌칙으로 원더우먼 코스프레를 해야 했던 송지원(박은빈 분). ⓒ 드림이앤엠


화영조와영 "사실 나는 극에서 청량감을 준다고 생각하진 않았고 오히려 그렇게 연출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부분들이 튄다고 느꼈다. 사실 <청춘시대>는 일상물을 표방하고 있고 무엇보다 내가 이 드라마에서 좋아하는 장면은 그냥 일상적으로 이들이 대화하는 장면이다."

청춘의덫 "아무리 청춘을 다룬다고 해도 너무 리얼리즘적으로 가면 재미가 하나도 없다. 그래도 드라마인데. 드라마와 판타지 그 중간 어딘가로 가서 긴장감을 잘 살렸다."

#선박사고는_세월호_상징?

 드라마 <청춘시대> 스틸컷

드라마 <청춘시대> 속에서 강이나(류화영 분)는 과거 선박사고의 생존자로, '언제 죽을지 몰라' 현재를 흘려 보내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 JTBC


청년사회과학자 "나는 이 드라마가 말하고 싶어 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고 봤다. 요즘 청년들은 자신이 짓지도 않은 죄로 원죄의식에 괴로워하는데 '사실 너희 때문이 아니'라는 걸 계속 말한다. 이들 캐릭터가 고의적으로 죄를 지은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 내몰렸고 생존 본능에 의해 혹은 시스템적인 문제 때문에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화영조와영 "<청춘시대>가 특정한 사회 문제를 엄청 깊이 파고 들어가 다루지는 않는데 굉장히 시의적절한 문제들을 집어넣는다. 예를 들면 안락사나 직장 내 성희롱, 취업, 데이트폭력 같은 문제들."

나도주인공 "특히 세월호. 배가 불타고 강이나(류화영 분)는 물에 빠져서 허우적댄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말하자면 트라우마를 갖고 산다. 강이나가 물에 빠진 그 장면 바로 다음에 유은재가 머리에 세월호를 상징하는 것 같은 노란색 리본을 달고 나오더라. 나는 그래서 그때부터 강이나의 선박 사고가 세월호를 대놓고 묘사한 것이라 봤다."

청춘의덫 "최근에 나온 재난 영화 <부산행>이나 <터널>만 봐도 무조건 세월호를 연관 지을 수밖에 없지 않나. <청춘시대>를 보고 잠깐 '내가 자동반사적으로 세월호를 떠올리나?' 생각하기도 했다. 앞으로 영상 리터러시를 할 때 세월호는 아주 중요한 키워드가 되겠지. 특히 청춘을 이야기하는 것이니 더더욱 그렇다."

청년사회과학자 "나는 세월호가 이미 사회 전체의 트라우마가 됐다고 생각한다. 이제 어떤 사고를 봐도 모두 그쪽으로 연결시킬 수밖에 없다."

#밀고_있는_캐릭터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 스틸컷.

표정의 변화가 크지 않지만 그에 맞는 감정을 잘 살리는 배우. "'역시 한예리'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 드림이앤엠


화영조와영 "나는 처음에 한예리를 밀었다. 지금은 류화영이다. 사실 한예리가 이 드라마에 아쉬움이 클 것 같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다. 나머지 캐릭터는 다들 살아서 팔딱팔딱 뛰는데 한예리는 너무 혼자 고난만 당하고 혼자 결연해지고 또 굉장히 외로운 캐릭터이기도 하다. 류화영은 욕하는 장면을 연기할 때 잘하더라. 욕이 너무 자연스럽다. 정말 내 친구가 욕하는 것처럼. 사실 드라마 속에서 욕을 하는 젊은 여자 캐릭터가 많이 없지 않나. 정말 20대 여성이 할 법한 욕을 하는데 굉장히 신선했다."

청춘의덫 "나는 보기 전에도 한예리였는데 보고 나서도 '역시 한예리'라는 말만 절로 나오던데? 한예리가 맡은 윤진명이라는 캐릭터가 표정의 변화가 크지 않은 캐릭터다 그럼에도 그 감정이 다 드러난다. 말을 할 때도 힘을 싣지 않음에도 감정이 다 실려 온다. 그래서 '역시 한예리'라고 생각했다."

나도주인공 "나는 한예리가 '수컷의 밤'을 상상하는 모습이 너무 슬프더라. 사실 그 장면이 상상하는 신이지만 그래도 실제 배우가 연기했을 게 아닌가. (웃음) 거기서 약간 위안을 얻었다. 한예리가 그래도 '수컷의 밤'을 촬영하긴 했겠구나. 내가 궁금했던 배우는 박혜수다. 캐이팝스타 출신이고 <용팔이>에서는 주원 동생 역으로 나와 이번에 연기를 어떻게 하려나 싶었다. 특히 자신은 사랑인 줄 알았다며 펑펑 우는 신이 있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청년사회과학자 "사실 나는 처음에 너무 기대를 안했다. (웃음) 제목도 <청춘시대>라 좀 올드하고 이상해보였다. 캐릭터를 꼽자면, 정예은(한승연 분)? 별 생각이 없었지만 오늘 메모해놓은 걸 보니 죄다 정예은에 대한 것이더라. 1화에서 정예은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다른 사람들과 인사를 하면서 굉장히 브래지어를 자연스럽게 벗는데 굉장히 캐릭터 설정을 세심하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승연이 말했던 '걔가 예쁘긴 예쁜데 미치게 예쁜 건 아니잖아?' 같은 대사들. 아, 정말 이런 말하는 사람 주변에서 너무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다."

#판타지와_현실의_황금비율

드라마 <청춘시대> JTBC의 드라마 <청춘시대>는, 지금까지의 여타 청춘 드라마와는 그 결을 달리한다. 시청률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이대로 묻어버리기 아까운 작품임에 틀림 없다.

<연애시대> 박연선 작가의 신작 JTBC <청춘시대>는 무엇보다 젊은 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드라마다. ⓒ JTBC


청년사회과학자 "개인사를 그저 개인사로 다뤄서 좋았다. 한국 드라마의 전형적인 특성-'내 이야기인데 가족들을 다 끌고 나오고 일가친척 안 나오면 다행'이 없어서 좋았다. 엄마아빠들만 잠깐 노출되는 정도? 구구절절 이야기 안하고 그 상태를 보여주는 게 좋았다. 아주 기본적인 정보만으로도 캐릭터를 구축할 수 있다는 건 큰 자신감이 아닌가 싶었다."

화영조와영 "서로 은근한 거리감이 있다 친할 땐 친한데 사생활을 깊게 물어보지 않는다. 그을 선은 긋는다는 느낌."

청년사회과학자 "일상 속에 판타지가 잘 깃든 것 같다. 사실 큰 사건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일상물이라 그런지 삶의 어떤 패턴이 반복된다. 일요일은 모여서 청소하고 토요일에 한예리는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여기서 조금씩 삶이 흘러간다.  그게 크게 와닿더라. 그 일상과 판타지의 조화가 굉장히 좋다."

청춘의덫 "작가와 피디가 하고 싶은 말이 뚜렷하다고 보았다. 청춘의 삶을 다루는 것.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 보여주기에는 재미가 없으니까 미스테리나 판타지를 갖고 온 게 아닐까. 소재도 귀신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일부 판타지가 섞여 있다. 사실 일상에서 무슨 이야기를 더 진행시키겠나."

나도주인공 "나는 주변 친구들을 보면서 한 사람씩 각자 개인적인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했다.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다들 하나씩 있어서 <청춘시대>가 나왔을 때 '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나왔구나 맞아 다들 이렇게 사연이 있지'라 생각했다. 오히려 그런 점에서 리얼리티가 있다고 봤다."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 스틸컷.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는 현실과 판타지가 잘 살아있는 드라마다. ⓒ 드림이앤엠



청춘시대 TV덕담 한예리 JTBC 금토드라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