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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말없는 약속 20년'에 이어 이제는 제 자신을 시작으로 나의 심리적, 생활상의 문제들로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에 걸림돌이 됐던 독(자신과 타인에게 해로움을 주는 요인)을 다스렸을 때 건강과 행복을 더 크게 느끼며 당당하게 생활하고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이 연재기사의 이름은 '내 안에 독을 다스리면 덕이 되고, 복이 된 사연'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상담한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볼 겁니다. 이 연재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오마이뉴스>에 본인의 이야기가 실리는 것을 동의한 사람들입니다. 물론, 이름은 가명으로 합니다. - 기자 말

[앞선 기사] 바람 난 남편보다 친정엄마를 더 원망하는 딸

순간 잃었던 정신을 가다듬듯 정신을 차리며 쇠소리가 나듯 강한 어조로 남편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녀 : "나는 힘들어 죽-(그녀의 온 몸의 에너지를 아주 강한 어조에 담아서)겠는데 지가 탄 월급이라며 지가 다 쓰고 생활비는 조금 주면서 맨날 옷이나 사 입고 모양만 내고 나는 집에서 애하고 하루 종일 힘들어 죽을 지경으로 지내고 있는데 저녁도 밖에서 먹고 새벽에 들어오고 왜 이렇게 늦었냐고 물으면 피곤하다고 니가 내가 말하면 아느냐고 무시만 하고 일요일도 일 한다고 나가고 딸과 저는 매일매일 둘이서 지내라고 하고 돌아다니고...."

얼마나 쌓였으면 혼자서 27분 동안 계속 불쾌하고 못마땅한 남편의 말과 태도들을 이야기 했다.(나는 지금은 상담 중 말하는 시간을 시계를 보지 않고도 감으로 알지만 그때는 그렇지 못해 벽면에 있는 시계로 확인을 하였다. 클라이언트(client, 상담을 받고있는 사람)에게 지금 무엇에 대하여 시간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언급해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시간소요가 많을수록 클라이언트에게는 지금 가슴에 크게 자리했음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어디서 그런 강한 원망을 담은 눈빛과 강한 말이 나오는지, 남편이 앞에 있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의 가녀린 모습과는 다른 에너지였다. 물론 친정어머니에 대해서도 남편을 원망하듯 비슷한 태도였다. 원망하는 말투 또한 친정어머니에게 하듯 강하고 억센 말투였다. 속에 있는 응어리가 다 풀릴 때까지(다 풀리면 그녀가 말을 멈추게 된다.) 나는 계속 듣고 있었다.

그녀 : "내가 말을 안해서 그렇지 속이 터질 지경이였어요. 그러니까 딸 보기도 싫고 모든 것이 짜증나고 죽고 싶고 그래도 죽으면 안되는 건 알지만 지금은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딸에 대한 연민이 또 올라왔는지 눈물을 흘린다. 나는 기다리며 그녀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도 한동안 눈물을 흘리며 말이 없어 내가 말을 건넸다.

: "남편이 자기가 직장생활해서 탄 월급이지만 그것을 아내와 함께 상의하면서 가족을 위해 균형 있게 써야 하는데 자기가 번 돈이라고 자기 옷이나 사입고 모양만 내고 하셨나보네요."

나는 그녀가 한 말에 새로운 말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더 나아가 그녀 감정의 강약 정도 또한 그대로 되돌려 주었다.

그녀 : "네~ 저는 그런 남편이 무서웠어요. 혹시 아버지가 엄마를 때린 것처럼 나를 때릴까바 무서워서 말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살았어요."
: "저런~ 힘드셨겠어요?"
그녀 : "말도 못해요. 매일 하고 싶은 말도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살았으니까"
나 : "제가 ○○엄마를 볼 때 착한 성품에 남편에게 말도 못하고 속앓이만 하셨으니. 혹시 남편이 아내에게 폭력을 사용한 적이 있으세요?
그녀 : "없어요."
: "다행이네요. 남편이 무서웠고, 눈치를 보실 때는 딸에 대한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을 거예요."
그녀 : "맞아요. 내가 죽고 싶을 정도니까 딸에 대한 아무 생각도 안나고. . . 지금 생각해 보면 딸한테 미안하고 그래요."

지금 딸에 대한 연민은 이 정도로 다루고 본론일 수 있는 남편에 대하여 더 깊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남편에 대한 불만을 말하고 싶은 정도까지 실컷 하도록 옆에 있었다. 어느 정도 다했다 싶었는지 말을 멈추었다. 이제는 내가 말할 때이다.

: "한편으로 남편이 아내에게 어떻게 해주면 좋겠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녀 : "우리는 가족이니까 아무리 바빠도 최소한 주말이라도 딸과 나와 함께 보냈으면 좋겠어요."
: "최소한 주말이라도 남편이 아내와 딸과 함께 보내면 좋겠고, 그리고 혹시 또 다른..."
그녀 : "생활비를 월급이 얼마인지는 몰라도 쓸수 있도록 주었으면 좋겠어요."
: "혹시 남편께 그런 말씀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녀 : "아뇨, 말하고 싶어도 듣지도 않아요."

지금이라면 카톡이나 문자로 전달할 수 있지만 그때는 카톡과 같은 대화통로가 없었다. 문자 또한 문자보다는 직접 말로 하는 것을 더 익숙해하고 있는 문화였다.

: "이런 말씀을 제가 드려도 될까요. 혹시 남편분을 제가 뵙기를 청하면 만나주실까요?"
그녀 : "그건 모르겠어요. 이혼하자고 하는데 만날지."
: "이혼하자고 말씀하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그녀 : "2년 정도요"
: "남편께서 이혼서류를 준비해와서 이혼하자고 하시던가요, 아니면 지금까지 말씀으로만 하시나요?"
그녀 : "말로요."
: "진정으로 이혼하길 원하시면 서류를 들고 오지 않았을까요?"

내 말에 동공이 확장되듯 그녀가 나를 빤히 보며 생각하듯 말한다. 그런 그녀의 눈 속에 비친 생각은 아마도 이혼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아니 더 솔직하다자면 "휴~ 다행이다" 하는 듯한 눈빛을 내가 느꼈다.

그녀 : "그러면 남편이 정말 이혼을 원하는 것은 아니란 말씀이세요?"
: "제가 남편분을 직접 뵌 적이 없어서 정확히 말씀을 드릴 수는 없지만 정말 이혼을 원하는 태도와는 다를 수 있네요. 정말 이혼을 원하는 사람들은 이혼서류를 들고 와서 이성적으로 이혼을 하자고 하지, 무엇인가 부부가 소통이 안되고 불편하다고 그 순간에 습관처럼 "이혼하자"라고 말하는 부부들은 시간이 흘러 그 불편함을 서로 인정하거나 그것이 크게 불편하지 않게 여기게 될 때는 다정한 부부로 되돌아 가는 경우를 종종 보고 있어요."
그녀 : "그래요?"
: "네, 또 한편으로 제가 남편이라면 저는 ○○엄마와 이혼하지 않을 거예요."
그녀 : "왜요?"
: "지금 00엄마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어서 그렇지 만약에 ○○엄마가 살아가기 위해 일을 하신다면 제가 생각할 때 남편보다 더 능력있고 잘 살아가실 것 같아요."
그녀 : "제가 어떻게 그런 일이 있겠어요."
: "○○엄마가 대학때 전공하신 과목은 지금이나 앞으로도 필수과목으로 과외 1순위인 건 아시지요?"
그녀 : "네, 그건 그렇지요?"
: "거기에 4년장학금을 받을 정도의 실력이시고 정교사 자격증도 있으시니 주민들에게 과외 광고를 내고 모집한다면 잘 하실 것 같아요. 더군다나 지금 아이의 엄마시니까 학부모 심정도 헤아려드릴 거구요. 부드럽고 친근한 ○○엄마 말투는 학부모나 학생들이 편안하게 여기고 좋아하기에 충분할 것 같아요."
그녀 : "정말요?"
: "네~~ "
그녀 : "여기서 해도 되나요?"
: "제가 볼 때 친정이라 해도 여기서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다행히 이곳은 주택들이 밀집되어 있고 주위 분들은 ○○엄마가 4년장학금 받은 것도 잘 아실 테니까요. 연습한다 여기시고 이곳에서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 주위분들이 친정에 왜 와있냐 물으면 남편이 장기출장 중이라 친정어머니와 함께 지내는 중이라 하면 될 것 같아요. 사실 남편이 나가 계시니(살고 있던 집은 시부모님 건물로 시부모와 위 아래층에서 살았는데 지금은 거의 시부모집에서 살고 있다.) 다행히 아이도 이곳에 있고 동생이 잘 돌보니까 괜찮을 것 같아요. 일단 시작해 보시고 남편과 관계가 회복된 후 그곳에서 하시면 효과적일 것 같은데요."

지금 그녀의 심정이 복잡해 보인다. 그리고 나의 눈을 응시하며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생각이 많나 보다. 그렇다면 간단하게 "일단 해보자"라고 결심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녀로서는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 "요즘은 광고문구나 전단지 같은 것은 업체에 맡기면 알아서 잘 하니까 그렇게 하시면 될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그녀 : "제가 이곳에서 과외를 하면 남편이 좋아할까요?"

그녀의 진정한 욕구가 나왔다. 그녀에게 남편의 중요도는 매우 높다. 특히나 남편이 좋아할지 싫어할지를 먼저 염두에 둔다. 

: "요즘 남편들 가운데 아내에게 '너가 뭐 알아', '내가 말한다고 너가 아니'라는 등의 표현을 하는 분들은 대부분 아내의 능력을 확인하면 그런 말은 쑥 들어가고 아내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경우가 꽤 있어요. 제가 뵙지는 않았지만 남편분도 ○○엄마가 대학때 4년장학금 받을 정도의 여성이고 하니까 실력이 있을 거라고 여겼는데 살다 보니까 그 실력이 드러나지 않아 되려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녀 : "정말 그럴까요?"

그녀의 이런 질문에는 확신이 필요하다. 누가 앞일을 정확히 알겠는가마는 이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지원의 말이 필요하다. 비록 아내가 쉬고 싶고, 아이를 돌보느라 여력이 없었다 하더라도 남편이 본인의 기대감과 다르다고 여기면 실망감을 지닐 수도 있다. 이런 나의 말에 그녀는 새롭게 알게 되었다는 반응과 함께 자기는 공부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없었다며 공부에 대하여 자신감을 드러낸다.

그녀 : "사실 대학때 남편과 같은 학과였으니까 남편이 모르는 것을 제가 알려주기도 했었어요."
: "남편이 모르는 것을 알려 드린 적이 있으셨어요?"
그녀 : "네 거의 시험볼 때마다 나를 믿고 졸졸 따라다녔어요."

그녀의 표정에 생기가 돈다. 남편과 좋은 관계였을 때가 떠오르나 보다.


태그:#과외, #남편, #대학, #학생,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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