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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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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묘 천황전 ⓒ 유혜준
5월 25일부터 29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여행을 다녀왔다. 양사언의 시조로 잘 알려진 태산, 산동성 태안시가 15억 위안을 투자해 조성한 지하대열곡, 중국의 그랜드 캐년으로 불리는 태항산의 팔천협(태항산대협곡)과 왕망령, 천계산 등을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산동성, 산서성, 하남성, 하북성 이렇게 인접한 4개의 성을 넘나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중국이 엄청나게 큰 나라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실감했다. 특히 전동차, 유람선, 케이블카를 타면서 둘러본 태항산대협곡은 상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규모였다. 길이가 2970m나 되는 케이블카는 산 위에서 기역자 형태로 꺾이면서 이어져 끝없이 이어지는 태항산맥의 수려한 자태를 한눈에 보여준다.

1994년, 처음 중국여행을 했을 때 중국은 땅덩어리는 한없이 넓지만 우리나라에 비해 여러 가지 면에서 한참 뒤떨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 뒤 여러 차례 중국 곳곳을 여행하면서 변화된 중국과 마주쳤지만 그 인상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한데 이번 여행에서 중국이 예전에 내가 보고 기억하고 있던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 거대한 땅과 많은 인구는 중국이 가진 최고의 자산이며, 그것을 바탕으로 중국은 엄청난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냈다. 중국은 더 이상 내가 기억하던 그런 나라가 아니었다.

변화한 중국을 만난 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 이래서 여행은 필요하다. 그게 관광이 됐든 트레킹이 됐든 상관없이. 세상은 넓고 볼 것도 많다. 특히 중국이 그렇다. - 기자 말
대묘에서 바라본 태산 ⓒ 유혜준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르리 없건만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참 오랜만에 듣는 양사언의 시조였다. 이광휘 가이드가 시조를 읊었다. 아, 우리가 가는 태산이 그 태산인 거야? 중국 산동성에 있는 태산은 태산산맥의 주봉이며 높이가 1545m로 중국인들이 가장 신성하게 여기면서 사랑하는 산이다. 그 이름이 조선까지 널리 알려진 것을 양사언의 시조로 확인할 수 있다.

태산이 하늘 아래에 있는 뫼인 것이 분명하다. 중국인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정상까지 오르고 있으니 말이다. 중국인들이 태산을 가장 사랑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가장 신성한 곳일 뿐만 아니라 기도발을 가장 잘 받는 곳이라나. 태산에서 소원을 빌면 다 이루어진다나.

그 역사는 기원전 2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태산에서 처음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봉선의식을 치렀기 때문이다. 이후 한무제, 청나라 건륭제 등을 포함한 72명의 제왕들이 진시황을 본받아 봉선의식을 치렀다고 전해진다.

이런 역사적인 배경을 지닌 곳이니 소원성취를 바라는 중국인들이 대거 몰려드는 것은 당연하다. 태산에서 빈 소원이 이뤄지면 3년 안에 꼭 다시 들러야 한단다. 그러니 중국에 간다면 다른 곳은 몰라도 태산에 꼭 한 번은 들러야하지 않을까? 이루어지기를 원하는 소원을 잔뜩 품고. 밑져야 본전 아닌가.

지하대열곡의 하이라이트는 지하동굴 래프팅
태안 지하대열곡 입구 ⓒ 유혜준
태산으로 가는 길에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산동성 태안시 보태룡여행개발공사(宝泰隆旅游开发公司)가 15억 위안을 투자해 만들었다는 지하대열곡(地下大裂谷). 내부 길이가 6km에 달하는 거대한 석회암 동굴인데 내부를 관광지로 새롭게 개발했다. 6km 가운데 3km 정도가 현재 개발된 상태로 동굴에 흐르는 물을 이용해 래프팅을 즐길 수 있는 수로를 만들어 놨다. 지하 래프팅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곳이란다.

2013년에 일반에 공개되기 시작한 지하대열곡은 석회암 동굴 외에도 자연습지가 조성돼 한 해에 5천여 마리의 철새가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철새가 이동하는 시기인 10월에 새들이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모습이 장관을 연출한다는 게 이광휘 가이드의 설명이다.
지하대열곡 석회암 동굴 입구 ⓒ 유혜준
지하대열곡은 내부가 넓기 때문에 차량을 타고 이동해야 한다. ⓒ 유혜준
중국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경제적인 여유를 누리게 된 중국인들은 관광지를 많이 찾아 관광지마다 중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지하대열곡 역시 마찬가지로 주말이면 중국인 관광객들이 엄청나게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그에 비해 한국에는 아직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 조만간 알려지면 한국인 관광객들이 우르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하대열곡의 하이라이트는 지하동굴 래프팅이다. 중국에는 석회암 동굴 등의 천연동굴이 7천여 개가 넘어 보존보다는 개발을 많이 하는 추세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개발 가능한 동굴 관광자원이 많기 때문이란다. 이곳 역시 마찬가지인 듯. 동굴 지하수를 이용해 수로를 만들었고, 그 수로에서 래프팅을 즐길 수 있게 해놨다. 관광과 체험을 결합시킨 것이다.

수로는 4인용 고무보트가 들어갈 정도의 넓이로 물살을 따라 보트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래프팅을 즐길 수 있게 돼 있다. 가이드는 심장이 약한 사람은 타면 안 된다고 엄포를 놨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 전혀 위험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래프팅을 하면서 석회암 동굴의 다양한 형태의 종유석을 볼 수 있는데 조명을 설치,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하대열곡 석회암 동굴에서는 지하 수로를 따라 고무보트를 타고 래프팅을 즐길 수 있다. ⓒ 유혜준
래프팅을 하는 시간은 예상보다 길었다. 한 20여 분? 모퉁이만 돌면 끝이겠거니 하는데 수로가 계속 이어지기를 여러 차례 반복한다. 기왕에 즐기는 래프팅이라면 탄성과 함께 비명을 마음껏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좋겠다.

동굴 내부는 일 년 내내 온도가 18도로 일정하기 때문에 외부의 기상변화와 상관없이 래프팅을 즐길 수 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고,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전혀 래프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물이 흐르는 소리가 동굴 안을 가득 채운다.
화려한 조명으로 치장한 지하대열곡 석회암 동굴 내부 ⓒ 유혜준
래프팅을 하면서 보는 다양한 형태의 종유석은 어째 인공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사람들이 손을 댄 흔적인 것 같다. 게다가 동굴 안이고 물이 흐르는데도 종유석에서 습기를 전혀 느낄 수 없는 게 신기하기까지 하다. 대체 석회암 동굴에 무슨 짓을 한 거야?

래프팅이 끝나면 고무보트에서 내려 출구까지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보행도로를 따라 걸으면서 다양한 모양의 종유석들을 천천히 구경할 수 있다. 시원한 동굴 내부에 취해 있다가 동굴 밖으로 나가니 폭염이 기다린다. 다시 동굴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태산을 찾은 중국의 역대 황제들은 태산에 오르기 전에 대묘(岱廟)에서 먼저 봉선의식을 치렀다. 봉선(封禪)에서 봉은 하늘에 지내는 제사를, 선은 땅에 지내는 제사를 의미한단다. 그래서 먼저 땅에서 제사를 지낸 뒤에 태산에 올라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거다. 그 대묘를 찾았다.

동쪽을 향한 동방재물신이 가장 영험?
태산 대묘. 향을 피우면서 복을 기원하고 있다. ⓒ 유혜준
대묘 천황전에 모셔진 태산신 ⓒ 유혜준
대묘의 면적은 10만 6560㎡, 건축면적은 9만 6500㎡이란다. 대묘 입구에는 태산제일행궁(泰山第一行宮)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대묘에는 여러 전각이 있는데 제일 중요한 곳은 천황전이다. 여기에 태산신이 모셔져 있고, 그 뒤 벽에 태산신이 출행을 하거나 수렵을 하는 내용을 담은 벽화가 그려져 있다. 천황전은 송나라 때인 1009년에 건축되었으나 여러 번의 화재로 소실된 것을 청나라 때 재건했다고 전해진다.

대묘를 찾는 사람들은 향을 피우면서 소원을 빈다. 소원을 비는 것도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순서에 따라 하는 게 좋다고 해서 그 순서와 방법을 알려주는 안내인이 따로 있다. 향도 우리가 보던 것이 아니다. 굵기와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불을 붙이면 장작처럼 활활 타오르기까지 한다. 소원을 비는 마음이 그만큼 굵고 크고 길다는 의미일 게다.

전각 앞에는 제법 무게가 나가는 자물통들이 엄청나게 많이 매달려 있는데, 한 번 들어온 재물이 자물통을 잠근 것처럼 빠져나가지 않기를 기원하는 것이란다. 한 번 채운 자물통은 절대로 열면 안 되므로 열쇠는 대묘에 맡겨둔다나.

복을 기원하면서 향을 피우는 남자의 표정이 비장하기까지 하다. 무슨 소원을 저렇게 열심히 비는 것일까. 그는 안내인을 따라 대묘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계속해서 향을 피웠다. 그 모습에 절실함이 서려 있어 눈길을 끌었다.
대묘에 있는 재물신 ⓒ 유혜준
사람의 손 때가 묻어서 반질반질해진 돌. 무엇을 기원하는 것일까? ⓒ 유혜준
4면으로 이뤄진 재물신은 근엄하기까지 하다. 사람들은 4개의 재물신 가운데 동쪽을 향한 동방재물신이 가장 영험하다면서 그 앞에서 절을 하고 복을 기원한다. 재물신들은 죄다 황금덩어리를 들고 있다. 재물신이 복을 확실하게 풀어서 집집마다 황금이 넘치면 황금은 더 이상 귀한 재물이 아닐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천황전으로 가는 길에 놓인 거대한 돌은 가운데 부분이 기름칠이라도 한 것처럼 반질거리면서 빛난다. 이 돌 정면에 서 있는 측백나무와 일직선을 이룬다. 돌에서 측백나무까지 거리는 30여 미터 정도가 될까?

측백나무는 가운데에 구멍이 나 있다. 눈을 감고 이 돌을 한 바퀴 돌아 측백나무까지 가서 구멍에 정확하게 손을 넣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나. 그 날은 돈벼락을 맞을 준비를 하면서 로또 복권을 사야한다는 거다.

사람들이 눈을 감고 돌을 손바닥으로 어루만지면서 돈다. 사람 손에서 나온 기름이 거친 돌의 표면을 저렇게 반질거리게 만들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쳤기에 돌에서 금세라도 기름이 흘러내릴 것처럼 반질거리게 되었을까. 몇 천 명으로는 어림 없을 것 같다. 몇 만 혹은 몇 십만? 중국이기에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눈을 감고 돌을 한 바퀴 돈 사람들이 나무를 향해 걸음을 옮기는데 똑바로 가지 못한다. 눈을 감으면 방향 감각을 잃기 때문이다. 똑바로 걷는다고 걷는데 한쪽으로 기울어진다. 그쪽이 아니야. 오른쪽으로 세 걸음 움직여. 아니야, 아니야. 왼쪽으로 두 걸음만 더. 그래도 정면에서 벗어난다. 돈벼락은 아무나 맞는 게 아니다. 사람의 감각이 생각과 달리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하는 돌이고, 나무다.
천황전 벽화. ⓒ 유혜준
태산의 봉선의식을 재현한 공연 '태산봉단대전' ⓒ 유혜준
이날 밤, 우리 일행은 진시황이 시작해 중국의 72명의 제왕이 치렀다는 봉선의식을 재현한 '태산봉단대전' 공연을 관람했다. 전부 7막으로 구성된 이 의식은 야외에서 공연된다. 500여 명이 출연하는 대규모 공연으로 중국의 4계절의 변화와 함께 중국의 역대 왕조인 진, 한, 당, 청나라의 봉선의식을 시대별로 보여준다. 중국의 역사가 담긴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오후 8시부터 시작된 공연은 80분 동안 웅장하면서도 화려한 장면을 펼쳐 보이지만, 한국인을 위한 한글 자막이나 통역이 없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워 아쉬움이 남았다. 아직까지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이 공연을 많이 찾지 않기 때문이리라.

덧붙이는 글 | 태항산대협곡 한국사무소, 왕망령한국 사무소에서 마련한 팸투어에 참가했습니다.

태그:#중국여행, #태산, #대묘, #지하대열곡, #태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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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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