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방영된 <라디오스타>에서 박진영이 ‘친박’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11일 방영된 <라디오스타>에서 박진영이 ‘친박’ 논란의 중심에 섰다. ⓒ MBC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만든 친박 논란이 예능에까지 진출했다.

11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서는 때아닌 '친박 vs 비박' 논란이 불거졌다. 그런데 언론에서 이 단어를 접할 때와는 다르게 웃음이 빵빵 터졌다. 대체 왜? 여기서 '박'은 청와대의 '그분'이 아니라, 이날 게스트로 출연한 JYP엔터테인먼트 수장 박진영을 가리켰기 때문이다.

예능프로그램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단어가 웃음의 재료로 활용될 수 있었던 건 바로 김구라 덕분이다. JTBC <썰전>의 진행자이기도 한 김구라는 이날도 박진영이 본인을 정치인에 비유하자 특유의 날카로움을 뽐내며 웃음을 주도해나갔다. 친박 논쟁이 시작된 것 역시 김구라의 입부터였다.

최근 발표한 신곡이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한 걸 두고 박진영은 "정치인들이 표로 민심을 확인하듯, 가수들은 차트 순위로 민심을 확인한다"며 "이번 신곡 성적을 겸허히 받아들여 다시 야한 노래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가만히 있을 김구라가 아니었다. 유시민과 전원책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할 말은 하는 김구라는 박진영을 향해 "정치인들은 선거에 떨어지면 불출마 선언을 하거나 그냥 쉰다"며 박진영에게 "음반 활동을 중단할 생각은 없느냐"고 몰아세웠다.

당황한 박진영은 "JYP는 여러 명이 모여 음악을 듣고 앨범 발매를 결정한다"며 자신 역시 "여러 표 중 한 표를 행사할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김구라는 "박진영이 대주주인 상황에서 신곡을 결정하는 위원회는 결국 다 '친박'인 것 아니냐"고 지적했고, 생각지도 못했던 김구라의 발언에 다른 MC와 게스트는 폭소를 터트렸다.

이어 김구라는 박진영과 평소 사이가 불편하다는 조권을 비박계로 분류하는가 하면, 재계약 과정에서 다른 소속사로 둥지를 옮긴 2AM 멤버들에 대해서도 친박과 비박 갈등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효린이 대구 출신이라며 출생지를 밝히자 김구라는 "여기야말로 진짜 친박"이라며 이날의 친박 논쟁 입담에 쐐기를 박았다.

재밌는 건 정치면에서나 볼 법한 '친박'이라는 단어가 토크쇼 중간에 흘러나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단어가 나올 때마다 즐거워하던 출연자들의 모습에서 볼 수 있듯, 이제 '친박' 단어는 '자신과 친한 사람은 챙겨주고, 안 친한 사람은 내친다'는 의미를 가진 일반명사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물론 상황에 딱딱 맞춰 기막힌 비유를 이끌어내고, 정치와 예능을 불편하지 않게 결합시킬 줄 아는 김구라의 입담과 능력의 공이 가장 크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예능의 소재가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친박'과 '비박'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만들어내고 무게를 가볍게 만든 당사자들의 공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지난 11일 방영된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JYP 사단. 이들은 박진영을 중심으로 ‘친박’과 ‘비박’으로 분류돼 웃음을 안겼다.

지난 11일 방영된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JYP 사단. 이들은 박진영을 중심으로 ‘친박’과 ‘비박’으로 분류돼 웃음을 안겼다. ⓒ MBC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창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라디오스타 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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