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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2016 총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정부와 여당은 법테두리 내에서 최선을 다해 이번 승리를 가져 오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 이번 선거에서 10월 유신 이념을 선거를 통해서도 구현시키려는 것이 우리의 소망'이라고 말하고 '과거 일부에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은 잘못된 사례도 있었으나 선거에서는 여당 전원이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선전 분투하여 다수 당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1978.11.17 <경향신문>

38년 전에는 그랬다. 대통령이 여당 국회의원 후보자를 청와대에 불러 공천장을 수여하고, 입후보대표는 대통령 앞에서 전원 당선되어 돌아오겠다고 선서를 했다. 그 자리에서 대통령은 몇 번이나 합법적인 선거운동을 했다.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선전 분투하라"며 부정선거 청산을 요청했다지만, 지금의 잣대로 보면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이 청와대라는 공적인 공간에서 여당 후보자에게 압승을 주문하는 것 자체가 선거 중립 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하는 일이니 말이다.

선거 제도는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물론 대부분이 긍정적인 변화다. 대통령이 여당 후보를 추천·지명하고, 선거 관리조차도 행정부에서 맡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의 선거는 상전벽해라고 할 만하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선거법을 놓고 다툰다. 각 정당에서 후보를 선택하는 과정도 권력자의 입김을 차단하고 민의를 반영할 절차와 기구를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20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후보공천 과정은 대통령이 여당 후보를 지명해 청와대에서 압승을 주문했던 유신 시대의 국회의원 선거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민의를 반영하고 후보자의 참신성을 검증하던 최소한의 모습도 아예 찾아볼 수 없다.

'친박공천 비박탈락', 유신 때와 뭐가 다른가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천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천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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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향식 공천' '시스템 공천'. 말만 요란했지 결국은 줄 세우기와 계파 싸움으로 변질되었다. 절차의 민주성이나 논의의 투명성은 공천관리위의 권한과 정무적 판단이라는 말 한마디로 깡그리 무시된다. 여야 가릴 것도 없다.

새누리당의 공천관리위원장인 이한구 의원은 기존의 후보공천 룰마저 무력화시키면서 '친박공천 비박탈락'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국회의원으로서 품위 손상과 당 정체성 훼손, 상대적으로 편한 지역에서의 다선 혜택을 컷오프(공천 배제)의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5선 이재오 의원, 보건복지부 장관 출신 진영 의원 등 청와대와 각을 세웠던 비박 의원들이 컷오프 대상에 대거 포함되면서 여당 내에서 큰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정말로,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했다는 것이 공천 배제의 이유라면 이는 공당이라고 볼 수 없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거수기 정당에 불과하며, 삼권 분립의 헌법정신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대구에 이어 부산을 방문한 일도 그렇다. 청와대는 본래의 일정이라고 하지만 논란과 오해가 있는 지역을 콕 집어서, 격려하듯이 방문하는 대통령의 행보에, 총선 개입 논란은 당연히 생겨날 수밖에 없다.

김종인 대표 초청 관훈토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초청 관훈토론회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 김종인 대표 초청 관훈토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초청 관훈토론회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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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공천과정도 후한 점수를 얻기는 힘들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원투수로 나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공이 크지 않은 것은 아니나, 차르(러시아 전제군주)라는 별명이 붙은 그는 공천의 투명성과 민주적 절차를 훼손시켰다는 비판을 받는다.

'친노 좌장'으로 불리는 6선 이해찬 의원의 컷오프를 두고 김 대표는 정무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무적 판단이 투명성과 민주성을 앞설 수는 없다. 또 청년비례 대표를 둘러싼 잡음은 공천위원회와 일부 당직자 사이 '내 사람 챙기기'라는 구태가 여전함을 보여준다.

국민의당의 몸짓 불리기는 처절하다. 후발주자로서 다급함이 있다고 하더라도 탈당과 창당의 이유로 국민들에게 내보였던 정치쇄신, 구태청산은 온 데 간 데 없다. 안철수 대표가 그토록 경멸했던 패권주의에 빠지는 모양새다.

안철수 대표는 '야권연대는 절대 안 되지만 수도권 선거구별 후보단일화는 막을 수 없다'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양당의 연대보다 당선만을 염두에 둔 후보단일화가 더 진부하다.

반복되는 '공천학살'

"이재오 컷오프 철회하라"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20대 국회의원선거 후보에서 컷오프 명단에 포함 된 다음날인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이 의원 지지자들이 모여 공천제외 철회와 '밀실공천'을 규탄을 하는 집회를 열고있다.
▲ "이재오 컷오프 철회하라"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20대 국회의원선거 후보에서 컷오프 명단에 포함 된 다음날인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이 의원 지지자들이 모여 공천제외 철회와 '밀실공천'을 규탄을 하는 집회를 열고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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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서 정치 쇄신 공약으로 '국회의원 후보 선출은 여야가 동시에, 국민 참여 경선으로 선출'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8년 전인 2008년에는 18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 공천학살'이 벌어지자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며 울분을 토했다. 박근혜 의원이 대통령이 된 지금은 어떤가.

공천은 선거에 앞서 당이 내세울 인물을 추리는 과정이다. 당이 어떤 인물을 내놓을지는 전적으로 당에서 결정할 문제다. 하지만 시스템이 낡고 과정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이는 어불성설이다.

공천 제도의 운영은 역사 발전의 산물이다. 정무적 판단을 앞세워 여론에 등 돌리는 여야의 공천은 지탄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더구나 공정선거의 중심에 서야할 '대통령이 내 사람 챙기기'에 골몰하는 모습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4년 전 19대 총선을 준비할 때 여야의 공천보다 지금이 나아졌다고 할 수 있는가? 그렇게 공천된 정당의 후보 면면이 19대 국회의원들보다 참신해 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 회의적이다. 유권자로서 국민을 대리할 뛰어날 인물을 뽑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설렘보다 짜증이 앞선다. 대통령. 여당. 야당. 해도 해도 너무한다. 커지는 정치 불신을 대체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러나.


태그:#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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