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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의 ISA 설명서
 시중은행들의 ISA 설명서
ⓒ 전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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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재산 증식을 위해 출시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두고 실효성 논란이 여전하다. ISA의 장점인 세제혜택이 대부분 금융회사의 수수료로 빠져나가면서 큰 혜택이 없다는 것. 실제로 현재 금융회사가 내놓은 상품 구조라면 1000만 원을 5년간 넣어도 세금혜택은 단 2000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소비자원에 따르면 회사원 A씨가 ISA에 1000만 원을 5년 동안 넣고 연 5% 수익(5년간 25%)을 얻는다고 가정해보자. 여기에 해당 금융회사에 연 0.75% 수수료를 지급한다고 하면 고객은 5년간 1만 원, 매년 2000원에 불과한 세금혜택을 받는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적을까. A씨가 5년 동안 올린 수익은 250만 원이다. 만약 기존 이자소득세(15.4%)를 적용하면 A씨가 내야 할 세금은 38만5000원이다. ISA의 경우 비과세 혜택을 받지만 연 0.75%의 금융회사 수수료를 적용하면, A씨가 금융회사에 지불해야할 금액은 37만5000원에 이른다. 고작 1만 원정도의 세제혜택 밖에 없게 된다. 게다가 만일 A씨의 ISA 계좌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금융회사는 수수료를 떼어간다.

5년 동안 1000만 원에 연 5%수익 가정... 세금혜택은 1년에 단 2000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일명 만능통장의 판매를 하루 앞둔 지난 13일 한 시민이 서울시내 은행 지점 앞에서 ISA계좌 홍보물을 살펴보고 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일명 만능통장의 판매를 하루 앞둔 지난 13일 한 시민이 서울시내 은행 지점 앞에서 ISA계좌 홍보물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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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중간에서 금융회사가 수수료를 많이 가져가기 때문에 ISA는 서민보다는 금융회사를 위한 상품"이라고 꼬집었다. ELS나 펀드에 따로 가입하면 판매 수수료나 자산운용수수료 등 상품에 대한 수수료는 나가지만 통장에 대한 수수료는 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ISA는 통장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비과세 상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은행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주면서 예금에 펀드나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등을 추가로 담을 경우 고객이 내야 하는 수수료는 올라간다. 국민은행의 경우 예금은 0.1%로 낮지만 펀드는 0.1~0.3%, ELB 0.3~0.5%, ETF(상장지수펀드) 0.5~0.7%, ELS(주가연계증권) 0.7% 등으로 높아진다. 펀드나 ELS 등을 선택할 때 나가는 수수료는 판매수수료와 운용보수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뿐만 아니라 일부 금융회사의 초고위험 상품 수수료는 2%에 달해 상품 선택 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ISA는 '서민을 위한 금융상품'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지만 사실상 목돈을 굴릴 수 있는  부유층 등 자산가에게 유리하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운용경험이 없어 은행에 대부분을 의존해야 하는 서민보다는 상대적으로는 운용경험이 많은 펀드매니저 등 자산가들이 유리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서민을 위한 금융상품? 사실상 부유층에게 유리한 구조

만능통장 ISA가 14일부터 전국 은행과 증권사 등에서 일제히 출시됐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ISA 가입서류들.
 만능통장 ISA가 14일부터 전국 은행과 증권사 등에서 일제히 출시됐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ISA 가입서류들.
ⓒ 전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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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 대상자는 주로 직장인이지만 3~5년간 묶어놓을 수 있는 여유 자금을 마련하기 힘든 탓에 연간 한도인 2000만 원을 채워 세금혜택을 많이 받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 하지만 부유층이 ISA에 가입할 경우 많은 세금을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만을 위한 비과세 혜택이 아니라 모두에게 적용되는 비과세 혜택이기 때문이다.

앞서 국회예산정책처는 ISA에 따른 소득수준별 1인당 평균 세금감면 효과(가처분소득의 30%를 납입, 연수익률 4% 가정)를 추정한 결과 연소득 1억 원 이상 가입자는 2000만 원 한도를 채워 78만 원에 이르는 세금을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연 소득 1000만 원 이하 가입자는 연간 납입 금액이 92만4000원에 그쳐 세금혜택이 7만8000원으로 제한적이었다. 여유자금을 만들어 가입한다 해도 3~5년간의 의무가입 기간이 있어서 기간 내에 중도해지하면 부과되지 않았던 세금을 다시 토해내야 한다.

조 대표는 "세제혜택뿐만 아니라 큰돈을 운용한 경험이 많은 자산가들은 은행의 포트폴리오나 전략을 참고해 상대적으로 쉽게 돈을 불려나갈 수 있다"며 "하지만 일반고객은 일부 은행에서 성행하는 불완전판매(투자위험성 고지 없이 상품판매) 등을 접할 때 판단의 어려움이 있고 손실가능성도 함께 떠안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ISA 가입의무기간 줄이고 대상도 늘려야 

ISA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가입의무 기간과 가입대상을 다양화하는 개선책이 필요하다. ISA 가입 의무기간은 3~5년이며 대상은 직전년도 금융소득이 2000만 원 이하인 근로자, 사업자, 농어민 등으로 제한돼 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팀장은 "시행 초기인 데다 복잡한 가입절차와 판매직원의 전문성 부족, 상품 구성이 미비한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ISA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높았던 것으로 본다"며 "장기적으로 가입금액과 기한·대상 확대(청소년 등), 상품 다양화, 인출제한 완화 등 제도개선이 있어야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 팀장은 "은행이나 증권사들이 ISA에 가입을 원하는 대기 수요자들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금융상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투자를 할 때 자산 배분 비율의 균형을 맞춰주는 관리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ISA는 한 명당 한 곳의 은행에서 하나의 계좌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자산관리 능력을 비교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조 대표는 "ISA의 가입기간이 너무 길어 부담스러운 만큼 줄여나가야 한다"며 "금융회사의 수수료 체계 문제와 소득과 연령대를 고려한 차별화된 혜택 등을 통해 ISA를 재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태그:#ISA, #수수료, #은행, #금융소비자원, #세제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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