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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이 50일도 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도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예비후보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가만히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어 나름대로 선거운동을 하는 상황이다.

그 가운데 서울 '도봉 을' 선거구가 눈에 띈다. '도봉 을'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주 무대인 쌍문동이 속한 지역으로 유인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선을 지낸 곳이다. 하지만 야권의 분열 등으로 어느 후보도 당선을 확신할 수 없게 됐다.

해당 지역구에 인터넷방송 <라디오21> 대표를 지내고 현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갑수씨가 "참배정치와 하청 정치를 하지 않겠다"며 지난달 26일 출사표를 던졌다. 출마 선언에서 한 달 정도 지난 22일, 방학역 근처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김갑수 예비후보를 만나 보았다. 다음은 김 예비후보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도봉, 더 이상 야당의 텃밭 아니다"

서울 '도봉 을'에 출마한 김갑수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서울 '도봉 을'에 출마한 김갑수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 김갑수 후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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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도봉 을'에 더민주 후보로 출마선언을 하셨어요. 한 달 정도 지났는데 지역민의 반응은 어떠세요?
"제가 지역을 걸으며 동네와 친해지기 시작한 게 벌써 작년 늦가을이니까, 넉 달 정도 지났네요. 끝없이 걸으며 공부하고 지역민들의 이해와 요구, 불만이 무엇인지 사전에 조사 작업을 충분히 해봤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동안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정말 미친 듯이 쉬지 않고 걸었죠. 그동안 돌린 명함만 약 3만 장이 넘었으니까요.

다행히 저처럼 선거운동하는 사람 입장에서 도봉 을 지역구는 참 고마운 곳이죠. 일단 지역구가 한 바퀴 걸어서 돌면 대략 20km 정도라서 그리 넓지 않습니다. 50바퀴 돌며 정말 많은 유권자를 만났어요. 처음엔 조금 낯설었지만 30바퀴를 넘어서면서 반응이 오더라고요.

그분들의 일관된 말씀이 '도봉이란 동네가 더 이상 과거처럼 야당의 텃밭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대충 가면 새누리당에 넘어갈지 모른다'는 거였어요. 더군다나 국민의당에서도 두 명이나 후보등록을 한 상태라 '분열의 영향'도 있기 때문에 대대적인 변화, 교체 바람이 불어야만 한다. 잘 왔고 열심히 하는 모습 보니 대견하고 반갑다'라면서 자발적으로 캠프에 참여해서 자원봉사 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이 늘었습니다.

이젠 거리에 나가 명함 드리면 '아! 누구한테 전화 받았다', '누구에게 얘기 들었다', 또 '어디에서 봤는데 또 보네!'라고 하시는 분들이 아주 많이 늘었어요. 이런 점에서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정착했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발품보다 정직한 건 없더라고요."

- 지역민의 요구는 무엇인가요?
"일단 변화에 대한 욕구가 강해요. 도봉이란 곳이 서울시의 맨 끝입니다. 제일 북쪽에 있는 자치구죠. 의정부와 맞닿아 있는 데다 시내 곳곳에서 접근성이 떨어져서 어지간한 공무는 서울이 아니라 의정부로 가서 일 보시는 분들이 적지 않죠. 그러다 보니 서울은 서울인데 '경기도에 반쯤 발 걸치고 있는 느낌'이 아주 강할 수밖에 없죠.

어떤 분이 '도봉은 구 전체가 개발제한구역 같다'는 말씀을 하시던데 정말 절감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는 모습을 간직한 건 정겹고 반가운 모습일 수도 있지만, 정작 거기에 사시는 분들에게는 안타깝고 서럽고 분통 터지는 일일 수도 있더라고요.

도봉산을 비롯한 천혜의 환경을 잘 보존하는 가운데 재산권 행사에 발목 잡힌 지역민들의 삶을 조금 더 개선하는 방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곳이 바로 도봉입니다. 접근성을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한 교통 인프라 개선, 잠시 머물다 떠나는 '베드 타운'이 아니라 지속해서 머무는 정착지가 되기 위한 교육 인프라 확충에도 신경 쓸 일이 아주 많고요.

또 정치라는 측면에서 보면 유인태 의원님께서 오랜 기간 지속해서 출마했던 곳이라서 새로운 얼굴에 대한 갈망, 변화에 대한 교체 요구 등이 저번에 굉장히 많이 깔린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 변화의 조짐들이 실제 지난 선거들에서 구체적으로 반영되어 나타났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야당의 텃밭이니 계속 표를 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다간 된서리를 맞을 수 있을 거'란 경고의 메시지를 유권자들이 지속해서 보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도봉을 이제는 야당의 텃밭이라거나 안전한 곳으로 인식하는 건 분명 잘못된 겁니다."

출마선언 위한 참배, "김대중·노무현이라면 호통칠 것"

- '도봉 을'은 유인태 더민주 의원의 지역구라서 경선 통과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여길 출마 지역구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인터뷰 후인 24일 유인태 의원은 발표된 컷오프 명단에 들어갔고 이를 수용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출마선언문에서도 썼던 것처럼 '헬조선'이라 불리는, 꿈과 희망이 사라진 '금수저들의 세상'을 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세상으로 바꾸는 출발점이 바로 야당의 변화라고 본 겁니다.

그런 점에서 정권교체와 의회 권력 교체가 절실한데요. 그러기 위해선 '저들을 찍으면 우리의 삶이 좀 나아지겠구나. 지지해주면 마음속에 꿈과 희망이 새록새록 커 나겠구나'란 기대감이 생겨야겠죠. 결국, 야당의 변화가 대한민국이 '헬조선'에서 탈출하는 시작점이라고 보고요. 그 변화는 더 젊은 대안세력들이 한 번에 힘들더라도 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당당하게 도전해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한 거죠.

당을 위해 헌신하고 애쓴 분들을 무조건 내치고 몰아내는 방식이 아니라, 당당하게 도전해서 유권자들로부터 자연스럽게 평가를 받는 것이 젊은 사람이 가져야 할 자세와 태도라고 봅니다. 역사와 전통을 잘 간직하며 신·구의 조화를 이뤄야 당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생기고, 그런 자부심이 '힘든 상황 속에서 서로를 지탱시켜 주는 힘'이 될 텐데요. 가끔 보면 우리 당의 정치적 자산관리 능력이 참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젊은 정치인들이 생각보다 힘든 길보다 쉬운 길을 가려 하는 것 같아 조금 안타깝죠.

두 번째는 앞서 드린 것에서 반복되는 말인데요. 도봉이란 곳이 이대로 가다간 새누리당에 넘어갈 가능성이 매우 큰 지역이에요. 제가 여론조사를 세 차례 정도 했는데, 정당 지지율이 새누리는 40%, 우리 당은 20% 나옵니다. 물론 이게 정작 투표로 갔을 때는 야권의 결집과 무당파가 결집하면서 상당 부분 좁혀질 가능성은 있겠지만, 어쨌든 과거보다 절대로 안심할만한 지역은 절대 아니에요. 김선동 새누리당 전 의원이 청와대 비서관으로 갔다가 다시 도전하는데, 거기에 걸맞은 젊고 당당하고 실력 있는 후보가 맞서야지만 수성을 할 수 있죠. 그런 점에서 여기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서울 '도봉 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서울 '도봉 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 김갑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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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마선언문에서 "참배정치와 하청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하셨던데.
"저는 부산대를 다녔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비판적 지지자로 선거운동을 했었고요. 잘 아시는 것처럼 노무현 대통령 캠프에 합류하면서 정치를 시작했어요. 그것은 두 사람에 대한 개인적인 '숭배'가 아니었어요. 대한민국이 더 공정한 자본주의와 더 건강한 민주주의의 세상으로 가기 위해선 그들을 통해 정권을 교체했을 때 희망이 있을 것 같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정권을 뺏긴 다음부터 야권세력의 정치가 어떤 세상으로 갈 건지를 두고 행해지는 게 아니라 누구의 정신을 계승하는 건지를 두고 진행돼오면서 심하게 망가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행태들이 맹신과 이중잣대의 남발로 이어지면서 끝없는 분열과 이탈로 귀결되는 모습을 보고 절대 그런 정치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죠.

이를테면 당 지도부가 새롭게 출범한다든지 또는 출마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출마선언 할 때마다 제일 먼저 전직 대통령 묘소에 가서 참배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어요.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이라면 '여기 좀 제발 그만들 오시오! 여기 올 시간에 가서 일들 하시오! 벼랑 끝에 걸린 서민들 곁에 가서 출마 선언도 하고 다짐도 하시오!'라고 호통치실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렸던 맹목적인 추종과 이중 잣대에 의해서 수많은 지지층 이반의 원인이 되는 '참배정치'는 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둘째로 '하청정치'에 대해 말씀드리면 86세대가 1990년대 중반 정당에 들어와서 거의 20년 된단 말이죠. 그 20년 동안 과연 그 민주화 세대 몫으로 할당받아 정치권에 대거 수혈된 선배들이 얼마나 많이 유권자들의 기대에 부응했는지 당당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과연 누가 그럴 수 있겠습니까? '아닌 건 아니'라고 얘기해야 할 때 '좋은 게 좋은 거'란 식으로 침묵하는 모습만 계속 지켜봤단 말이죠. 그런 것들도 반드시 극복해야 합니다. 명색이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사람들이라면 말이죠.

근데 그런 사람들이 '나는 누구입니다', '나는 어떤 일을 하겠습니다' 또는 '나는 이런 세상을 꿈꿉니다. 함께 해주시죠?'라고 해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으려고 해야죠. 그게 아니라 '나는 누구의 사람입니다', '나는 누구의 참모입니다', '누가 간택한 사람입니다'라고 앞세우는 건 상식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행태들이 앞서 얘기한 '참배정치'하고 궤를 같이하는 거고요. '누구의 정신'이나 '누구의 사람'이란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것이 과연 답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선배님들 이런 정치는 아니지 않습니까?'라며 정치를 시작한 젊은 정치인들이 그렇게 남의 이름에 기댄 '하청정치'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인물 영입, "과도기 정도로 받아들이기로"

- 더불어민주당이 표창원 전 교수 등을 영입하면서 화제가 되었죠. 하지만 최근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과 이수혁 전 6자회담 대표를 영입하며 정체성 혼란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영입에 대해 좀 말씀드리면, 선거 시기 영입은 두 가지 원칙에 부합해야 합니다. 먼저 누군가를 모셔오면서 당의 정책적인 풍요로움이나 정체성을 견고하게 할 수 있을 때, 두 번째는 누군가를 모셔옴으로써 선거에 실제 도움이 되는 경우죠. 그리고 그 둘 공히 당의 정강·정책에 부합하는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는 전제를 충족해야 하고요.

그런 점에서 김현종씨라든지 이수혁씨의 개성공단 발언은, 아무리 선거 시기이고 북풍이라는 것이 중간층 유권자들에게 제법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감안한다 해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발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발언들에 대해 당에서 아무런 제지가 없고 이의제기가 없다는 것에 실망하고 가슴이 아팠죠.

저희 당은 명색이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으로 이어지며 단 한 번도 포기한 적 없는 햇볕정책의 근간인 당입니다.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계속 만들어 나가는 길만이 남북 평화 공존의 초석이 될 수 있고, 그런 일들이 실제로 통일을 이루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끊임없이 국민에게 설파해온 정당입니다. 그런 것을 깡그리 부정하는 발언을, 그것도 입당 기자회견에서 했다는 건 우리 당과 당원들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김현종씨 영입으로 우리 당이 어떤 정치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 정동영 전 의원이 국민의당 입당을 택한 이유 중 하나가 개성공단 문제라고 합니다. 물론 더민주가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를 비판하긴 했으나 수위가 낮아요. 특히 김 비대위원장은 '북 궤멸론'이나 더불어민주당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햇볕정책 수정론' 등 보수에 가까운 대북관을 보이는데요.
"정 전 의원이 저희 당의 대북관을 핑계 삼을 만한 근거는 있었다고 봅니다. 여러 발언이 있었잖아요. 명색이 통일부 장관에 NSC 상임의장까지 지낸 사람 입장에서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었겠죠.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국민의당의 대북관이라든지 개성공단에 대한 입장이 정 전 의원이 지향하는 것과 부합하느냐, 아니라고 보거든요.

김종인 대표는 기본적으로 보수 인사지만 당이 리더십을 스스로 세울 수 없는 집단이기 때문에 모셔온 분입니다. 그래서 자존심도 상하고 솔직히 부끄럽기도 하죠. 하지만 저희 당의 현재 리더로서 선거를 이끄는 분이니 일단 따라야겠죠.

끊임없이 갈등 봉합을 스스로 못하던 시기에 제3의 인물을, 그것도 상대 진영에서 수혈할 수밖에 없는 특이한 상황이죠.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정체성의 일부 혼란이니 과도기 정도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김 대표가 김현종씨 영입 등에 대해서 '누구든지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지만 크게 개의치 않겠다'라고 하신 것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 입장에서 살짝 우려스럽긴 합니다."

- 2014년에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가 비대위원장으로 올 뻔 했잖아요. 그러나 이른바 '친노 강경파'의 반대로 무산되었어요. 하지만 이 교수와 함께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왔는데 반대하는 목소리가 없었어요. 둘이 다르냐면 다른 것도 아니에요. 결국은 '친노 수장'인 문 대표라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종의 이중 잣대죠. 굳이 차이가 있다면 그땐 선거 시기가 아니었고 지금은 선거 국면이기 때문에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게 불가피했으니까요. 저희가 스스로 리더십과 팔로우십을 보유하지 못한 정당의 한계를 스스로 노출한 모습이 있기 때문이죠. 이런 부분을 충분히 극복하고 두 번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정체성을 강고하게 세우는 걸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세대와 세력이 이 땅에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 번 더 하고 싶어요."


태그:#김갑수, #도봉을,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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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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