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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전직 대학교 총학생회장 등에게 '노동개혁'에 찬성하는 인터뷰를 요구해 빈축을 사고 있다.

서재우 고려대 전 총학생회장은 지난 6일 페이스북 개인 계정에 "지난 월요일, 고용노동부 청년 고용 기획과로부터 노동개혁과 관련하여 청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전화를 받았다"며 "거절의사를 밝히려 하였으나, (담당자가) 내부 보고용 자료인데, 인터뷰 내용은 정해서 주겠다는 뉘앙스로 이야기했다, 순간 제 귀를 의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저는 현 노동개혁에 찬성하지 않을 뿐더러 고용노동부로부터 정해진 틀로 인터뷰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에 거절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거절의사를 밝혔음에도 고용노동부는 같은 날 서 전 회장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의 인터뷰 각본을 보냈다.

"국민의 목소리 동영상, 부처별로 1명씩 섭외"

고용노동부가 서 전 회장에게 보낸 사진. 인터뷰 각본이 상세하게 짜여 있었다.
 고용노동부가 서 전 회장에게 보낸 사진. 인터뷰 각본이 상세하게 짜여 있었다.
ⓒ 서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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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실천하겠습니다. (동영상 재생 후)

○ 인터뷰 참여자: 청년(구직자)
○ 인터뷰 주요 내용(20초)

-아직도 취업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취업을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지만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일자리의 문은 여전히 좁습니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정년 60세가 도입되어 기업들이 일자리를 더 줄일 수 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이 한시라도 빨리 마무리 되어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본인 이야기나 하고 싶은 말씀을 추가하셔도 됩니다.

국민의 목소리 동영상
부처별로 1명씩 섭외

그는 "참여 의사가 없음을 재차 밝히니 곧바로 실수로 보냈다, 죄송하다는 문자가 왔지만 내용을 보고 참 화가 많이 났다"며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실천하겠다'는 표어와 모순적으로 이미 정해진, 비논리적인 인터뷰 내용을 보니 헛웃음이 나오더라"고 비판했다.

또 서 전 회장은 "지난 한 달간 정말 많은 국민들이 입장을 내지 않았던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만이 '국민'인가"라며 씁쓸하게 글을 끝맺었다.

이 소식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고용노동부는 지난 7일 해명자료를 내고 "아이디어 차원에서 지난해 6월 '청년일자리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 대학 총학생회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사실은 있으나, 본인의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인터뷰를 요청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안에 대한 찬성 의견만을 인터뷰하려 했다는 비난을 피하긴 어렵게 됐다.

서 전 회장은 논란이 커지자 같은 날 오후 페이스북 계정에 새로 글을 남겼다. 다음은 서 전 회장이 페이스북에 남긴 글 전문. 

"정말로 옳은 정책이라면 국민을 설득했어야"

여전히 국민의 입장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고용노동부

많은 분들의 관심으로 어제 올렸던 제 게시물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찬성 인터뷰 종용, 조작 의혹 등으로 보도되었는데, 물론 본질적으로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는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겠지만, '각본', '조작' 등 자극적인 단어로 인해 본질이 다소 흐려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고용노동부의 해명을 듣고 나니, 문제의식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도 부족한 필력, 기억에 의존한 서술로 인해 정확하게 전달이 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괜히 여러분께 피로감을 드리는 것은 아닌지 한 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하지만, 최소한 어제 글을 읽은 분들께는 정확한 의도를 전달하고 싶어 다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고용 노동부의 해명으로부터 다시 한 번 생각해보려합니다. 해명한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찬성 인터뷰를 강제한 적은 없다.
2) 각본을 짠 것이 아니라 찬성하는 입장의 의견을 듣고 이를 20초 분량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것이 실수로 잘못 전달 된 것이다.

우선, 첫 번째 내용은 사실입니다. 제게 인터뷰를 강요한 사실은 없었으며 제 생각을 바꾸려는 시도를 한 것 역시 아니었습니다. 2번은, 실수로 저에게 잘못 전달된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그 앞의 내용은 사실 관계 파악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처럼 정리된 주장에 의하면, 제가 어제 이야기 했던 내용은 편집된 사실로 인한 왜곡된 주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저도 일부 인정하고, 어제 글을 보셨던 여러분께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저 역시 어제 글을 쓸 당시 모든 사실 관계에 의존하여 작성한 것이 아닌 직접 경험한 사실로부터의 추론을 기반으로 제 의견을 전달한 것, 즉 필연성을 기반으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개연성을 기반으로 작성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고용노동부 측에서 찬성하는 입장의 청년들을 찾았던 것이고, 찬성하는 입장이 아니면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반대하는 입장은 이미 인터뷰를 하였고 찬성하는 입장의 인터뷰를 찾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실제로 몇몇 지인 분들께서도 이런 말씀을 해주시더군요. 언론사 등에서도 사안에 대해 파악할 때는 찬성, 반대 양쪽 의견을 둘 다 알아보고 균형점을 맞추려고 한다고 말이죠. 그러니 이해가 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는 것이죠.

제 문제의식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정부 부처는 사안의 찬반을 균형 있게 맞추는 곳이 아닙니다. 그들이 매번 이야기 하듯,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실천하는 곳이 아니던가요.

찬성의 입장을 찾을 정도로 국민들이 다른 입장에 서있다면, 국민의 의견을 가감 없이 듣고 다시 한 번 정책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이 정부 부처의 올바른 역할이 아닐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이 생각했던 정책과 내용이 정말로 필요하고 옳다고 생각한다면, 국민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를, 설득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국민들이 정말 보고 싶은 정부 부처의 모습이지 않을까요.

다시 한 번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날입니다.


태그:#고용노동부, #대학생, #노동개혁, #인터뷰, #각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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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을 공부하는 대학생. 사회의 어두운 곳을 비추는 기자가 되길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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