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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부산빈민현장활동 공평 !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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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나는 학생운동을 하고 있었다. 용산참사라는 끔찍한 일이 있던 해였다. 당시 나는 부산 빈민 주거촌에서 '빈민현장활동'이라는 이름으로 연대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서울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예사롭지 않았다.

빈민 1명과 경찰 1명의 사망 소식이 들렸고 당시 빈민현장활동 분위기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슬픔도 잠시 어떻게든 참사의 진실을 세상에 알려야 했다. 그래서 나는 펜을 잡게 되었다. 용산참사의 진실을 알리고 부산에도 용산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를 하기 위해 글을 썼다.

블로그라는 매체도 있었지만 더 많은 사람이 보았으면 하는 마음에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써서 보냈다. 처음 글을 적었을 때 A4 용지 3매 분량을 6시간 동안 컴퓨터와 씨름하며 자판기를 두들겼다.

처음 쓴 기사는 오마이뉴스 메인 페이지에 걸리지 못했지만 정식 기사로 채택되었다. 이후 나는 내 주변 사람들의 문제를 알려내기 위해 기사를 꾸준히 썼다. 나름 오마이뉴스 메인에 배치되기도 하고 이달의 뉴스게릴라로 선정되어 상금도 받았다.

논평 앞에 무너진 글쓰기에 대한 자만심

오마이뉴스 메인 페이지에 내 글이 배치가 되면서 글쓰기 별 거 아니라는 자만을 떨었다. 지금처럼 기사를 꾸준히 쓰면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글로 표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2년간 군대에 갔다 오고 정당에서 일하게 되면서 논평을 쓸 기회가 있었는데 막막했다.

논평은 어떤 의제에 대해 한 단체/정당의 입장을 명확히 표명해야 한다. 하지만 깊이 생각을 하고 글을 써도 명확한 우리 당의 입장이 드러나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여러 번 퇴고를 거쳤지만 글이 매끄럽지 않았다.

내가 글을 쓰는 건지 아니면 여러 자료를 모아서 나열을 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멘붕! 순간 글쓰기가 나의 취미라고 말했던 과거가 부끄러워졌다.

<서민적 글쓰기>의 서민 글쓰기 지옥훈련!

당분간 글쓰기를 멈추고 내 글이 뭐가 문제인지 분석했다. 그 와중에 아는 선배 추천으로 서민 씨의 <서민적 글쓰기>라는 책을 만났다.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글을 정말 못 쓰는 사람이었다고 고백한다. 30살이 돼서야 제대로 독서를 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전까지는 남들처럼 학교 교과서만 보고 쓰라는 글만 써왔다고 했다.

하지만 서른이 되어 세상 보는 눈이 달라졌고 뭔가 사회에 대해 여러 사람과 글로 소통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글을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데뷔작이었던 <소설 마테우스>는 정말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고 싶을 정도로 못 쓴 책이라고 평가한다.

저자의 글쓰기는 지옥훈련과 같다. 매일 5년 동안 종이 신문을 정독하며 빨간 펜으로 밑줄 팍팍 그어가면서 세상을 알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메모지와 펜을 가지고 다니며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글감을 메모했다. 뿐만 아니라 5년간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글쓰기를 실천하여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고 한다.

특히 저자는 블로그 글쓰기를 강추했다. 블로그에 글을 쓰게 되면 불특정 다수가 보게 되어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글도 볼 수가 있어서 많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매일 어떻게 글을 쓰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일기처럼 매일 한 줄이라도 글 쓰는 연습을 한다면 세상을 새롭게 표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멘붕 와도 써야 한다

<서민적 글쓰기>의 서민을 만나서 내 글쓰기의 문제점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쓴 글을 쭉 보면 비슷한 형식과 관점의 글만 써왔다. 주로 집회나 학생들과 정치활동을 하고 그것에 대한 현장 스케치 중심의 글을 적었다.

그런 형식의 글만 적다 보니 논평과 같이 내 주장 혹은 단체의 주장을 하는 글쓰기에 서툴다. 여러 가지 형식과 주제에 대한 글쓰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멘붕이 와도 글쓰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지난 11월 논평 쓰기에 실패하고 다시 논평을 쓰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물론 논평은 단체를 대표하는 글이라 조심스럽다. 그래서 개인 블로그를 통해서 먼저 수련을 하고자 한다.

얼마 전부터 국제신문, 부산일보를 보면서 부산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짧은 논평을 하고 있다.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사실을 그대로 옮기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쓰면 쓸수록 그 문제를 파고들어 나만의 의견을 피력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서민씨는 글로 뜨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글쓰기 지옥훈련을 했다고 한다. 난 내가 쓴 글이 부산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기를 염원하며 글쓰기 훈련에 정진해야겠다. 내년에는 논평 써야지.


서민적 글쓰기 - 열등감에서 자신감으로, 삶을 바꾼 쓰기의 힘

서민 지음, 생각정원(2015)


태그:#서민적글쓰기, #서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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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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