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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 선생. 우리는 한국에 일종의 투자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보험, 은행, 증권, 자산관리 등 금융과 의료(의약, 의료기기, 의료서비스), 건강식품을 포함한 식품에서 투자기회를 갖길 원합니다. 관련 프로젝트가 있다면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금융, 건강, 식품 등에서 한국에 투자할 프로젝트를 요청하는 내용이다
▲ 중국 기업 투자유치 담당자가 필자에게 보낸 웨이신 금융, 건강, 식품 등에서 한국에 투자할 프로젝트를 요청하는 내용이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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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은 12월 중순 중국에서 열손가락에 꼽히는 종합그룹의 동아시아 쪽 투자 담당자가 기자에게 웨이신(중국판 카카오톡)을 통해 보내온 내용이다. 중국 쪽 투자유치나 투자를 맡고 있는 이들의 대부분은 최근 이런 내용을 받았을 것이다. 말 그대로 중국의 한국 기업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에 대한 역풍도 만만치 않다. 최근 한 중앙일간지는 <중국 자본의 '한국기업 사냥'>이라는 제목의 1면 톱기사를 통해 이런 상황이 주는 위기감을 전했다. 기사는 중국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인수 등 금년 들어 중국이 19억 달러를 투자해 한국의 우량 기업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중국기업의 한국기업 인수는 '첨단 기술과 축적된 노하우를 통째로 흡수해 국제경쟁력을 키우려는 포석'으로 보고, 향후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상하이자동차의 먹튀 논란을 재현할 것을 걱정했다.

정말 중국은 한국을 투자처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고, 우리를 삼키러 오는 아나콘다 같은 존재일까? 기자는 1999년에 중국으로 건너가 10년을 거주하면서 중국을 지켜봤고, 2008년에 귀국했다. 2010년에는 전문 공무원으로서 중국 투자유치와 교류를 맡고 일하다 최근 중국 전문 컨설턴트로 독립적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직접 수많은 일들을 수행했고, 또 많은 포럼이나 세미나를 통해 관련 정보를 파악하고, 지식을 축적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내에 일고 있는 중국 투자 자본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표현할 말은 격세지감이라는 말 밖에 없다.

중국기업에게 한국은 아직도 먼 투자처

기자는 이달 중순 베이징과 상하이를 방문해 현지 대기업을 상대로 한국 투자를 요청하는 활동을 벌였다. 지난 수년간의 활동에서도 느낀 인상은 이번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국기업이 1위를 차지하던 굴삭기 시장을 장악한 것은 물론 글로벌 500강 기업이 된 싼이(三一)중공업의 담당자는 한국시장에 대한 인상을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건설시장이나 장비제조 시장이 그리 크지 않다. 우리는 이미 미국, 독일, 인도, 브라질 등에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전세계 120여국에 영업망을 구축해 국제화를 서두르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 시장의 폐쇄성이나 시장 규모가 작아 진출이 쉽지 않다."

이런 관점은 대규모 공장은 물론이고 부품산업 등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이 꼽은 한국 진출의 가장 큰 문제는 시장이 적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럴까. 한국은 객관적으로 적은 시장이 아니다. 한국의 경제규모는 11조 달러로 중국에서 가장 경제 규모가 큰 광둥성과 비슷하다. 광둥성은 중국의 한 성이지만 면적은 18만 평방킬로미터 가량이고, 이 지역의 언어는 중국 보통화와는 전혀 다를 만큼 문화적인 차이도 만만치 않다. 반면에 한국은 중국 동북이나 동쪽 지역에서는 물류 등에서 광둥에 비해 휠씬 가까운 지역이다. 그럼에도 중국 사람들 대부분은 한국을 그저 작은 시장으로만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우리 정부가 중국 내에 한국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주지 않은 것도 주요 원인 중에 하나다.

삼일중공업은 글로벌 500강기업이며, 굴삭기 등 건설기기는 물론이고, 세계 고층건물 대부분에 레미콘을 제공하는 업체다
▲ 베이징 삼일중공업 삼일중공업은 글로벌 500강기업이며, 굴삭기 등 건설기기는 물론이고, 세계 고층건물 대부분에 레미콘을 제공하는 업체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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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대한 인식 못지 않은 것이 한국인이나 한국기업이 지나치게 폐쇄적이어서 외국기업이 진출하기 쉽지 않다는 인식을 가진 것도 큰 원인이다. 과거에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자국산 차를 쓰는 애국적인 마인드를 가졌다고 칭찬했지만, 결국 자국민이 한국에 갈 때도 그런 벽이 있다는 것을 고정관념의 하나로 갖게 된 것이다.

이번 방문길에 만난 베이징자동차 전기차 부분의 담당자의 말은 그런 인식을 그대로 보여줬다.

"베이징 자동차는 금년에 1만47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중국 1위, 세계 4위에 올랐다. 우리는 한국 현대랑 합작 파트너고, 한국 시장도 가치있게 본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는 현대 등 자국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강해서 아직 고려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 자동차 회사들에게 한국은 쌍용자동차의 경우가 있어 쉽지 않은 투자처로 각인된 부분이 많다. 특히 한국 노사문제는 중국기업이 한국 진출하는데,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 역시 지나친 선입견이다. 현재 한국에 투자한 외국기업인 GM, 타타, 르노 등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안착했다. 쌍용차의 경우 내부 문제도 복잡하고, 양국의 문화를 이해한 후 협상을 진행할 만한 능력의 부재가 원인이 된 측면이 크다. 상하이자동차는 중국내에서도 가장 먼저 외국기업(폭스바켄)을 받아들여 합작에 성공한 회사여서 기술적인 측면 보다는 해외 진출의지를 한국에서 시험하고자 했는데, 나쁜 선례가 된 사례로 파악될 수 있다.

중국의 한국 투자 트렌드

시장이나 투자장벽의 문제가 있지만 중국 자본은 최근 들어 한국에 확실한 투자 트렌드를 갖고 있다. 가장 큰 배경은 시진핑 정부가 중국 시장에 안주하지 말고, 국제 경쟁력을 갖도록 요구하는 측면이 크다. 중국 정부는 지속적인 해외자본 유치는 물론이고 중국기업의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권장해 국제경제협력 지구에 지원을 강화하는 등 해외 진출 장려책을 쓰고 있다. 이제 한국도 저우추취(走出巨) 정책의 고려 대상으로 부각한 것이다.

이에따라 최근 중국의 한국 투자도 확대됐다. 2010년부터 금년 6월까지 중국의 한국 투자신고 누적 금액은 8조5689억원이다. 이 가운데 서비스업이 7조3451억원이고, 제조업이 1조738억원이다. 나머지는 전기·가스·수도·건설(753억원)과 농축수산 및 광업(746억원)이다.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2014년 대비 2015년 상반기까지 신고금액이 88.7% 급증하는 등 증가세에 있는 것이 뚜렷하다. 그간 중국 자본의 한국 투자의 도드라진 경우는 중국 녹지그룹의 제주헬스케어단지 투자, 탄센트의 다음카카오 투자,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인수, 중국 동포들에 의한 도소매업이나 음식점 투자 등이 도드라진 경우로 볼 수 있다.

2005년 쌍용자동차에 투자해 부정적인 결과를 내고 물러난 상하이자동차나 무안한중산단(후에 한중미래도시)은 상호에게 나쁜 이미지를 줬지만 이후 중국의 한국 투자는 서로에게 긍정적인 면이 많았다. 중국 기업 랑시가 아가방에 투자를 공시한 이후 3개월 동안 주가가 130% 상승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중국자본의 투자를 받은 초록뱀도 재무구조개선과 신사업 진출로 기업가치가 상승되어 공시 전후 주가가 140% 상승했으며, 디에스티로봇, 바이오코아, 레드로버 등도 주가 상승 효과를 봤다.

긍정적인 효과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아비스타는 중국 전용 신규 브랜드를 론칭했고, 아가방은 중국 온라인 사이트에 입점하는 방식으로 중국 시장 진출 기회를 잡았다. 레드로버는 투자사인 중국 수닝그룹의 온오프 라인 마케팅 도움으로 제작편수가 증가하고, 마케팅 비용이 주는 협업을 이루었다.

한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 들도 자국내 주식시장에서 선전하면서 한국 진출이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다는 분위기가 고조되는 셈이다.

향후 중국의 한국 트렌드와 유의점

제주 지역은 녹지그룹을 비롯해 벌써 5곳 이상의 중대 규모 관광투자가 계획되어 있다. 하지만 금년 3월 대법원이 말레이시아 화교그룹인 버자야의 리조트나 분마 이호랜드, 무수천 개발 등 수곳의 관광시설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판결해 대부분 정지 상태가 됐다. 버자야리조트 등 개발사업을 위해 땅이 수용된 토지주들은 원래 예정된 유원지 개발에 현지 추진되는 판매형 부동산을 건설하는 것이 수용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에서 승리하면서 기존 개발사업이나 관광시설 투자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버자야그룹은 공사를 멈추고, 땅을 개발한 제주개발센터(JDC)를 상대로 3500억원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버자야리조트를 비롯해 분마이호랜드, 무수천 등의 중국에 의한 관광개발이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멈춘 상태다.
▲ 제주 분마이호랜드 부지 버자야리조트를 비롯해 분마이호랜드, 무수천 등의 중국에 의한 관광개발이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멈춘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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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자야그룹의 실패와 부산 엘시티에 투자했던 중국공정총공사의 철수 등을 계기로 한국에 관광시설을 짓는 대규모 투자는 열기가 식어 신규 투자유치도 쉽지 않은 상태다. 다만 지속적으로 나는 중국 관광객과 향후 실시된 한중간 비자 완화 등을 감안할 때, 관광시설 투자도 재개될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반면에 기사의 초반에 소개된 금융, 의료, 바이오, 문화, 식품 등의 투자는 향후 가능성을 갖고 있다. 기자는 지난 출장에서 중국 식량사업을 총괄하는 중량그룹의 투자담당 사장을 면담했다. 글로벌 500대기업으로 14만명의 직원을 둔 중량그룹은 최근 옥수수의 사례를 들면서 한국 등의 중국 식품 수출 가능성을 말했다. 최근 중국산 옥수수의 단가가 급증하면서 대부분의 분량은 자국 시장에도 부족해 외국에서 수입하는데, 한국은 건강보조식품이나 약재 등 고부가가치 식품을 중심으로 중국에 수출할 가능성을 말했다. 실제로 중량그룹 1층 전시장에는 한국에서 수입한 유자차가 10,000원 정도로 팔리고 있었다.

중량그룹은 식량산업의 기초를 담당하지만 장청포도주, 멍뉴 유업 등 중국 식품 브랜드를 지배하는 강자다. 자사 제품을 설명하는 관계자와 이 매장에 전시된 한국수입 유자차(하단)
▲ 자사의 상품을 설명하는 중량그룹 관계자와 여기에 있는 한국 유자차 중량그룹은 식량산업의 기초를 담당하지만 장청포도주, 멍뉴 유업 등 중국 식품 브랜드를 지배하는 강자다. 자사 제품을 설명하는 관계자와 이 매장에 전시된 한국수입 유자차(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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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국내 대기업이나 제약기업이 미래 산업으로 육성하는 바이오는 특허권이 보장되고, 시장이 큰 만큼 성급한 투자유치보다는 자체 연구 능력을 키우면서 미래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손 놓지 말아야

방송 다큐멘터리의 제목으로도 사용된 '용의 등에 올라타라'는 한비자의 이야기는 이제 많은 이들에게 익숙하다. 중국은 이미 G2의 반열에 오른 용임에 틀림없다. 물론 옆에 용이 승천하든 말든 관여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소의 등을 타서 12간지의 첫번째가 된 쥐라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한국 경제를 견인해오던 중국 수출이 이미 후퇴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방관은 곧 한국경제의 파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인식해 이전과 다른 대중국 전략을 짜야 한다. 우선 기존 중국 수출의 중심이던 철강이나 화학제품이나 전자, 자동차 등의 부품이나 중간재 수출은 절대량이 줄어가는 상황을 인정해야 한다. 정부는 한중FTA를 통해 수출 회복을 예상하지만, 이미 팔 수 있는 물건이 없는 상황에서 관세장벽 완화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는 극히 적다. 오히려 전기자동차나 이동전화 등 제조업은 물론이고 핀테크를 앞세운 금융 등에서 중국이 한국에 진출할 경우 한국 시장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만큼 방어전략부터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국력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두나라 기업 간 시너지를 통해 중국은 물론이고, 동남아 등 세계시장에서 나아갈 수 있는 분야에 협업 분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국 전문가 풀을 확보하고,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다. 기자도 활동했던 국내 중국 투자유치 분야에서 사무관급 이상 전문공무원은 우리나라를 통틀어도 7~8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은 위로 올라갈 자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자리마저도 갈수록 위협받는 처지다. 코트라 등 전문기관에 전문가가 있지만 정부는 물론이고 지자체와도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거의 공동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 실무선에서 중국 문화를 이해하고, 언어가 충분히 갖추어진 전문가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현재 중국에 체류하는 유학생 숫자가 7만명 가량임에도 이들이 더 높은 단계의 한중 교류 전문가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정부의 방관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 12월 4일 중소기업청 주최로 열린 '중국 자본의 한국 투자현황 및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가장 많이 나온 목소리는 중국을 상대하거나 투자유치를 할 수 있는 기업을 체계적으로 분석 정리하고, 이들이 자신들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펀드 활동이나 전자상거래 기반 조성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법무법인 율촌 변웅재 중국팀장은 "중국의 한국 투자를 방어하려기 보다는 한국 투자를 통해 국제화를 성공시키거나 상장을 실현하는 등 성공적인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투자기업 선정은 물론이고 사후관리, 협상력 확보, 공동M&A가 가능한 중소기업 투자 한중 전문펀드 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 주관으로 열린 중국 자본 한국 투자 관련 세미나
▲ 중국자본유치 관련 세미나 중소기업청 주관으로 열린 중국 자본 한국 투자 관련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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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지난해 중국 CNPV사의 5800억원 유치의 실무를 담당해 산업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협약 체결 후 투자사는 제조업 공장 부지 매입 등을 논의했지만, 1년 반 후로 예정된 공장 공사가 끝나도 전기 공급을 확신할 수 없다는 한국전력의 답변으로 첫 삽도 뜨지 못했다. 다행히 200억원이 투자되는 태양광 발전소의 착공은 시작됐지만, 한전은 송전탑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제조공장을 위한 전력공급이 어렵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도로, 전기, 수도, 가스는 물론이고 건물까지 지어놓은 상태에서 기업 유치를 하는 곳이 많은데, 가장 초보적인 개발사업을 위한 유치를 하는 한국을 엉뚱한 시선으로 보는 게 대부분이다.

투자유치의 상식이 있다면 새만금 등 국책사업이나 주요 투자유치 프로젝트는 국가가 주관해 개발사업을 마친 후 투자유치를 진행하는 것이 상식이다. 또 경제청 간 대동소이한 투자유치 경쟁을 지양하고, 지역에 맞는 투자유치 프로젝트를 정비해, 정부 차원에서 투자정보를 중국 측에 제공해야만 성과가 따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관련 내용은 매주 화요일 오전 8:30분에 방송되는 국민라디오 민동기의 뉴스바 '조창완의 달콤한 중국 이야기'를 통해서도 방송됩니다.



태그:#중국, #투자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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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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