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23일 오후 4시53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신 스틸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세 배우.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신 스틸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세 배우. ⓒ tvN


연기력으로 무장한 독립영화 배우들이 화제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통해 주목받고 있다. 대중은 새로운 배우들의 등장을 반기는 모습이지만, 사실 이들은 독립영화 쪽에서는 오래 전부터 주목받던 배우들이었다.

<응답하라 1988>에 출연하고 있는 대표적 독립영화 배우들은 성보라 역의 류혜영, 김정봉 역의 안재홍, 장미옥 역의 이민지다. 이들의 공통점은 국내외 영화제와 영화상 등에서 수상하며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는 점이다. 이들의 최근 부상은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다. 드라마를 통해 독립영화 배우들의 숨겨진 저력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회비판 의식이 강한 독립영화 진영이 정부와 지원 축소 등에 맞서 대립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들의 활약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독재정권 시절인 격동의 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독립영화 배우들이 물 만난 고기처럼 당시를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류혜영] <미성년>으로 주목받기 시작... <잉투기>로 신인 여자연기자상 수상

 2011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양익준 감독의 <미성년>에 고등학생 역으로 출연한 배우 류혜영

2011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양익준 감독의 <미성년>에 고등학생 역으로 출연한 배우 류혜영 ⓒ 전주국제영화제


단편영화에 종종 출연해오던 성보라 역의 류혜영은 지난 2011년 12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상영된 양익준 감독의 단편 <미성년>에서 주목받는 연기를 보여줬다. 전주영화제 단편 프로젝트로 제작된 작품 중 하나였던 <미성년>은 실연의 아픔을 겪은 한 남자가 우연히 여고생과 술을 먹고 같이 자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류혜영은 당돌한 고등학생 역으로 출연했는데, 극을 잘 주도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똥파리>로 김꽃비 배우를 뜨게 한 양익준 감독의 작품이었기에 더욱 기대를 받아왔다.

2013년 개봉한 엄태화 감독의 장편 <잉투기>는 배우 류혜영의 존재감을 부각시킨 작품이었다. 앞서 2011년 엄 감독의 단편 <하트바이브레이터>에 출연하기도 했던 류혜영은 <잉투기>로 15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2014) 신인 여자연기자상을 수상했다. 앞서 2012년에는 단편 <졸업여행>으로 6회 상록수다문화국제단편영화제 여자연기상을 수상하는 등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또한 류혜영은 2013년에 39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옴니버스 단편으로 구성된 <서울연애>의 주연을 맡기도 했다.

[안재홍] 송강호가 극찬한 배우... <족구왕>으로 각종 연기상 수상

 독립영화 <족구왕>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안재홍

독립영화 <족구왕>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안재홍 ⓒ 광화문시네마


김정봉 역의 안재홍이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는 <1999, 면회>를 통해서였다. 군대 간 친구를 면회 간 고교 동창들의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2012년 17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선보였다. 안재홍은 함께 출연했던 배우들과 공동으로 '부산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남자배우상'을 수상했다.

안재홍은 또한 2014년 개봉한 <족구왕>에서 주연을 맡아 맹활약했다. 독립영화의 블록버스터란 의미로 인디버스터라 불린 <족구왕>에서 복학생 역으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는데, 돋보인 연기 덕분에 올해 4월 독립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제2회 들꽃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어 8월에는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선정하는 제15회 디렉터스 컷 시상식에서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배우 송강호가 극찬했을 만큼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데, <응답하라 1988>에서 강동원이 주연한 <늑대의 유혹>을 패러디 장면으로 큰 화제를 낳기도 했다. 윤성호 감독의 <출중한 여자>에서 천우희와 함께 주연으로 활약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응답하라 1988>을 통해 대중에게 각인됐지만, 독립영화계에서 그는 이미 스타급으로 부상중이다.

안재홍은 배우뿐만 아닌 감독이기도 한데, 직접 연출한 단편영화 <열아홉, 연주>가 2014년 서울독립영화제에 상영되기도 했다. 단편영화 제작도 이어나가겠다는 자세다.

[이민지] 단편으로 세계 3대 영화제서 주목... "특별전 여는 배우가 꿈"

 2013년 칸 영화제 단편 부문 황금종려상 수상작 민병곤 감독 <세이프>에서 주연을 맡은 이민지 배우

2013년 칸 영화제 단편 부문 황금종려상 수상작 민병곤 감독 <세이프>에서 주연을 맡은 이민지 배우 ⓒ 세이프


장미옥 역을 맡은 이민지는 배우들 중 수상경력이 가장 화려하다. 세계 3대 영화제를 두루 섭렵해 '독립영화계의 전도연'이란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다. 단편 <세이프>는 2013년 칸 영화제 단편 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부서진 밤>은 2011년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 부문 은곰상을 받았다. <초대>는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부문 단편 대상을 수상하는 등 출연작들마다 국제적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에서는 연기상을 수상했다.

출연한 작품들 다수가 국내외 영화제에 초청되고 수상 소식이 이어지며 상복 많은 배우로 통한다. 장단편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들에 꾸준히 얼굴을 비추고 있는데, 서울독립영화제 등 주요 독립영화 행사에도 <응답하라 1988>을 통해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키고 있다.

이민지는 2013년 독립영화 전문 잡지 <나우(NOW)>와의 인터뷰에서 "작품 하나 대박 나는 것보다, 얇고 길게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배우 정인기 선배님이 출연한 작품들을 모아놓은 특별전을 보면서 10년 안에 영화제에서 특별전을 치를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금의 내 작은 꿈이다"는 소망을 나타냈다.

○ 편집ㅣ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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