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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32살 늦깎이 중국 유학생입니다. 지난 2011년 계획에 없던 중국어 공부를 처음 시작한 후, 올해 7월 중국 랴오닝성 진저우시 현지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이후 중국을 더 가까이 느끼고자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중국의 일상생활과 유학에 얽힌 에피소드를 담담하게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 기자말

중국 음식은 그들의 역사와 함께 오랜 시간 동안 발전해왔다. 이미 세계에서 즐기는 요리이며 우리 식생활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다. 넓은 토지에서 나는 풍부한 식재료만으로도 수많은 요리가 만들어진다.

이번 편에서는 학교의 식문화를 주제로 소개하겠지만, 전반적으로 느꼈던 현지음식에 대한 감상도 같이 풀어볼까 한다. 출발하기 전 상상과 현지 중국음식이 사뭇 달랐기에 상당히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남아있다. 짜장면과 탕수육밖에 몰랐다가, 그곳에 가서야 중국음식에 대한 나의 지식이 너무도 편협했음을 깨달았다.

낮은 물가에 취해 호화스러웠던 유학 초반

 중국 전통 과일 꼬치인 탕후루(糖葫芦). 학교 내에서도 파는 곳이 많다.
 중국 전통 과일 꼬치인 탕후루(糖葫芦). 학교 내에서도 파는 곳이 많다.
ⓒ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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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중국에 방문했을 때 방송에서만 보던 회전용 테이블에서 밥을 먹었다. 특별한 날에만 가는 고급 중식당 같았다. 교내에 있지만 손님 대접이나 교수들을 위한 곳이었기 때문에 학생식당보다 월등히 비쌌다. 하지만 당시 한국 물가에 익숙해져 있던 우리는 음식들이 상당히 저렴하다고 생각했다. '싸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더니 우리를 통솔하던 학장님이 충고의 말을 던졌다.

"지금 아무리 밥값이 싸다고 좋아해도, 입학 후 한 달만 지나면 이런 곳은 비싸서 못 가게 될 거다."

당시 모두 코웃음을 치며 동의하지 않았다. 충고를 비웃듯 초창기에는 비교적 고급스러운 곳을 매일 들락거렸다. 고급이라고 해도 한 끼에 인당 한화 5000~6000원 이면 충분했다. 한국 분식집에서 돈가스, 라볶이를 주문하듯 유학생 몇 명이 모여 요리를 시켜 먹었다. 실제로 가격 또한 비슷했다.

하지만 학장님의 예언(?)은 이내 현실이 됐다. 진저우 현지 물가에 익숙해지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주 갔던 식당의 꿔바로우(얇게 저며 튀긴 돼지고기를 달콤한 소스에 볶은 요리)는 한화로 3000원 정도였고, 학생식당에서 마음대로 골라 먹어도 2000원 이면 충분했다. 매일 5000원이 넘는 돈을 쓰면서 식사를 해결한다는 것은 어느새 사치가 됐다. 정말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모든 식사는 학생식당에서 해결하게 됐다.

학교 식당에 익숙해지기까지

 학생식당 전경. 반찬을 고르면 식판에 담아 준다. 무료로 떠먹을 수 있는 계란국이 상시 구비되어 있다.
 학생식당 전경. 반찬을 고르면 식판에 담아 준다. 무료로 떠먹을 수 있는 계란국이 상시 구비되어 있다.
ⓒ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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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식당은 규모가 꽤 크다. 약 3만 명이나 되는 학생을 수용해야 하기 때문에 식당 건물만 네 동이 있었다. 하지만 식사 때가 되면 사람들로 넘쳐 항상 자리가 모자랐다. 그 외 과일가게나 슈퍼마켓, 작은 매점 등도 곳곳에 구비돼 있다.

처음 학생식당을 찾았을 때 솔직히 달갑지 않았다. 음식이 기름진 것은 둘째 치고 쌀이 우리나라와는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많은 인원을 수용해야 하는 탓에 밥을 쪄낸 탓도 있겠지만, 딱딱한 식감에 턱이 얼얼했다. 외부에서 먹는 밥도 별다를 것이 없었던 것을 보면, 쌀 차이임이 분명했다. 직접 쌀을 사다 지으면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었지만 요리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귀찮은 일이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익숙해질 때까지 먹는 수밖에 없다.

기본 시스템은 여러 가지 나열된 반찬을 고르면 가짓수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는 식이다. 고기류를 선택하면 가격이 올라간다. 보통 8위안(한화로 약 1500원)이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하다. 물론 다른 음식 종류도 굉장히 많다. 음료나 두유를 파는 음료수바도 따로 있고, 만두나 전병 같은 간단한 간식도 판다. 인스턴트 라면에 계란이나 소시지 같은 재료를 추가해서 끓여주는 곳도 있다. 게다가 한국 음식을 파는 곳도 있다.

진열돼 있는 반찬을 처음 시켰을 때 식욕이 돌지 않았다. 어떤 반찬이든 기름이 흥건하고 접해보지 않았던 요리라 맛이 없었다. 무엇보다 음식 대부분이 너무 짰다. 다른 지역에서 온 중국인도 이곳 음식이 짜다고 말할 정도였다. 동북 지역 음식의 특징인 듯하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지라 반년이 지났을 때는 간이 적당해졌다. 오히려 한국에서 먹는 음식이 싱거워져 귀국해서 입맛을 다시 돌리는 데 애를 먹었다.

초반에는 무조건 김치찌개나 불고기 같은 한국음식만 사먹었다. 맛은 한국과 약간 차이가 있긴 했지만 그런대로 입맛을 달래기엔 충분했다. 시간이 지나 점차 중국음식이 입에 맞아 가니 오리선지내장탕, 숙주볶음, 마라탕(알싸한 마라향이 가미된 탕 요리, 입맛에 따라 재료를 고를 수 있다) 등 못 먹는 음식이 없어졌다.

식당에서 느낀 문화 차이

 무슬림을 위한 식당입구. 할랄푸드를 판다.
 무슬림을 위한 식당입구. 할랄푸드를 판다.
ⓒ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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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다른 식습관에 놀라움을 느꼈던 적이 많았다. 그중 하나는 음료문화였다. 한국에선 식사 시 음료보다는 물을 선호하지만, 대다수의 중국인들은 음료수와 같이 밥을 먹는다. 각종 탄산음료에 두유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기름진 음식을 먹다 보면 탄산음료가 간절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나도 끼니 때마다 음료를 찾는 횟수가 잦아졌다. 생각지 못한 작은 차이가 외국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화셩루(花生露)라고 불리는, 땅콩향이 나는 자판기 우유 같은 음료가 있다. 불량식품 같은 맛이지만 꽤 즐겨 마셨다. 여름에는 차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먹는데 각자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특히 매운 음식과 궁합이 좋다. 직접 콩을 불려 갈아주는 두유도 즐겨 찾는 음료였다. 다이어트나 건강에 좋을 것 같아 아침이나 공복에 주로 마셨다. 기호에 따라 팥가루, 미숫가루 등을 첨가할 수 있어서 매일 마셔도 질리지 않는다.

마트에서는 두유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전제품도 파는데 친구 결혼식 때 축하선물로 사들고 갔었다. 두유뿐 아니라 죽이나 주스도 만들 수 있어 나름 경제적이었지만, 정작 내 것은 장만하지 못해 아쉽다.

 알싸한 맛이 도는 마라탕은 기호에 따라 여러가지 재료를 고를 수 있다.
 알싸한 맛이 도는 마라탕은 기호에 따라 여러가지 재료를 고를 수 있다.
ⓒ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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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에 식초를 넣어 먹는 중국인은 많았다. 부자연스러운 조합이라 생각돼 거부감이 일었으나, 막상 맛을 보니 그렇지 않았다. 중국 식초는 까맣다. 한국에서 시판되는 투명한 식초와는 풍미가 조금 다르다. 덜 시고 숙성된 느낌이 난다. 음식에 걸쭉한 깨 소스와 식초, 설탕, 고추기름을 듬뿍 뿌리면 그 자리에서 국물까지 깨끗이 비워낼 정도로 맛있다. 먹다 보니 나만의 비율도 생겼다. 마라탕도 이렇게 양념해서 자주 먹었다.

식당 한 편에는 출입이 금지된 자리가 있다. 이따금 몇 명이 앉아 밥을 먹는 것을 봤지만, 그들이 어떤 기준으로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무슬림을 위한 식사공간이었다. 지금은 새로 식당이 생겨 그 공간은 사라졌다. '清真(칭쩐)'이라고 적힌 곳은 이슬람 식당이다. 그들의 율법대로 도축한 고기와 식재료로 만든 '할랄푸드'만 파는 음식점은 밖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슬람교가 생소한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광경이다.

눈 딱 감고 먹어 보면 모두 '천하일미'

 의외로 부드럽고 고소한 닭머리. 식욕을 돋우는 모양새는 아니다.
 의외로 부드럽고 고소한 닭머리. 식욕을 돋우는 모양새는 아니다.
ⓒ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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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처음 먹어본 고기만 해도 양, 야크, 비둘기, 개구리, 각종 담수어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게다가 채소 또한 종류가 다양해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콩깍지로 조리한 음식은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종종 먹고 싶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한 중국 연예인이 "닭뇌를 즐겨 먹는다"라고 말해 주목을 끈 적이 있었다. 사실 나도 그 이야기를 듣고 놀란 사람 중 하나였으나, 먹어본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 비록 생김새는 비호감이어도 의외로 식감이 부드럽고 고소해 여러 개 먹었다. 다만 수고에 비해 먹는 부분이 적어 즐겨 먹진 않는다.

중국 음식은 한국에서는 흔하게 접할 수 없는 식재료와 강한 향신료 때문에 먹기 힘든 경우가 많다. 나는 마지막까지 고수가 익숙해지지 않았고, 다른 친구는 끝내 커민(孜然, 쯔란)을 삼키지 못했다. 내 경우 중국에서 처음 현지 음식을 접해서 거부감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양꼬치나 마라탕을 파는 곳이 늘어나 이미 익숙한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어느 나라 음식이든 적응시간이 필요하다. 중국음식도 막상 먹어보면 대부분 꽤 맛있다. 미리 맛을 단정 짓지 않는다면 새로운 맛의 세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귀국하고 중국에서 먹었던 음식이 그리울 때가 많다. 조만간 다시 중국을 찾아갈 날을 기다리며, 글로 음식에 대한 향수를 달래본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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