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노동자 이야기 '송곳', 촬영현장 공개  6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드라마세트장에서 열린 JTBC 특별기획 <송곳> 현장공개에서 배우 지현우, 박시환, 현우, 예성, 김희원, 안내상(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송곳>은 최규석 작가의 동명 웹툰을 드라마화 한 작품으로 대형마트에서 벌어진 부당해고와 이에 대항하기 위해 뭉친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토, 일요일 밤 9시 40분 방송.

▲ 마트노동자 이야기 '송곳', 촬영현장 공개 6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드라마세트장에서 열린 JTBC 특별기획 <송곳> 현장공개에서 배우 지현우, 박시환, 현우, 예성, 김희원, 안내상(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송곳>은 최규석 작가의 동명 웹툰을 드라마화 한 작품으로 대형마트에서 벌어진 부당해고와 이에 대항하기 위해 뭉친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토, 일요일 밤 9시 40분 방송. ⓒ 이정민


'송곳' 촬영현장 공개   6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드라마세트장에서 열린 JTBC 특별기획 <송곳> 현장공개에서 배우 지현우, 박시환, 현우, 기희원, 예성, 안내상(왼쪽부터)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송곳>은 최규석 작가의 동명 웹툰을 드라마화 한 작품으로 대형마트에서 벌어진 부당해고와 이에 대항하기 위해 뭉친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토, 일요일 밤 9시 40분 방송.

▲ '송곳' 촬영현장 공개 6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드라마세트장에서 열린 JTBC 특별기획 <송곳> 현장공개에서 배우 지현우, 박시환, 현우, 기희원, 예성, 안내상(왼쪽부터)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송곳>은 최규석 작가의 동명 웹툰을 드라마화 한 작품으로 대형마트에서 벌어진 부당해고와 이에 대항하기 위해 뭉친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토, 일요일 밤 9시 40분 방송. ⓒ 이정민


'서는 곳이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진다'고 했다. 누군가에게 대형마트는 하루, 혹은 며칠을 살아가기 위해서 생필품을 구하는 곳일 뿐이다. 아이쇼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눈이 돌아갈 정도로 많은 물건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선사하는 곳이 될 수 있겠다. 하지만 JTBC 주말드라마 <송곳>에 등장하는 푸르미 마트는 등장인물들이 생계를 이어가는 곳이다. 삶의 터전이다.

그랬던 푸르미 마트가 전쟁터로 변한다. 정규직 직원들을 해고하고 이 자리를 비정규직 직원으로 채우겠다는 간부들의 계획 때문이다. 지시를 받은 과장들은 그동안 가족처럼 지내던 이들을 갖은 수로 괴롭히지만, 이수인 과장(지현우 분)만은 반기를 들었다. 현재 4회까지 방영된 <송곳>은 대책을 모색하던 그가 노동상담소 소장 구고신(안내상 분)을 만나고, 주강민(현우 분)-황준철(예성 분)-남동협(박시환 분) 등 마트 직원들과 연대하기 시작하는 과정을 그려내며 호평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더 보태거나 덜어내는 것 없이 동명의 원작(웹툰 <송곳>) 그대로를 브라운관에 이식하려 한 제작진의 전략이 주효했다. 6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송곳> 세트장에서 김석윤 PD는 "다른 설정을 더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원작이 디테일하다"라며 "원작의 깊이를 충실히 전달하는 게 연출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총 12부작인 <송곳>은 현재 모든 대본이 나온 상태고, 촬영도 9회까진 완료됐다. 김 PD는 드라마의 결말을 두고 "웹툰이 완결되지는 않았지만, 원작자인 최규석 작가로부터 줄거리를 받았다"며 "에필로그 촬영 때 최 작가를 카메오로 쓰고 싶었는데 스케줄 문제로 불발됐다"고 귀띔했다.

노동자로 산다는 것

'송곳' 현우-예성-박시환, 우리는 마트노동자!      6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드라마세트장에서 열린 JTBC 특별기획 <송곳> 현장공개에서 배우 현우, 예성, 박시환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송곳>은 최규석 작가의 동명 웹툰을 드라마화 한 작품으로 대형마트에서 벌어진 부당해고와 이에 대항하기 위해 뭉친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토, 일요일 밤 9시 40분 방송.

▲ '송곳' 현우-예성-박시환, 우리는 마트노동자! 6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드라마세트장에서 열린 JTBC 특별기획 <송곳> 현장공개에서 배우 현우, 예성, 박시환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송곳>은 최규석 작가의 동명 웹툰을 드라마화 한 작품으로 대형마트에서 벌어진 부당해고와 이에 대항하기 위해 뭉친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토, 일요일 밤 9시 40분 방송. ⓒ 이정민


한때 "노동자의 권리, 노동조합 같은 걸 얘기하면 잡혀가는 시대"(안내상)가 존재하기도 했다. 지금이야 그럴 일은 없겠지만, 금기시됐던 화두를 입에 올리는 건 지금도 쉬운 일이 아니다. 덕분에 지금껏 많은 사람이 노동자이되, 노동자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은 의식하지 않은 채 살아왔다. 노동조합이 없는 대기업이 버젓이 존재한다. 회사와의 분규를 알리기 위해 농성을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사회적 관심이 쏠리는 일도 드물다.

<송곳>의 출연진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원작을 접하고 대본을 읽고 '실제 나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한 순간, 이들의 생각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수인의 권유로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주강민 역의 배우 현우는 "평소에 지나쳤던, 밖에서 싸우시던 분들이 이런 이유로 싸우신 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찾아봐야 할 것도 많아 지금도 연기하며 배우고 있는데, 여전히 어렵다"고 털어놨다.

남동협 역의 가수 박시환에게 <송곳>은 자신의 지난날을 떠올리게 하는 계기였다. 제대 후 잠시 마트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는 그는 "지금도 소심한 편이지만 그때는 더 했다, 내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며 "지금 돌아보니 그 때문에 내가 (노동자로서) 당연하게 받아야 했을 대우들을 아쉽게도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송곳>을 보면, 시청자도 자신이 일하고 받는 보상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아쉬움 없이, 받아야 할 대우를 받게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송곳' 안내상, 장난꾸러기 노동상담소장님  6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드라마세트장에서 열린 JTBC 특별기획 <송곳> 현장공개에서 부진 노동상담소 소장 구고신 역의 배우 안내상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송곳>은 최규석 작가의 동명 웹툰을 드라마화 한 작품으로 대형마트에서 벌어진 부당해고와 이에 대항하기 위해 뭉친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토, 일요일 밤 9시 40분 방송.

▲ '송곳' 안내상, 장난꾸러기 노동상담소장님 6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드라마세트장에서 열린 JTBC 특별기획 <송곳> 현장공개에서 부진 노동상담소 소장 구고신 역의 배우 안내상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송곳>은 최규석 작가의 동명 웹툰을 드라마화 한 작품으로 대형마트에서 벌어진 부당해고와 이에 대항하기 위해 뭉친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토, 일요일 밤 9시 40분 방송. ⓒ 이정민


실제 학생 운동에 몸담았던 안내상의 소회는 좀 더 특별하다. 상사와 함께 납품업체로부터 접대를 받고 해고 위기에 몰린 황준철을 비난하는 이수인에게 "(노동운동은) 선한 약자를 악한 강자로부터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것"이라고 구고신은 꼬집는다. 안내상은 자신이 연기하는 구고신의 이 대사를 언급하며 말을 이었다. 그는 "그의 광팬이 되어 버렸다"며 "왜 옛날에 이런 삶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더라"고 고백했다.

"(학생운동을 할 당시 사회를) 선한 약자와 악한 강자의 대립으로만 생각했어요. '약자들은 불쌍하니까 도와줘야지'라는 마음으로 학생운동을 했죠. 낭만적으로만 생각했던 거예요. 하지만 어느 순간 그들을 들여다보니 '내가 왜 이런 사람들을 위해 청춘을 바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시했어요. 답을 낼 수 없다는 생각에 (운동가로 사는 생활을) 접었죠.

만약 (황준철의 경우와 같은) 이야기가 기사로 나온다면, 댓글엔 '너나 잘해', '해고해도 되겠네'라는 댓글이 수천 개 쌓일 거예요. 하지만 모두 시시한 사람들일 뿐인데, 이렇게 누군가가 흠결을 드러냈을 때 아주 매몰찬 반응을 보인다는 건 사회가 아주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거로 생각해요. 이런 부분을 극복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물론 저도 아직 딜레마를 겪고 있어요. 아직도 시시한 약자들에게 너그러이 마음을 열지 못하죠. 하지만 구고신처럼 계속 (사람들에) 실망하면서도, 그런 삶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 안내상

<송곳>에 뒤따르는 '불편함'의 실체

 '송곳' 지현우, 깔끔한 노동자편 과장님  6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드라마세트장에서 열린 JTBC 특별기획 <송곳> 현장공개에서 푸르미마트 과장 이수인 역의 배우 지현우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송곳>은 최규석 작가의 동명 웹툰을 드라마화 한 작품으로 대형마트에서 벌어진 부당해고와 이에 대항하기 위해 뭉친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토, 일요일 밤 9시 40분 방송.

▲ '송곳' 지현우, 깔끔한 노동자편 과장님 6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드라마세트장에서 열린 JTBC 특별기획 <송곳> 현장공개에서 푸르미마트 과장 이수인 역의 배우 지현우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송곳>은 최규석 작가의 동명 웹툰을 드라마화 한 작품으로 대형마트에서 벌어진 부당해고와 이에 대항하기 위해 뭉친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토, 일요일 밤 9시 40분 방송. ⓒ 이정민


웹툰 연재 당시 <송곳>에는 '불편하다'는 평이 뒤따랐다. 이야기가 옳지 않기 때문에, 부적절하므로 불편하다는 것이 아니었다. 외면하고 싶은 일들을 눈앞에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최규석 작가가 '노골리즘'을 표방하는 것 또한 이 같은 의미에서다.

드라마 <송곳>을 두고도 비슷한 평이 나온다. 분명 매회 '이 이야기는 2003년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하는데도, 어쩐지 지금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지현우가 <송곳>을 "쓰지만, 몸에는 좋은 한약"에 비유한 건 이 때문이다. "많이 불편해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드라마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어쨌든 알아야 하는 일들"이라고 강조한 지현우는 "<송곳>은 보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드라마"라는 말로 앞으로의 관심을 당부했다.

"2003년부터 비정규직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했지만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노동 유연화나 비정규직 문제는 여전히 (사회의) 큰 화두인 것 같다"고 진단한 안내상의 생각도 같았다. 그는 많은 사람이 멜로나 코믹 등의 드라마·영화를 보며 고단한 현실을 달래기도 하지만, <송곳>처럼 현실을 직시하는 작품 또한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청자가 느낀다는 불편함의 정체는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은 현실에서 이들의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하는 데서 온다는 게 그의 의견이었다.

'지는 건 안 무서워요, 졌을 때 혼자 있는 게 무섭지', '옆에 있어 주면 돼요'와 같은 대사가 그에게 의미 있게 남았던 것도 그래서다. "이런 대사를 통해 '그동안 내가 누군가 옆에 있어 주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런 생각들이 모여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는 안내상은 "<송곳>이 다른 세상으로 발을 내디딜 수 있는 단초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송곳>에 참여하는 건 나에겐 영광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송곳 지현우 안내상 최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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