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린 2015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베어스 대 삼성 라이온즈 경기. 7회말 2사 2, 3루 때 두산의 실책으로 2점을 추구한 삼성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린 2015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베어스 대 삼성 라이온즈 경기. 7회말 2사 2, 3루 때 두산의 실책으로 2점을 추구한 삼성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모두가 '이빨 빠진 사자'라고 예상했지만 '잇몸'만으로도 충분히 강했다. 삼성 라이온스가 지난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9-8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점수만 보면 난타전이었다. 하지만 결국 승부는 '지키는 힘'에서 갈렸다. 초반 흐름은 두산이 좋았다. 1회 초부터 허경민(4타수 4안타 3타점)의 솔로 홈런으로 기분 좋게 포문을 연 두산은 양의지의 1타점 좌전 적시타로 먼저 2점을 앞서 나갔다. 2회 초에도 정수빈의 1타점 2루타와 허경민의 2타점 적시타가 더해지며 5-0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삼성 선발 피가로는 3.1이닝 10피안타(1홈런) 2볼넷 2탈삼진 6실점의 부진으로 조기 강판됐다.

두산이 도망가면 삼성이 따라잡고

삼성의 반격은 3회 말부터 시작됐다. 3회 말 선두 타자 이지영의 안타 이후 김상수의 1타점 2루타가 터졌고, 박한이의 연속 적시타로 2점 만회에 성공했다.

이때부터 경기는 한동안 두산이 도망가면 삼성이 추격하는 흐름으로 진행됐다. 두산이 4회 초 민병헌의 1타점 적시타로 또 1점을 달아나자 삼성은 4회 말 박석민의 솔로 홈런과 채태인의 적시타로 다시 2점 차까지 점수 차이를 좁혔다. 두산은 6회 초 1사 만루에서 4번 타자 김현수가 2타점 적시타를 터트리며 8-4로 다시 4점을 벌렸다.

양 팀의 최대 분수령은 7회 말이었다. 선두타자 박한이가 안타로 출루하며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두산 선발 유희관을 강판시켰다. 두산은 7회에만 함덕주(0.1이닝 3실점 2자책)-노경은(0.1이닝)-이현승(1.2이닝 2피안타 1실점 비자책)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모두 투입했으나 삼성에게 무려 5점을 헌납하며 역전당했다. 삼성의 놀라운 집중력과 함께 올 시즌 내내 두산의 최대 아킬레스건이었던 '불펜 불안'이 다시 한 번 드러난 장면이었다.

함덕주가 첫 타자였던 대타 배영섭에게 사구를 허용하며 무사 1·2루가 됐고 다음 타자인 나바로가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대형 3점 홈런을 터트리며 점수를 1점 차까지 좁혔다. 흐름을 잡은 삼성은 다시 박석민의 볼넷-채태인의 안타가 이어지며 두산의 마무리 이현승까지 조기에 마운드로 불러냈다.

삼성에게는 운도 따랐다. 2사 2·3루 기회에서 이현승이 삼성 이지영에게 투수 앞 땅볼을 유도했으나 이현승의 송구가 1루수 뒤로 빠지면서 박석민과 채태인이 모두 홈을 밟았다. 거짓말 같은 9-8 역전. 이 장면 이날 양팀의 마지막 득점 장면이 됐다. 포스트시즌 동안 눈부신 역투로 두산의 뒷문을 든든하게 지켰던 이현승이지만 이날은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승부처에서 제 힘 발휘 못한 두산

 지난 26일 오후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린 2015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베어스 대 삼성 라이온즈 경기. 7회말 2사 2, 3루 때 두산 1루수 오재일이 공을 놓치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린 2015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베어스 대 삼성 라이온즈 경기. 7회말 2사 2, 3루 때 두산 1루수 오재일이 공을 놓치고 있다. ⓒ 연합뉴스


두산은 초반에 많은 점수를 뽑아낸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승부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기회를 몇 차례 스스로 날렸다. 1회 먼저 2점을 선취했지만 눈에 띄게 흔들리던 삼성 선발 피가로를 아예 조기에 무너뜨릴 수 있었던 1사 1·2루의 기회에서 홍성흔의 더블 플레이로 흐름이 끊겼다.

두산 선발 유희관은 이날 6이닝을 소화했지만 8피안타 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5실점으로 여전히 안정감 부문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두산은 6-3으로 앞서가던 4회 말에도 김재호의 실책으로 평범한 뜬공을 놓치면서 주자를 살려둔 게 실점으로 연결됐다. 결과적으로 초반 경기 감각을 차지 못해 헤매던 삼성을 살려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역전을 허용한 7회에도 이현승의 연이은 폭투와 1루수 오재일의 포구 실책 등이 이어지면서 자멸한 측면이 컸다. 이지영의 투수 앞 땅볼 당시 이현승의 송구가 약간은 부정확했지만 그 정도 범위는 1루수 오재일이 커버줬어야 할 상황이었다. 송구가 약간 안쪽으로 빠지면서 전력으로 쇄도하는 타자 주자와의 충돌을 의식한 듯 오재일이 공을 적극적으로 잡지 못하고 뒤로 빠뜨리면서 돌이킬 수 없는 참사를 초래했다. 이현승까지 투입하고도 실책으로 졸지에 역전을 허용한 선수들이 받은 심리적 타격은 매우 컸을 것이다.

삼성의 '뒷심'... 차우찬의 활약

 지난 26일 오후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린 2015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베어스 대 삼성 라이온즈 경기. 9회 말 삼성 투수 차우찬이 역투하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린 2015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베어스 대 삼성 라이온즈 경기. 9회 말 삼성 투수 차우찬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반면 삼성의 뒷심은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역전에 성공하고 8회부터 삼성의 지키는 야구가 시험대에 올랐다. 안지만과 임창용이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황에서 류중일 감독의 필승 카드는 '전천후' 차우찬이었다. 셋업맨 역할을 부여받은 심창민이 허경민과 민병헌에게 잇달아 안타를 허용하며 1사 1·3루의 위기를 초래하자 차우찬이 '소방수'로 등판했다.

부담감이 큰 상황이었음에도 차우찬은 두산 4번 타자 김현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양의지를 3루 직선타로 막아내며 결국 동점을 허용하지 않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자신감을 얻은 차우찬은 9회에도 선두타자 홍성흔과 대타 로메로를 연속 삼진 처리했다. 박건우에 볼넷을 허용했으나 다시 고영민을 삼진 처리하며 마지막 이닝 아웃 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채우면서 생애 첫 포스트시즌 세이브를 완성했다. 안지만과 임창용의 공백을 한꺼번에 메워낸 차우찬은 1차전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두산은 이날 패배로 1패 이상의 타격을 입었다. 포스트시즌 들어 연이은 역전승으로 기세를 탔던 두산은 쉽게 이길 수 있었던 경기에서 역전패당했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불펜진에서 함덕주가 연이은 부진으로 자신감을 잃은 데다가 이현승마저 1차전에서 무의미하게 소모했다. 팀내에서 허경민과 함께 타격감이 가장 좋던 정수빈은 이날 6회 번트를 시도하다가 공에 맞고 교체되며 남은 경기 출장이 불투명해졌다.

삼성은 주축 선수들의 공백에도 여전히 정규리그 1위 팀의 저력을 발휘했다. 다만 각각 1선발과 셋업맨의 역할을 기대했던 피가로-심창민의 난조로 마운드 운용의 폭이 좁아진 것은 불안요소로 평가된다. 27일 대구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삼성은 장원삼, 두산은 니퍼트를 선발로 예고했다. 니퍼트를 상대로(2011년 이후 삼성전 14승 2패 평균자책점 2.59) 유난히 약했던 삼성 타선이 1차전의 타격감을 계속 이어갈수 있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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