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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의 유혹을 끊은 나, 하지만 다이어트는 힘들다.
 '치맥'의 유혹을 끊은 나, 하지만 다이어트는 힘들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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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지 않겠지만, 저는 요즈음 한창 다이어트 중입니다. 생활의 낙이었던 맥주도 끊고 그 좋아하던 요리도 줄이고 치킨, 삼겹살, 튀김류 등등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는 음식들을 애써 외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즈음은 '쿡방'이 대세라죠? TV만 틀면 뭐 그렇게 맛있는 음식이 많이 나오는지…. 짜증 반 배고픔 반으로 채널을 돌립니다. 친구 중에는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도 있건만, 나는 왜 그러지 못하는지 원망할 뿐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죠? 왜 우리는 다이어트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할까요?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먹을 게 있어도 먹지 않는' 일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생존(건강)을 위해 생존에 대한 본능(음식)을 거스르는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시대는 바뀌었는데, 우리 체질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 열량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기름진 음식'이 최고였습니다. 고지방, 고단백의 고기음식이 가장 비쌌죠. 오죽하면 한 해에 한 번 고깃국 먹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을까요.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불과 몇백 원에 초콜릿과 같은 고열량 덩어리를 사 먹을 수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몇 시간만 아르바이트해도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할 수 있습니다. 더는 고열량은 좋은 음식의 기준이 아닙니다. 대신 '저지방', '저열량' 음식들이 유행을 타고 더 비싼 가격에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예전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더 적은 에너지를 얻는 것이죠. 어? 그러고 보니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당연히 칼로리가 높은 에너지원을 선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 말이죠.

지난 칼럼인 '맛있는 것 먹고 싶어요! - 먹거리에 대한 진화적 고찰'(바로가기)에서 말했듯이 우리는 당연히 '맛있는 것'을 선호하고 선택합니다. 우리가 열량이 높은 음식을 선호하도록 진화한 이유겠지요.

수천 년 동안 인간은 굶주림에 익숙한 존재였습니다. 선사시대에는 하루 사냥이라도 실패하면 쫄쫄 굶어야 했습니다. 농경사회가 시작되고 나서도 '보릿고개'로 대표되는 춘궁기는 많은 사람이 견디기 힘든 배고픔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기에 '한 번 먹을 때 많이 저장하자'가 인간 생존의 기본 전략이 되었습니다.

먹을 것이 있을 때 차곡차곡 지방으로 저장해 두었다가, 먹을 것이 없을 때 에너지원으로 사용한 것이죠. 물론 이 당시에도 '먹어도 살찌지 않는' 체질을 가진 사람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가뭄이 들거나 보릿고개가 닥치면 생존에 큰 위협을 받았겠지요. 자연스레 도태되면서, 그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기도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 이후, 소위 말하는 선진국에서는 적어도 배를 곯지 않아도 될 정도로 경제가 성장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 '보릿고개'란 책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개념이 되어버렸죠. 그런데 지금, 수천 년 동안 우리가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질병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바로 비만, 당뇨, 고혈압, 심장병 등의 성인병들입니다. '지방'이라는 효율적인 에너지원이 우리를 공격하는 독이 되어버린 것이죠. 오히려 수천 년, 아니, 수백 년 전까지만 해도 생존 자체가 힘들었던 '살 안 찌는 체질'이 주목받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환경이 바뀌며 불리하다 생각했던 유전형질이 오히려 유리하게 적용된 것이죠.

그러고 보면 다이어트는 인간만이 가진 종 특이적인 현상이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연계에서는 부족한 먹이 자원 때문에 경쟁하는데, 인간은 이미 먹이 자원이 남아돌아 팔자 좋게 이미 먹은 에너지도 소모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왜 다이어트에 매달릴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 인간의 다이어트를 크게 뭉뚱그려 자연선택과 성 선택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해보겠습니다.

우선 자연선택. 자연선택의 기본 의미는 '생존'에 있습니다. 개체의 생존에는 여러 요소가 필요합니다. 먹이, 경쟁, 방어, 성장, 서식지, 건강 등등. 여기서 다이어트는 건강과 관련이 있겠네요. 자연 선택적 관점에서 본다면 성인병과 같은 질병 예방을 위해서 다이어트는 필요합니다.

성 선택적 관점은 어떨까요? 이성에 대한 매력 어필이 가장 크지 않을까요? 대중매체에서 다루는 '워너비'라는 이상형들을 보면 지방 하나 없는 탄탄한 몸이 기본 조건입니다. 남성이라면 근육질의 몸, 날카로운 턱선, 깊은 눈동자 등등, 여성이라면 야리야리하지만 탄탄한 몸매, 작고 예쁜 얼굴, 몸매 등등이 있을 것 같습니다(여기에는 '과장의 생물학'이 들어가야 할 것 같네요. 나중에 다루어 보겠습니다). 성 선택적 관점에서 본다면 이성에 대한 매력 어필을 위해 다이어트는 필요합니다.

우리가 자꾸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

아무리 시도해도 자꾸만 실패하는 다이어트. 그 비밀은 진화에 있었다.
 아무리 시도해도 자꾸만 실패하는 다이어트. 그 비밀은 진화에 있었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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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우리는 다이어트에 실패할까요? 가끔 '필요한 만큼만 먹으면 되지'라는 생각도 하지만 이 생각은 여지없이 치킨 광고 앞에서 무너집니다. 먹을 것에 대한 유혹은 유전자 안에 본능이라는 형태로 새겨져 있기 때문이죠. 앞서 말했듯, 지난 수천 년간 인간은 다른 생물들과 마찬가지로 열량이 높은 음식을 선호해왔습니다.

그 옛날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를 보면 알 수 있지요. 다산과 풍요는 풍만함에서 나왔습니다. 당연히 몸에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살 잘 찌는 체질'이 생존에 유리했죠. 동물들도 마찬가지. '덩치가 크고 힘이 센' 녀석이 생존과 번식 경쟁에 유리합니다. '덩치 크고 힘센' 표현형은 결국 영양 상태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껏 유전자에 새겨진, 그리고 생존에 유리했던 형질인 '에너지를 최대한 많이 몸에 저장하기'가 본능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다이어트가 힘든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과거에는 '당연히' 먹어도 살찌지 않는 체질보다 먹은 대로 살찌는 체질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죠. 그렇기 위해 우리는 생존을 위해 생존을 위한 본능을 역행하며 다이어트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생생한 진화의 현장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있습니다. 진화론의 기본, 자연선택에서의 '생존에 도움이 되었던 형질들이 환경이 바뀌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진화의 현장을 생생하게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 글 전체를 통해 계속 반복해서 강조했던 '생존을 위해 생존을 위한 본능을 거스르는 갈림길에 서 있다'는 현실이 마냥 재밌는 문장으로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이를 보면 참 진화론은 책 속에만 존재하는 학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덜컥 우리 생활에 가까이 다가왔으니 말이죠. 범람하는 다이어트 상품들, 헬스클럽들, 되고 싶은 스타의 사진들. 우리는 우리들의 본능을 거부하려는 필사적인 몸부림을 생생하게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의 몸은 이를 따라오긴 먼 것 같네요. 그렇기에 제겐 다이어트가 괴롭기만 합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청춘동행 1.0 길 벗>의 비정기 연재란 'My-Evo Story'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다이어트, #비만, #본능,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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