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중국산은 싸구려, 저질 이미지가 강하다. '메이드 인 차이나'는 비하를 나타낼 때 자주 쓰인다. 중국 IT 기업 '샤오미(小米, Xiaomi)'가 2010년에 처음 출현했을 때도 그랬다. 청바지를 입고 신제품을 소개하는 최고경영자(CEO) 레이쥔(雷軍)은 스티브 잡스의 '짝퉁'쯤으로 조롱 받았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샤오미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6퍼센트로, 1위 애플을 밀어낸 '괴물' 기업이 됐다. 현재 샤오미의 시장가치는 450억 달러 규모다.

짝퉁 이미지도 옛말이 됐다. 샤오미는 연간 700억~800억 원대에 이르는 한국 보조배터리 시장의 70퍼센트를 점유하고 있다. 1만mAh 초과 용량을 지원하는 고품질 제품이 동일 용량을 가진 국내 업체 제품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시장에 나온 덕분이다.

샤오미의 스마트폰 포장 상자도 '메이드 인 차이나'의 일반적인 이미지와 전혀 다르다. 상자는 전체 디자인 팀이 6개월 동안 30여 차례 수정을 거쳐 1만여 개의 견본을 제작한 끝에 탄생했다. 2~3위안(약 350~530원) 정도 들어가는 일반적인 포장상자와 달리 샤오미 상자는 10위안(약 1760원)이나 들어간 '고품질 공예품'에 버금간다.

15초에 한권씩 팔린, 샤오미의 모든 것

<참여감>
 <참여감>
ⓒ 와이즈베리

관련사진보기

<참여감>은 샤오미의 공동창업자이자 시장 마케팅·전자상거래 서비스 총괄담당인 리완창이 지난 2014년에 펴낸 책이다. 샤오미를 창업 5년 만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 기업으로 만든 창의성과 혁신의 모든 것이 가감 없이 실려 있다. 발간되자마자 15초에 한 권씩 팔리며 순식간에 100만 부를 찍었을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온 이유일 것이다.

샤오미 '성공 비법'의 핵심은 책 제목이기도 한 '참여감'에 있다. 레이쥔은 서문에서 "'참여감'이라는 태풍은 돼지도 하늘을 날게 한다"(8쪽)라고 썼다.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나는 돼지는 이 책 표지에 쓰일 정도로 중요한 '상징'이다.

샤오미는 2011년 8월 16일 첫 번째 제품인 스마트폰 운영체제 MIUI 발표회를 연 뒤 마케팅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불과 1년 후에 50만 명의 사용자를 갖게 된다. 레이쥔은 그 이면에 '참여감'이 있었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태풍의 길목에 서 있으면 돼지도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다. 모든 일은 "대세를 따르면 순조롭게 이루어지는"(順勢以爲) 법이다. 창업을 하는 사람을 운 좋은 '돼지'에 비유한다면, 업계의 대세와 사용자의 참여는 모두 '태풍'에 해당한다.

샤오미는 창업 첫해에 두 가지 사실을 증명했다. 사용자의 참여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과, 좋은 제품은 입소문을 통해 더욱 널리 퍼진다는 것. 이 두 가지는 그대로 샤오미의 핵심 이념이 되었다. (중략) 샤오미의 발전 과정을 이끌어온 이념은 "사용자를 친구로"다. (11쪽)

저자 리완창은 인터넷 싱킹의 핵심이 '입소문은 왕'이라고 본다. 샤오미의 MIUI 초기 사용자는 100명 안팎이었다. 그러나 열혈 사용자들의 입소문을 탄 결과, 현재 6000만 명으로 늘어나 있다고 한다.

입소문 전파의 동력 시스템은 세 가지다. 좋은 제품(동력기), 소셜미디어(가속기), 사용자 관계(체인)가 그것이다. 기조는 기존의 기업-고객 관계인 "기업이 고객에게 무릎 꿇는다"가 아니라 "기업과 고객이 친구가 된다"이다. 입소문의 본질은 사용자에게 참여감을 제공하는 데 있다.

참여감을 구축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해 놓은 것들을 보면 '상식적'이다. 제품, 서비스, 브랜드, 소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개방하여 사용자의 참여를 이끌어낸다. 사용자들이 직접 만져보고 소유할 뿐 아니라 사용자와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를 만들어나가는 방식이다.

참여감을 높이기 위한 샤오미의 노력은 독특하다. 샤오미는 사용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MIUI를 매주 업데이트하는 '오렌지 프라이데이'를 운영한다. 출시된 지 3개월이 지나지 않아 아직 공급이 달리는 제품을 위한 판매 방식으로 '레드 튜즈데이'(붉은 화요일)를 만들어냈다.

레드 튜즈데이는 매주 화요일 정오라는 한정된 시간에만 소비자들에게 구매활동을 개방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직원들에게 '블랙 튜즈데이'(검은 화요일)로 불리는 구매개방일이 되면 샤오미닷컴의 유동량이 급상승한다고 한다. 사이트 유동량이 정점에 달해 서버가 다운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직원들이 향을 피워야 할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한다.

고객들의 참여감은 샤오미의 오프라인 활동이자 연례 축제인 '미펀제'(米粉節)를 통해서도 구현된다. 창립 2주년이던 2012년 4월에 구상한 미펀제는, 사용자들에게 더 많은 참여와 상호교류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세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팬덤 효과'를 활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재 미펀(米粉, 샤오미 팬)의 규모는 1000만 명 정도라고 한다.

사람 존중과 신뢰, 그것 없이는 안 된다

참여감이나 입소문으로 '성공'할 수 있다면 누구나 그렇게 하지 않을까. 이 책에 따르면 '사람'을 존중하고 신뢰하는 '철학'이 없다면 참여감과 입소문은 불가능하다. 가령 저자는 고객서비스에서도 사람이 제도보다 중요하다고 단언한다. 신임(신뢰)이 샤오미 기업문화의 특색이라고 강조한다. 직원들을 더욱 신뢰하고 그들에게 충분한 권한을 줄수록 그들이 자신들의 업무에 더욱 진지하고 성실하게 임한다고 믿는다.

사람을 중시하는 샤오미의 철학을 보여주는 사례들은 차고 넘친다. 샤오미 창업자들은 창업 초기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밤샘 면접을 마다하지 않았다. 고객서비스 부문 직원들은 업계 평균보다 20~30퍼센트 높은 임금을 받는다. 주인의식을 갖고 사용자들을 만나게 하기 위해서다. 샤오미 고객서비스 부문 이직률은 5퍼센트 이하로 다른 모든 서비스 업계를 통틀어 찾아보기 힘든 기록이다.

초기에는 전체 고객서비스 직원 중 60퍼센트가 외주 계약직, 40퍼센트가 자체 고용 직원이었으나 차차 개선되어 지금은 75퍼센트가 자체 고용 직원, 25퍼센트가 외주 계약 직원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고객서비스 부문 직원을 100퍼센트 자체 고용할 예정이다. 샤오미의 사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라면, 샤오미라는 기업의 일원일 때 더욱 주인의식을 갖고 열의를 다할 것이기 때문이다. (225쪽)

중국 샤오미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Mi4.
 중국 샤오미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Mi4.
ⓒ 샤오미

관련사진보기


샤오미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지난 6월 발표한 '2015 세계에서 가장 스마트한 50대 기업' 명단에 2위로 기록됐다고 한다. 알리바바(4위), 구글(12위), 애플(16위) 등 쟁쟁한 기업들을 모두 제쳤다. 참고로 50대 기업 명단에 한국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샤오미는 2015년 2분기 우리나라의 엘지를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 4위에 올랐다. 짝퉁 스마트폰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던 이름은 어느새 '따미'(大米), '터따미'(特大米)로 바뀌어 경이와 찬탄의 대상이 되어 있다.

샤오미는 '대륙의 실수'라는 애칭(?)을 갖고 있다. 짝퉁과 싸구려 천국이라는 중국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술과 디자인으로 고급 사양의 저가 제품을 만들어낸 샤오미를 비유하는 말이다. 창의와 혁신을 입으로만 외치는 한국의 기업이나 조직들이 한 번쯤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 편집ㅣ박순옥 기자

덧붙이는 글 | 제 오마이뉴스 블로그(blog.ohmynews.com/saesil)에도 싣습니다.
<참여감>(레이쥔 서문 ․ 리완창 지음, 박주은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9.10. / 370쪽 / 1,5900원)



참여감 - 샤오미가 직접 공개하는 창의성과 혁신의 원천

리완창 지음, 박주은 옮김, 와이즈베리(2015)


태그:#<참여감>, #샤오미, #리완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학교 민주주의의 불한당들>(살림터, 2017)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살림터, 2016) "좋은 사람이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제도가 좋은 사람을 만든다." -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