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더 지니어스>에서는 그 어느 예능보다 출연자들의 두뇌게임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그러나 게임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리더십과 통솔력이다. 물론 그 리더십과 통솔력을 갖기 위해서는 게임을 총괄하는 통찰력과 게임을 깊게 이해할 수 있는 혜안이 필수다. 그러나 <더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이하 <더 지니어스4>)는 왕중왕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한 번 이상의 출연으로 활약했던 출연진들이 모두 모여 있는 와중에 게임에 대한 낮은 이해도를 보이는 인물은 거의 없다.

<더 지니어스: 블랙 가넷> 시즌에 이어 여전히 가장 영향력 있고 게임을 좌지우지 하는 인물은 장동민이다. 장동민은 특유의 카리스마와 뛰어난 두뇌회전으로 연합을 만들고 작전을 짜며, 자신이 생각한대로 게임을 전개시켜 나가는 인물이다. 그는 이번 시즌에서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 올랐다.

<더 지니어스>의 묘미는 출연자들의 두뇌싸움과 작전이다. 그러나 회차가 거듭될수록 신선하면서도 긴박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게임에 대한 고민은 더 필요해 보인다. 이번 회차에 방영된 '시드 포커'는 사실상 두뇌회전이라기보다는 '정치'에 가까웠다. 자리이동이 가능해 서로 대놓고 패를 확인하고 의논한 탓에 상대방의 패를 읽으려는 두뇌싸움보다는 누구를 죽일지 선정하는 '왕따' 형식으로 흘렀다. 이런 방식은 잘못하면 한 사람의 주도로 너무 싱겁게 끝나 버릴 수 있기 때문에 재고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방식 속에서도 홍진호가 '절대 권력' 장동민에게 반기를 드는 등에서 약간의 의외성이 발견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출연자들의 캐릭터가 확연히 드러나야 재미가 배가되기 때문에 이런 의외성은 반가운 일이다. 그동안 안정적으로 살아남기는 했지만 너무도 존재감이 없었던 홍진호이기에 그런 그의 전략 변화는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여전히 앞으로의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캐릭터가 발현되는 과정 속에서 유독 김경란과 최정문, 이 두 여성의 캐릭터는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캐릭터는 왜 비호감으로 치닫달 것일까.

 <더 지니어스>에 출연중인 김경란과 최정문

<더 지니어스>에 출연중인 김경란과 최정문 ⓒ cj e&m


장동민과 김경란이 '게임'을 대하는 방식의 차이

장동민이 <더 지니어스>를 자기 마음대로 통솔하면서도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그에게 그만큼의 통솔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생각한 바를 팀원들에게 전달하고 납득시킨다. 그리고 팀원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고 자신의 전략이 성공할 시, 약속된 보상이나 결과물을 확실하게 지급한다. 그의 작전은 물론 때때로 강압적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모두가 인정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짜여져 있다. 그의 전략에 은연 중에 시청자들이 동조하게 되는 이유다.

그러나 김경란의 전략은 철저히 본인 위주다. 자신은 살기 위해 연기도 하고 거짓말을 하면서 남도 속인다. 김경란은 '충신과 역적' 게임에서 최정문의 배신이 드러나자 "그렇게라도 살고 싶은가"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한다. 김경란의 행동과 말은 일치하지 않는다. 차라리 자신이 남을 속일 수 있는 만큼 남도 자신을 속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의 행동들이 그렇게까지 모순적이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김경란은 자신은 원리원칙에 입각하여 정정당당한 페어플레이를 하지만, 남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긴다.

김경란 본인 역시, 절대권 력자처럼 되어버린 장동민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홍진호 편에 서있어도 장동민의 눈치를 살피는 그의 행동은 정정당당하기보다는 비겁해 보인다. 자신이 가질 것은 미리 다 챙겨놓고, 남은 것을 선심쓰듯 내밀며 큰소리 치는 모습 또한 결코 아름답지 않다.

배신에도 반전과 목적이 있어야…

김경란과 함께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은 것은 또 다른 여자 출연자 최정문이었다. 최정문은 출연 초기부터 떨어지기까지 스파이나 배신자의 역할을 맡으며 생존해 왔다. 그러나 문제는 스파이라는 그의 역할은 번번이 탄로가 나거나 배신으로 마무리 되어 버린 것이다.

그는 자신의 힘으로 살아남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끝까지 충성하지도 못한다. 스파이가 들켜서는 안 된다는 기본마저 너무 쉽게 저버린다. 자신에게 유리하면 언제든지 다른 곳에 붙어 살아남는 방식은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기 충분했다. 그는 상황, 상황마다 자신이 유리한 쪽에 선다. 그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배신을 해서는 안되는 상황과 해도 되는 상황이 구별이 안되는 것이 문제였다. 자신을 위해 보호막을 쳐준 홍진호를 배신하는 그림이 불편했던 까닭은 그 상황에서 굳이 배신이라는 패를 꺼내보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배신이나 협잡으로 살아남지만, 그 패를 통해서 자신이 가장 유리한 위치에 선다거나 확실한 우위를 잡는 것이 아니다. 단지 '꼴찌만 피하면 된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한 결과가 그저 탈락을 면하는 것이라면 그 배신에 대한 평가가 좋을 수 없다.

멘사 출신의 서울대 공대생이는 출중한 머리를 바탕으로 치열한 두뇌싸움이 아닌, 배신으로 점철된 그의 게임 방식이 비난받은 이유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김경훈이 그를 데스매치에 끌고 간 선택이 더욱 흥미로울 수 있었긴 하지만 말이다.

<더 지니어스>의 여성 캐릭터들이 아쉽다.

꼭 김경란과 최정문이 아니다. <더 지니어스> 속의 여성 캐릭터들은 대개 주체적이지 못했다. 그들은 다른 이들의 등에 업혀 한 회 한 회 생명을 연장하는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미모와 몸매 등으로 화제는 되지만 그들의 역할은 그 이상을 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남성 출연자들 역시 모두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캐릭터들로 구성된 남성들과는 달리 여성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는 것은 다소 이해하기 힘들다.

<더 지니어스>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두뇌싸움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되어야 한다. 멘사, 서울대, 하버드 등 높은 학력과 스펙을 가지고도 남성들에게 언제나 밀리는 여자 캐릭터는 아쉬운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좀 더 확실하게 판을 쥐고 흔들 수 있는 강인하고 주체적인 여성상이 <더 지니어스>에서 보여지는 날을 기대하는 것은 정녕 무리인 것인가. 그들이 활약하게 되는 시점을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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