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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에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로 메르스 사태는 우리나라를 공포에 빠뜨렸다. 7월 18일 오전 9시 기준 총 186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36명 사망)했고 격리되었다가 해제된 인원만 1만6595명(98명 격리 중)에 달한다.

메르스가 다소 소강 국면에 접어든 18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 홀에서 '메르스와 한국 사회, 무엇이 문제였는가-한국의 의료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가정의학 전문의)의 강연회가 청년과학기술자모임(Young Engineers & Scientists Association) 주최로 열렸다.

강연 중인 우석균 위원장
 강연 중인 우석균 위원장
ⓒ 청년과학기술자모임(Y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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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초동대처 실패가 빚은 1차 유행

우석균 위원장은 "메르스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하기에 이르다"라면서 이날 강연을 시작했다. 우 위원장은 메르스 사태를 1차 유행과 2차 유행으로 나누었다. 1차 유행은 5월 20일부터 27일까지이며 평택성모병원에서 최초 확진 환자가 발생한 뒤 소위 슈퍼 전파자인 14번 환자가 이 병원을 거쳐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하기 직전까지의 시기에 해당하며 2차 유행은 5월 27일부터 삼성서울병원을 통해 메르스가 급격하게 유행한 시기에 해당한다.

우석균 위원장은 평택 성모 병원에서 엄격하게 격리 조치가 취해졌다면 5월 27일 전에 메르스가 차단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5월 20일 평택성모병원에서 발생한 메르스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서 확진되었으나 평택성모병원 현장의 역학조사에 따른 감염전파 차단(격리)조치는 한국의 병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었다.

즉, '2m 이내 1시간 접촉'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여 정부는 최초 확진자가 있던 8층 병실만 격리·폐쇄한 뒤 8층 병동의 나머지 입원 환자들을 7층으로 전실 시켰다. 그리고 이때 일부 환자들은 퇴원하여 다른 병원으로 갔다.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이동했고 메르스가 퍼지게 된 것이다. 우석균 위원장은 이 시점에서 병동을 격리하는 조치가 취해졌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삼성서울병원 방역 실패가 초래한 2차 유행

초기 대처 실패로 1차 유행이 시작되었지만 정부는 메르스 감염 발생 병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5월 27일에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했지만 아무도 메르스를 의심하지 못했다. 14번 환자는 5월 29일까지 3일간 삼성 서울 병원 응급실에 머물며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게 된다.

우석균 위원장은 5월 27일~29일을 2차 유행을 막을 수 있었던 시점으로 보았다. 삼성서울병원이 워낙 큰 병원이라 거쳐 간 사람들에 대한 추적조사가 쉽지 않기 때문에 빨리 위험 병원을 공개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자진 신고를 유도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보 차단이 2차 유행을 불러온 것이다.

2차 유행에는 정부뿐만 아니라 삼성서울병원도 크게 한몫 했다. 5월 29일 정부의 역학조사관이 14번 환자의 소재를 파악하여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했으나 병원 측은 역학조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병원 측에서 자체적으로 방역을 실시하겠다는 주장에 정부는 손을 놓았고, 병원의 자체 방역은 완전히 실패했다. 병원을 거쳐 간 사람들에 대한 추적, 전염 의심자에 대한 조치, 추가 감염 방지 어느 하나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확진자 수가 하루 20명 이상 증가하고, 격리자 수도 2천명을 훌쩍 넘어선 6월 7일에서야 정부는 병원명을 모두 공개했다. 정부는 삼성병원에서의 응급실 방문자 자료를 6월 3일 또는 4일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정부의 역학조사는 6월 8일에야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료진에 대한 관리는 이후에도 삼성서울병원이 했고, 6월 15일 이후에야 정부가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내용 중 아직도 확실한 것이 없다.

위험정보공개의 원칙과 우리 의료시스템의 문제점

세계보건기구(WHO)가 발간한 감염병 발생 소통 가이드라인(WHO Outbreak Communication Guidelines)은 감염병 발생시 소통 원칙으로 5가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공식적인 통보를 통해 대중으로부터 신뢰(Trust), 문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정하는 빠른 공개(Announcing early), 완벽한 정보 공개를 통한 투명성(Transparency), 대중(The public)과의 소통, 계획(Planning)이 그것이다.

우석균 정책위원장은 이번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WHO의 가이드라인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소위 경제 문제로 인해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6월 24일 청문회에서 병원 피해가 우려되어 병원명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한 우 위원장은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 대처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공공병원의 비율은 병원 수 기준 5%(병상기준 9%)로 OECD 평균 73%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 더불어 대형 사립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되어있기 때문에 대형 감염이 발생할 경우 국가 주도로 환자를 엄격하게 관리하기가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정부는 작년에 의료법 시행 규칙을 개정하여 의료기관이 온천업, 호텔숙박업, 여행업, 체육시설, 건물임대업 등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의료 기관 본연의 업무를 벗어나는 것으로 전염을 더욱 확대시킬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우석균 위원장 강연회 모습
 우석균 위원장 강연회 모습
ⓒ 청년과학기술자모임(Y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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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자는 누구인가, 진상규명이 필요해

이번 메르스 사태는 작년의 세월호 참사와 비견되고 있다. 여론의 핵심은 국가의 역할이다. 구조와 방역이라는 국가의 존재 이유가 가장 절실할 시점에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작 해야 할 일보다 정보를 차단·통제하는데 힘을 기울였고, 그에 따라 생겨날 수밖에 없는 유언비어 유포자를 처벌하겠다는 엄포를 놓으며 사태 발생 후 보름을 허비했다. 

우석균 정책위원장은 이번 메르스 사태에 대한 엄격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진상규명을 통해 3가지 물음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는 "왜 정부는 위험 병원을 공개하지 않았는가"이다. 메르스 환자가 거쳐간 병원이 공개되지 않음으로써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와 불신은 극에 달했다. 둘째로 규명 되어야 할 것은 2차 유행의 원인인 "5월 29일~6월 7일 동안에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역학조사는 왜 안 이루어졌나"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위 두 사항을 결정한 책임자가 누구인가"이다.

아직 단정할 수 없지만 8월 중에 메르스 종식 선언이 이루어질 것이라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메르스가 진정으로 종식되기 위해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이 명확히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강석민님은 청년과학기술자모임(YESA)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YESA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바른 과학기술자의 길을 고민하는 젊은 과학기술자들의 모임입니다. (이메일: joinyesa@gmail.com, 카페: cafe.daum.net/yesa2014)



태그:#메르스, #우석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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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학기술자모임(YESA)"에서 지난 2018년 12월에 새롭게 출범한 "공공을 위한 과학기술인포럼(FOSEP)" 입니다. FOSEP은 과학기술이 공공성, 합리성, 민주성에 따라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이메일: fosep2018@gmail.com, 블로그: https://yesa.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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