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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리스가 사실상 그렉시트 70% 가능성이라던데, 대체 디폴트는 뭐고 그렉시트는 뭐야? 디폴트는 망했다는 이야기 같은데…. 확실하게 알았으면 좋겠어."

"디폴트. 그건 원금은 물론 이자조차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상태, 즉 '채무불이행' 상태를 말하는 거야. 부도라는 말 들어봤지? 그런데 주로 국가나 기업의 부도에 쓰이는 용어야.

그렉시트(Grexit)는 그리스(Greece)와 탈출(Exit)의 합성어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의미하는 말이라네. 투표한 거 알지? 그리스가 현재 가입해있는 '유로존(148쪽)'의 간섭 혹은 관리로 빚을 갚느냐 독자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인가? 국민의견을 묻는 거였는데, 그리스 국민 61%가 독자적인 길을 선택했지. 그래서 많은 뉴스들이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 70% 운운하는 거야. 그렉시트는 유럽경제를 흔드는 시한폭탄이기도 해. 그러니 전 세계의 관심이 그리스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거야. 불행스럽게도 어마어마한 '검은 백조(136쪽)'가 될지도 몰라."

'디폴트'와 '그렉시트', 단어의 뜻은?

몇 달 전부터 그리스 관련 뉴스가 보도되곤 했다. 국가도 과연 부도가 날까? 설마? 국민들이 믿고 뽑아준 능력 있는 정치인들이나 경제 박사들이 그 나라에도 많을 것인데 나라를 그 지경으로까지 몰고 가겠어? 그리스 관련 보도를 보며 우리 가족은 이와 비슷한 이야길 하곤 했다.

<경제 상식 사전> 책표지.
 <경제 상식 사전> 책표지.
ⓒ 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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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렸을 때 지나온 IMF며, 디폴트 직전인 모라토리엄(47쪽)을 선언했던 아르헨티나와 러시아, 성남시까지 주섬주섬 들먹이면서 말이다.

'디폴트(48쪽)', '그렉시트(411쪽)'는 무엇일까? 나나 우리 아이들처럼 뉴스 내용을 미뤄 짐작, 대략 무엇일 것이다 짐작은 하였(겠)으나, 경제를 전공하지 않은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어느 날 갑자기 뉴스를 통해 등장한 이런 용어의 뜻을 선뜻, 그리고 명확하게 알기란 쉽지 않다.

당연히 그로인한 어떤 상황들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겠다. 용어가 뜻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면 뉴스가 훨씬 흥미로웠을 것인데 일반인들이 경제용어들을 낱낱이 알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하간, 잘 알지 못하는 경제 용어가 등장하는 뉴스를 보노라면 한편으로 답답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인터넷을 뒤져보기도 했으나 너무나 짧은 설명 이거나 장황한 설명에 머리가 복잡해질 때도 있었다. 

경제 관련 명칭이나 현상들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쓴 <경제 상식사전>(길벗 펴냄)을 선택한 이유이다. 

그리스의 경제위기는 어떻게 일어난 걸까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그리스가 경제적 번영을 꿈꾸며 2001년 유로존에 가입한 것입니다. 그리스는 유로존에 가입하면서 자국 화폐인 드라크마 대신 유로화를 사용했습니다. 독일이나 영국, 프랑스에 비해 경제력이 약한 그리스가 자국 화폐 대신 유로화를 쓸 경우, 실질소득이 증가하고 화폐가치가 상대적으로 고평가됩니다. 쉽게 얘기하면 경제기반이 취약한 나라가 자국화폐를 버리고 유로화를 쓰면 구매력이 높아져서 물가가 오르고 씀씀이가 헤퍼진다는 말입니다.

유로화를 쓰기 때문에 외환위기의 위험은 없지만, 물가 상승이 그리스의 실질금리를 낮추면서 자연스럽게 저축률 하락을 불러일으킵니다. 결국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구조가 고착화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경제학자는 그리스가 유로화를 버리고, 즉 유로존을 탈퇴하고 도로 자국화폐로 돌아가야만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진단합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경제 상식사전> '그렉시트' 편에서.

딸이 다시 묻는다. "그리스는 왜 망했나?"고. 책 속 이 내용과 함께 그리스가 디폴트에 처한, 투표를 앞둔 며칠 전에 봤던 뉴스 하나를 들먹이며 들려줬다.

"이유 중 하나는 부패와 무책임 때문이란다. 부유층의 탈세가 심했대. 대저택에 수영장까지 갖추고 살면서 어떻게든지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수영장을 인공위성에 잡히지 않게 하는 공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나. 그 정도로 지하경제(262쪽)가 활성화 됐다는 거지. 지하경제는 국가의 재정을 좀먹어 그리스처럼 망하게 하는 무서운 벌레지. 그런데 인공위성에 잡히는 경우만 세금을 추징하다니 그리스 정부도 참 어리석기도 하지. 그러니 망하지!"

이처럼 말이다. 아이들이 청소년기로 접어든 무렵부터 뉴스를 함께 보며 이야기 나누는 일이 많아졌다. 뉴스 즉, 세상 돌아가는 일에 그리 관심이 없던 아이들이 뉴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한 교과 교사가 수업 시간에 중요한 사건 그 관련 뉴스들을 아이들 수준에 맞게 잘 풀이해 들려준 덕분이다.

선생님들의 역할이 이처럼 중요하다. 많은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가정에서의 역할도 못지 않게 중요하지만 말이다. 여하간 어젯밤처럼 그리스 관련 뉴스를 보며 디폴트나 그렉시트를 물었을 때 누구라도 용어가 뜻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 이야기가 훨씬 수월해지고 윤택해진다.

주식투자부터 세계 경제흐름까지

이와 더불어 알려들면 복잡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두고 읽으면 그 어떤 책보다 경제와 관련된 것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 쓴 책을 권하고 싶다.

책은 모두 4장.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경제 상식부터, 주식투자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것들, 재테크를 하지 않아도 은행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어야 하는 것들, 우리 경제와 깊은 연관이 있는 용어와 현상, 세계적인 경제흐름이나 현상과 관련된 것 등, 경제 관련 다양한 측면의 용어 혹은 현상 146 항목을 들려준다.

책을 읽기 전까지 그렉시트는 물론 디폴트나 모라토리엄도 몰랐다. 그럼에도 딸에게 이처럼 선뜻 알려줄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이 워낙 이해하기 쉽게 쓰였기 때문. 이슈가 된 관련 사건들을 녹여 설명하고, 유래된 어원과 배경과 파생까지 알려주고 있음이 무엇보다 좋았다. 그리스 관련 용어인 그렉시트 편에선 지난날 그리스를 가능하게 했던 관광산업의 활성화와 그늘을 들려준다. 그리스 사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우리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실례를 들고 있는 '샤워실의 바보', 최근 삼성과 애플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던 사례로 시작하는 '특허괴물', 우리의 화폐 정책에 대해 좀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던 '고액권'과 '리디노미네이션', 쉽게 볼 수 있는 씁쓸한 현상 중 하나인 '공유지의 비극 등은 누구에게든 꼭 들려주고 싶은 것들.

덧붙이는 글 | <경제 상식사전>(김민구) | 길벗 | 2015-02-16 13,500원

※처음 출간된 것은 2008년 1월. 이후 여러차례 재출간. 최근의 국내 상황 관련된 상식과 그리스 나 세계 정세를 반영 보충해 2015.2.16일에 재출간되었다.



경제 상식사전 (최신 개정판) - 경제뉴스가 말랑말랑해지는 핵심 키워드 153!

김민구 지음, 길벗(2017)


태그:#디폴트, #그렉시트, #그리스, #경제상식,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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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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