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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9일 오전 11시 25분]

진보정치가 다시 꿈틀 거린다. 노회찬과 심상정이라는 걸출한 진보정치인들의 양자대결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정의당 당 대표 선거에 조성주라는 젊은 정치인의 도전이 주목받고 있다. 조 후보의 출마선언문은 SNS에서 크게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는 이전의 진보정치를 '1세대'로 규정하며 '미래와 싸우는 새로운 진보정치'를 내세우고 있다(관련기사 : "정의당은 박근혜 대통령과 싸우는 정당 아니다").

한 노동당 당원이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도 주목을 받았다(관련기사 : "노심조는 공은 사유화하고 과는 공유화한다" ). 그는 지난 8년 동안의 당원 활동을 돌아보며 기존의 진보정치가 얼마나 대중과 괴리돼 있었는지를 지적했다. 또 여기까지 당을 이끌어 온 진보정치 '선수'들의 책임을 묻기도 했다. 두 사람의 글은 전혀 다른 맥락에서 작성됐지만 기존의 진보정치를 놓고 비슷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진보정치에 대한 새로운 평가와 전망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사이, 한 쪽에서는 진보정당의 결집, 또는 재편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정의당과 노동당, 국민모임, 노동정치연대 등 4자는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을 만들려고 한다. 결집과 재편 등 각기 그 과정을 표현하는 용어는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보면 진보정당의 '재통합'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 한 번 결집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5일 각 단체에 몸담고 있는 네 사람을 노동당 당사에서 만났다. 김종민 전 정의당 대변인, 강상구 노동당 대변인, 이병렬 노동정치연대 집행위원은 모두 과거 민주노동당에 함께 있었다. 그러나 2008년 민주노동당의 분열, 2011년 통합진보당 건설, 2012년 통합진보당의 재 분열 등 진보정당의 굴곡 속에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양성윤 국민모임 조직위원장은 공무원노조위원장 출신으로 당의 바깥에서 이런 과정을 지켜봤다.

이날 2시간 동안 진행된 좌담회에서 이들은 진보정당 결집의 명분과 진보정치 세대교체, 인물교체의 요구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좌담회 발언을 정리한 것이다.

"진보결집, '찻잔 속 태풍'이라도 변화 에너지 필요"

양성윤 국민모임 조직위원장(왼쪽부터 시계방향)과 강상구 노동당 대변인, 김종민 정의당 전 대변인, 이병렬 노동정치연대 집행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노동당 당사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좌담회에 참석, '진보 세력의 통합이 실제로 국민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양성윤 국민모임 조직위원장(왼쪽부터 시계방향)과 강상구 노동당 대변인, 김종민 정의당 전 대변인, 이병렬 노동정치연대 집행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노동당 당사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좌담회에 참석, '진보 세력의 통합이 실제로 국민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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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정당 결집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진보정당은 그동안 수차례 분열과 통합을 반복해왔고, 이번 역시 내년에 있을 총선을 대비한 전략적인 통합이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진보정당이 다시 결집하는 명분은 무엇인가?
양성윤(이하 양) : "국민모임은 지난해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의 여러 행태를 보면서 이제는 야권을 교체하지 않으면 정권교체는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진보결집을 촉구하는 선언을 통해 진보세력에게 변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효과가 없었다. 이후 직접 당을 만들어 야권교체와 정권교체를 이뤄야겠다는 판단을 했다. 다만 정의당과 노동당과 다른 별도의 정당을 만드는 게 아니라 진보의 재편과 결집을 통해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을 만드는 창당경로를 결정했다. 결론적으로 진보정당이 다시 결집하는 이유는 진보정치가 나눠진 상황에서는 야권의 교체나 정권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종민(이하 김) : "단결은 진보정치의 숙원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보기에 진보의 재편은 찻잔 속 태풍일 수 있다. 지금 진보가 단결한다고 어마어마하게 크고 훌륭한 진보정당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정치불신을 없애는 게 진보정당의 역할인데 그동안 하지 못했다. 오히려 정파대립과 분열로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였다. 무엇보다 우리를 지지했던 사람들로부터 다시 지지와 신뢰를 얻어내지 못하면 진보정당의 의미는 없다. 진보정당 재편은 그 회복을 위한 기초적인 에너지를 만드는 일이다. 찻잔 속 태풍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 안의 회오리는 진보에게 가장 필요한 에너지다."

이병렬(이하 이) : "민주노총을 만들 때 크게 두 가지 과제를 선언했다. 산별노조 건설과 노동자정치세력화다. 그때는 참 가슴 벅찬 선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갈등의 문제가 그 두 곳에 녹아있다. 산별노조가 힘이 되기보다는 분열과 갈등의 요소가 됐고, 정치세력화를 통해 노동자의 요구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현장에 짐이 되고 있다. 진보정당 분열이 현장의 냉소를 낳고 있다. 원론적인 이야기 같지만 진보정당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투자를 해서 키운다. 분열된 상태에서는 아무도 투자하지 않는다. 이 상태로 다음 총선을 치르면 진보정당은 노동자들의 선택지가 될 수 없다. 당장 크게 번창할 수는 없더라도 '열심히 할 테니 기회를 달라'라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한다."

강상구(이하 강) : "정부여당은 부패한데다 무능하기까지 하다. 여기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줘야할 제1야당은 역할을 못하고 있다. 한국정치가 이렇게 가면 일본정치처럼 될 공산이 크다. 장기집권하는 보수여당에 집권 의지도 실력도 없는 야당, 여기에 악세사리처럼 붙어있는 진보정당의 구도로 갈 것이다. 사회자체가 우경화 되는 상황이다. 진보정치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현재 노동조합에 가장 친근한 곳은 새정치연합의 을지로위원회다. 또 한중FTA체결 비준이 진행 중인데 과거 진보정당이라면 농민들과 함께 거리투쟁을 하고 있을 거다. 지금은 전혀 그런 게 없다. 지난 2009년에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하고 6자회담 중단된 상태다. 진보정치가 분열하고 지속적으로 힘을 잃게 되는 시기와 같다. 남북문제, 동북아 평화문제에 진보정치가 주요한 행위자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이 상태로는 사회 우경화를 막을 수 없다."

"차이에 목숨 거는 진보정치 끝내야"

- 그럼 진보정당이 다시 모이면 사회의 우경화를 막고, 야권교체와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것인가? 이전과 비슷한 정당이라면 크게 차이가 없을 것 같다.

김종민 정의당 전 대변인
 김종민 정의당 전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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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 "진보결집의 필요성이 곧 정당을 향한 지지를 자동적으로 획득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금은 말하자면 우리의 목적지에 가기 위한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이다. 거기에 바퀴 네 개를 다는 거다. 바퀴가 하나거나 두 개면 거기에 실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늘려가는 일이다. 새롭게 혁신하면서 대중과 함께 하기 위한 바람직한 진보정당이 되려는 채비를 하는 것으로 봐주면 좋겠다."

김 : "진보정당이 다시 결집하면서 국민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반성'이다. 우리가 대표 진보정당이라고 자랑하는 듯 선전하는 게 아니라, 다시 한 번 진보정당의 역할을 해보겠다고 말하는 거다. 정파의 몫을 챙기고 분열해 온 역사를 마감하겠다는 얘기다. 국민에게만이 아니라 과거 진보정당을 지지했던 노동자와 농민 등 전통적인 지지층에게도 반성의 말을 전한다.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는 메시지다."

양 : "국민에게 진보정치의 통합이 어떤 감동이 될 수 있을까. 사실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진보정치는 학생운동 출신, 또는 노동조합의 활동가들이 하는 일이라고 여겨져 왔다. 평범한 대중이 진보정치에 들어오기에는 엄청나게 높은 턱이다. 뭔가 이념이나 의식이 강해야 할 거 같고, 똑똑해야 할 거 같은 인식이 있다. 또 진보정당을 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차이점만 본다. 그리고 그 차이에 목숨을 건다. 그러니 분열될 수밖에 없다.

이걸 넘어 서야 한다. 조금 덜 똑똑해지고, 문턱을 낮춰야 한다. 진보정당을 만드는데 조직된 노동자는 중요하지만 민주노총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노동조합을 만들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민주노총 역시 기득권 세력이다. 기득권 여부를 떠나서 그렇게 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새로운 진보정당은 적어도 비정규직, 영세중소 상공인 등 노동조합을 만들 수 없는 사람들을 조직화해야 한다. 그렇게 소외돼 있는 곳을 찾아 간다면 그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 "유럽과 우리를 단순히 비교해보면 우리의 노동조합의 한계가 진보정당의 한계가 되고 있다. 노동조합의 조직률이 낮고 전체 노동자를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전히 조합은 정규직 중심이다. 비정규직의 문제를 전면화 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진보정당의 결집의 이유를 조직된 노동자들의 생각으로 이야기 한 것 역시 우리의 한계를 반영하는 측면이 있다."

"'NL-PD 전후세대' 선도 못하면 미래 없다"

- 그럼에도 진보정치가 더욱 나아질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와닿지 않는다. 그것은 여지껏 진보정치가 보여줬던 모습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조성주 정의당 대표 후보 등이 이야기 하는 진보정치의 세대교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양성윤 국민모임 조직위원장
 양성윤 국민모임 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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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 "내가 한 달 소득이 100만 원이라면 가장 먼저 먹고 자는데 돈을 쓴다. 빚 낸 것도 갚아야 한다. 무엇보다 그게 우선이다. 그렇게 쓰는 돈이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것이라면, 진보정당은 다 쓰고 남은 1만 원을 저축하는 것과 같다. 사람들은 그런 개념으로 투표를 한다. 진보정당이 생활비에서 가장 중요하게 쓰여야 하는데 후순위다. 거기다 분열하면서 이자율도 낮아지니 5만 원, 10만 원씩 저축 할 수가 없다. 내 돈을 맡겨도 되는지 불안해한다. 지금 10만 원 맡기면 100만 원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투표를 한다. 그런 변화는 사람만 바뀐다고 되는 게 아니다. 진보정치의 정당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이 : "나는 그동안 진보정치를 이끌었던 선배그룹에 속한다. 권리를 이야기하기 보다는 반성하고 책임을 많이 져야 할 위치다. 지금 진보정당의 혁신과 세대교체라는 말이 나오는 것에 동감한다. 그러나 물리적 나이가 중요한 건 아니다. 과거에는 '운동권 조로현상'이라고 불렀다. 노회찬과 심상정도 아직 60세가 안됐다. 그동안 진보정당은 선거 때 사람을 채우기 위해 30대 40대에도 계속 출마를 시켰다. 그러다보니 사람을 키우지는 못하고 선거 이력만 쌓여갔다. 50세도 안됐는데 지역에서는 '또 나왔냐'는 소리를 듣는다. 조금 더 길게 보고 가야할 필요가 있다."

김 : "진보는 혁신적인 내용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해야 평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은 책임지지 못하는 진보가 있었다. 정의당의 대변인을 하면서 기자들을 많이 만났다. 두 가지 종류의 얘기를 많이 하는데 '도대체 노회찬과 심상정은 언제까지 할 거냐, 바꿔라'라는 말과, '그래도 진보정치는 아직 두 사람이 필요하다'라는 말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진보정치의 리더였던 사람들이 깊이 돌아봐야 하는 지점이다. 세대교체의 요구나 혁신의 요구가 당 내부뿐 아니라 당 밖에서도 나오는 이유를 진보정치의 1세대, 1.5세대가 냉철하게 봐야 한다."

강 : "진보정치가 계속 분열하기는 했지만 지난 10년간 선거 때마다 8~15% 정도의 득표를 해왔다. 국민들의 기대가 그 정도로 형성돼 있는 것이다. 정당이 시민단체와 다른 것은 때가 되면 시험을 본다는 거다. 기업이 실적발표를 하고 가치를 평가 받는 거처럼 정당도 같다. 정당의 실적은 선거다. 그걸 토대로 성장해야 한다.

하지만 진보정당은 분열하면서 정책연구를 할 수 있는 역량이 모두 흩어졌다. 새로운 의제를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무상의료, 무상교육이다. 진보가 결집하고 정책역량이 모이면 엄청난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반드시 리더십의 교체가 있어야 한다. 정의당 대표에 출마한 조성주 후보에 대한 관심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게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하고 능력을 검증받고 진보정치라고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바뀌어야 한다."

이 : "부산의 한 노동조합 선거 토론회에 가니까 한 후보가 자신을 '전후세대'라고 불렀다. 보통 전후세대라고 하면 6.25전쟁 이후 세대를 말하는 건데, 무슨 뜻인가 보니까 운동권의 'NL-PD' 논쟁 이후 세대라는 예기였다. 시대가 바뀐 것이다. 이제 그런 논쟁은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그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그들을 선도할 수도 없다. 세대교체는 시대의 교체이고 이념적 교체가 수반돼야 한다."

"통합진보당 세력 자기반성 있어야 한다"

- 이번 논의가 잘 진행된다고 해도 전체 진보세력이 다 모일 수는 없을 것 같다. 특히 전 통합진보당 세력이 남아 있고, 노동당 내부에서도 결집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들과 관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병렬 노동정치연대 집행위원장
 이병렬 노동정치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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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 "전 통합진보당 세력은 현재 공식적으로 대화를 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 조직적 실체가 없어 함께 논의를 진행하기 어렵다. 그런 조직적 체제가 만들어지면 자신들의 정치방침을 정하고 공식적으로 표명해야 한다. 또 지금의 노동당을 지키려 하는 분들이 있다. 어렵더라도 이분들을 설득하고 같이 가야 한다."

양 : "통합진보당 세력이 실체가 없다고는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4자 테이블은 진보 통합의 완성이 아니다."

김 : "통합진보당은 진보정당으로서 혁신하지 못한 명백한 평가가 존재한다. 패권주의 등 낡은 잔재를 청산해야 하는데, 아직 자기반성이 없다. 진보재편의 주요한 의미는 대중적 진보정당을 확고히 만드는 것이다. 1차적으로는 현재의 4자간 논의를 책임있게 완수하는 게 과제다."

강 : "노동당 안에 결집에 반대하는 분들이 있다. 이분들은 당과 진보정치에 애정이 크신 분들이다. 진보 결집 주장을 노동당이 다른 세력에게 투항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신다. 굉장히 자존심이 상할 문제다. 지금까지 어렵게 하다가 안 되겠으니까 다른 집에 가서 세 살자는 얘기로 볼 수 있다. 그런 생각을 이해한다. 또 지금 진보 결집을 주장하는 집행부가 과거에도 당을 주도해 온 사람들이다. 노동당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인데 오히려 어디에 갖다 바치려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렇게 보는 것도 일리가 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정치가 어떻게 하면 재건 될 수 있는가, 그동안 노동당이 지키려고 했던 가치들이 소멸되지 않고 다시 살아날 방법이 무엇인가, 그 고민을 하는 게 책임지는 자세라고 생각했다. 그것을 설명하려고 노력했고, 앞으로도 계속 더 할 생각이다. 진보 결집을 주장하는 사람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전달되길 바란다. 노동자들도 새로운 진보정당에 기대를 걸기 시작했고, 정의당은 결집의 의지가 확고부동하다. 이제 노동당의 역할이 관건이다. 당원들이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대중 당원 가입으로 정파 약화 시켜야"

- 통합이 잘 이뤄졌다고 해도 걱정이다. 또 분열하면 어떡하나? 이번이 정말 마지막 '통합'이 될 수 있을까?
양 : "일단 통합부터 했으면 좋겠다. 물론 통합 이후에 다양한 정치세력이 함께 하다보면 여러 가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패권주의다. 소수의 세력이라고 하더라도 당 내에서 인정하고 배려할 수 있어야 한다. 소수 세력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따로 보따리를 챙길 이유가 없다. 그게 가능하다면 또 다시 분열하는 우려는 적어 질 것이다."

이 : "결국 통합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리고 권력을 나눠야 한다. 또 당이 두 번 분열되는 과정에서 공직후보 선출방식의 문제가 불거졌다. 진성당원제에서 '쪽수'가 면죄부가 되면 안 된다. '쪽수도 실력'이라면서 특정 정파가 권력을 독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중들이 당에 많이 가입해서 정파세력을 약화시킬 필요가 있다."

김 : "진보는 깨질 것을 걱정해 통합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런 두려움이 있다면 지금처럼 다시 결집을 이야기 할 이유가 없다. 이렇게 통합하지 않으면 결국 죽게 될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하는 거다. 통합진보당에서 정의당이 나왔을 때도 그랬다. 국민참여당 세력, 진보신당 세력 등 여러 다른 세력이 있었지만 여기서 또 깨지면 그 다음은 정말 없다는 걸 알았다. 그것을 서로에게 각인했다.

개인적으로 민주노동당 시절에 소위 말하는 용산사태(NL노선의 정파가 PD계열이 주도하고 있던 지역위원회를 조직적으로 장악한 사건)에 반성을 많이 했다. 얼마전 김종철 전 부대표(소위 용산사태 당시 지역위원장)와도 말을 나눴다. 우리가 정말 해야 할 것은 당 내에서 정파적 이해가 아니라 '좋은 정당'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진보정당은 분열과 통합, 재분열의 과정을 거치면서 좋은 정당을 만들지 않으면 이런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좋은 정당을 만드는 노선이 필요하다. 정파와 패권이 남아 있으면 민주주의 노선을 가질 수 없다. 결국 당의 다수 당원이 어느 정파에도 소속되지 않은 대중적인 대원으로 될 때 본질적인 분열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정의당 서울시당위원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과거처럼 정파적 관계로는 뭘 할 수가 없다. 최근 1년 사이에 가입한 당원이 과반이다. 그러면 패권을 부리는 게 불가능하다."
강상구 노동당 대변인
 강상구 노동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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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 "김 전 대변인의 말에 아주 동의한다. 지난 2008년 민주노동당에서 진보신당이 나오면서 혁신과제로 삼았던 내용이기도 하다. 정파의 지침에서 자유로운 당원이 필요하다. 윤성희 당원(노동당 게시판에 기성 진보정치를 비판하는 글을 올림) 같은 분들이 늘어야 한다. 

좋은 정당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현장 대중성을 강화해야 한다. 스웨덴 사민당의 경우 지역 당원협의회를 자발적으로 해산했다. 이후 노동자들, 지역 협동조합원들과 '민중의 집'을 만들었다. 지역 거점 사업을 본격화 한 것이다. 이때부터 당 정책을 만들 때는 민중의 집에 가서 당원과 지역주민, 협동조합 조합원들과 토론한다. 이들은 대부분 정파에서 자유로운 대중이다. 그 토론을 바탕으로 정책이 다듬어진다. "

양 : "예전에 브라질노총과 간담회를 한 적이 있다. 당시 통합진보당 사태가 터졌을 때다. 그 사람들에게 룰라의 통합리더십에 대해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많고 다른 세력들을 하나로 모았는지 궁금했다. 그들은 '목표가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지만 공통적으로 하나의 목표가 있어서 가능했다'라고 했다. 그 목표는 '노동자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각기 다른 점이 있더라도 하나의 목표로 모였으면 좋겠다."

김 : "서로 경쟁하면서 보다 나은 정치세력으로 나아간다는 정파의 순기능이 있다. 그러나 분열과 통합의 반복이 당에게 준 유일한 선물은 정파가 아닌 당원들에게 권력을 줘야 한다는 교훈이다. 정파의 수장이라는 이유로 권력을 부리는 건 끝났다."

한편, 노동당은 28일 오후 당 대회에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공동선언'을 추진할지를 묻는 '당원총투표 부의안'을 상정했으나 부결됐다. 지난 5월 당대회에서 한 차례 부결된 이후 두 번째다. 이로써 노동당이 진보결집에 전면적으로 나서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일각에서는 진보결집파와 당사수파로 분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나경채 당 대표 등 현 지도부는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시기로 예정한 오는 9월 전까지 당원들을 대상으로 설득 작업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태그:#정의당, #노동당, #조성주, #김종민, #노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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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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