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부탁해> <집밥 백선생> <삼시세끼> 등 요리가 주인 예능들이 인기다. 이 프로그램들은 동시간대 공중파의 예능, 드라마 등과의 시청률 대결에서도 뒤지지 않고 화제성 또한 나날이 높아지고 있어 크게 주목받고 있다.

그 중 <삼시세끼>를 제외한 프로그램들에는 이른바 유명 '셰프'들이 등장하여 인기와 명성을 얻고 있는데, 가히 '셰프의 전성시대'라 일컬을 만하다. 잠깐 사이에도 수많은 이들이 부침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특이한 이력을 가진 '요리하는 이'가 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바로 백종원이다.

그의 인기의 요인은 대체로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겠다. 한 가지는 빠른 진행 속 풍부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일에 대한 열정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백종원의 맛국수가 완성된 모습.

▲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백종원의 맛국수가 완성된 모습. ⓒ MBC


전통적 요리프로그램들에서 백종원이 튀는 이유는?

요리에 창의적인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전통의 비법을 꾸준히 계승해가는 것이 좋을까. 그에 대한 모범 답안은 아마도 그 둘을 적절히 섞는다가 될 것이다. 하지만 여태 우리의 요리프로그램들은 전자보다는 후자를 더욱 중시하는 경향이 짙었다. 전통적 요리들을 최대한 정석적으로 풀어내는 것, 그것은 마치 금과옥조와도 같았다. 

그러나 마늘, 고추장, 파, 생강, 고춧가루, 참기름 등의 양념을 즐비하게 갖추고 어린아이를 가르치듯 차분히 설명하는 요리사들의 강의는 귀에 쏙쏙 들어오기는 했지만 옆 진행자들의 추임새가 없으면 자칫 지루해지기 십상이었다. 요리법 또한 대개는 지극히 제한적이어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리고 그에 대응하듯 이제 색다른 요리사들이 한껏 부각되고 있다. 그 중 특히 백종원의 등장은 여러 면에서 매우 파격적이다. 누구의 도움도 별반 필요 없을 듯한 구수하면서도 재미있는 진행, 스피디하면서도 핵심은 결코 놓치지 않는 그의 요리법들은 수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며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그의 레시피가 모든 이들에게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특히 설탕, 조미료 등의 첨가가 과하다는 것이 비판의 중심이며, 그 외에 된장 끓이기 등 기본양념을 사용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찬반양론이 자리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는 요리를 만들기 어렵듯, 모든 이들에게 적합한 요리법을 찾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백종원의 레시피는 따라 하기 크게 어렵지 않고, 빠른 시간 안에 풍부한 질감의 요리를 '비교적' 수월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받고 있다.

특히 만능간장, 양념된장 등, 우리네 요리의 밑바탕이지만 갖추기는 꽤나 어렵게 생각되던 기본적 양념들은 소개될 때마다 그것을 응용한 요리들이 온오프라인에 대거 등장해 그 인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집밥 백선생' 통돼지를 해체하는 모습.

▲ '집밥 백선생' 통돼지를 해체하는 모습. ⓒ CJ E&M


자신이 잘하는 일에 열정까지 갖추었으니 금상첨화

백종원의 인기의 견인차는 풍부한 레시피와 더불어 일에 대한 열정적 모습이 아닐까. <마이 리틀 텔레비전> <집밥 백선생> 등에서 그는 매우 신이 나 있는 듯 보인다. 알고 있는 재료와 요리들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려주기 위해 눈을 반짝거리고, 한시도 쉬지 않고 말하고 손을 놀리며, 필요하다면 통돼지를 해체하는 파격적(!) 퍼포먼스도 서슴지 않는다. '물 만난 물고기', 지금의 백종원이다.

누군가는 그의 레시피를 일컬어 조미료 등으로 맛을 살린 대증적 요법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가 드러내는 요리에 대한 열정은 그 폄하의 소리를 낮추는 힘을 가진다.

요즘의 셰프 열풍은 영국의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나 고든 램지의 현상에 비견될 만하다. 그 중 백종원은 제이미 올리버의 소탈함과 친근함, 고든 램지의 강력한 카리스마의 중간 지점쯤에 서 있다. 지극히 제한된 시간 안에 진국의 요리법들을 담아낸다는 점에서는 그들을 쏙 빼닮았다.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 방방곡곡을 돌던 이른바 '먹방'을 살짝 빗겨나, 이제는 셰프들의 레시피가 온오프라인을 뒤덮고 있다. 요리에 수동적이던 사람들마저 '한번 만들어 볼까'하게 만드는 것, 셰프시대의 긍정적 측면이라 하겠다.

어느 분야든 명성과 인기에 걸맞는 실력과 열정을 가진 이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때로는 외양만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현혹하기도 하고, 본질 외의 것들이 더욱 부각되기도 한다. 그런 만큼, 자신의 분야에서 큰 열정으로 비교적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요리법을 양산해내고 있는 백종원, 그를 조용히 응원하게 되는 것도 크게 무리는 아닐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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