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 공식 포스터

▲ '비정상회담' 공식 포스터 ⓒ JTBC


세계 각 국의 '비정상'들이 매 주 색다른 주제로 토론을 벌이는 JTBC 예능 <비정상회담>. 이 프로그램은 진행자들을 제외하고 멤버들 모두가 외국인이라는 점, 그리고 그들이 때로 외국인임을 잊을 정도로 한국어에 능통하여 보다 심도 높은 토론이 가능하다는 점 등, 독특함과 매력을 두루 지닌 프로그램이다.

열혈토론을 이끌 수 있는 주제를 선택하라

<비정상회담>의 멤버들은 열띤 토론이 벌어질 수 있는 주제가 생기면 그야말로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열정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런 그들도 모든 문제에 대해 흥미를 가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자신들에게 맞는 주제가 주어지는 순간 토론이 더욱 격렬해지니 말이다.

그간의 주제를 살펴보면 멤버들이 신이 나 발언을 쏟아냈던 경우는 조금 추상적이더라도 세계인의 보편적 정서를 다룬 것이라거나 철학 관련 주제 등이었다. 멤버들의 환영을 받았던 주제였고, 시청자들의 호응도 높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부모에게서 독립 못 하는 한국 청년', '현실보다 꿈이 우선', '지구를 구하는 데 올인 하는 나', '점점 양심을 잃어가는 나', '외모지상주의 때문에 불행한 나', '혐오주의를 혐오하는 나', 그리고 이번 주의 주제였던 '법을 지켜서 손해 보는 것 같은 나, 비정상인가요?' 등은 보다 보편적인 것으로 분류될 수 있는 주제로서 멤버들의 열띤 토론을 불렀다.

반면 멤버들이 의견을 피력하기를 비교적 어려워한 주제로는 '새 학기가 됐는데 학교 가기 싫은 나',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올인 하는 나', '딸의 유학을 말리고 싶은 나', '방학에도 과목별로 학원을 보내려는 나', '세대 차이 때문에 후배들과 모임을 피하는 나, 비정상인가요?' 등이 있는데, 이런 종류의 주제들은 보편적이라기보다는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것들이었다.

어느 프로그램이나 마찬가지지만, <비정상회담> 또한 게스트와 멤버들의 합이 맞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반응이 극명히 달라진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불가항력적인 면이 있다. 멤버들이 어찌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는 얘기다.

외부적인 것과 상관없이 늘 일정한 재미를 보장하는 것은 역시 멤버들끼리의 논쟁이다. 서로의 나라에 대한 격의 없는 공세, 상대방에 대한 농담 섞인 흠집 잡기 등은 거의 예외 없이 큰 웃음을 준다. 그것은 외부 동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자가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함을 말해 주는데, 좋은 주제의 꾸준한 발굴은 그것에 날개를 다는 일이 될 것이다.

잘못인 줄 알면서 반복하는 실수...그만해 주세요!

'비정상회담'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세 진행자의 모습.

▲ '비정상회담'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세 진행자의 모습. ⓒ JTBC


<비정상회담>의 활기찬 분위기는 진행자들과 멤버들 간의 남다른 '케미'에서 뿜어져 나온다. 하지만 때로는 사소한 것들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경직시킬 때가 있다. 진행자들이 멤버들의 미숙한 한국어를 지적할 때 등이다.

그것은 예전 방송의 토론 중 갑론을박을 불렀던 문제와 맞물리기도 한다. 이전의 방송에서 타일러는 미국의 한 연예 매체에서 걸그룹 EXID의 멤버 정화의 영어 억양을 조롱하는 동영상을 게재했다고 밝혔다. 사실 하나의 사건에 대부분의 동의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은데, 이 주제는 많은 멤버들의 공분을 이끌어 낸 바 있다.

진행자들 또한 그 의견에 동참했는데, 그런 그들이 멤버들의 한국어 실수를 웃음거리로 삼는 것은 조금 앞뒤가 맞지 않는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그러한 것들이 멤버들의 사기를 꺾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국말이 조금 어색하거나 어눌하면 어떤가. 우리는 멤버들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가만 알면 될 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곤란하고 어색한 것은 따로 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는 일, 그것은 바로 진행자들이 매 주 '글로벌 문화 대저언!', '정상인 듯, 정상 아닌 정상 같은 너어허!'를 외쳐대는 순간이다.

아마도 매 주 색다른 몸놀림과 멘트로 재미를 추구하려는 제작진, 진행자들의 고육지책인 듯한데 문제는 그것이 별 재미도 없고 그렇다고 크게 재치 있다 느껴지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그들이 안절부절못할 때 보는 이들도 함께 좌불안석이 된다. '실수하거나 재미없으면 어떡하지'라는 진행자들의 염려에 빙의되는 탓이다.

그러므로 이제 <비정상회담>과 꽤 친해진 것 같은 느낌을 가진 한 사람의 시청자로서 조심스레 고언을 던지자면, 만일 나의 친한 친구가 매 주 같은 문제로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넌지시 조언을 건넬 것 같다. "그렇게 걱정될 것 같으면 하지 않는 게 어때?"라고 말이다.

비정상회담 전현무 유세윤 성시경 알베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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