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방영한 JTBC <냉장고를 부탁해> 한 장면

지난 11일 방영한 JTBC <냉장고를 부탁해> 한 장면 ⓒ JTBC


지난 4일,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펼쳐진 이연복 셰프와 최현석 셰프의 요리 대결은 시청자 사이에 두고두고 회자될 세기의 명대결이었다.

중화요리의 대가로 손꼽히는 이연복 셰프와 첫 대결을 앞두고, 최현석 셰프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허세를 싹 버리고 시종일관 진지한 자세로 요리에 임했다. 이연복 셰프도 긴장한 나머지 요리 도중 칼에 손을 베이기도 했다. 

보는 이마저 숨 막히게 하는 대결의 결과는 춘장과 전복, 돼지고기, 채소를 잘 어우러지게 한 이연복 셰프의 '연복쌈'에 돌아갔다. 하지만 대결에서 이긴 이연복 셰프는 물론, 최선을 다해 경연에 임한 최현석 셰프 모두 승자였다. 셰프들에게 요리를 주문한 게스트의 취향에 따라 승패는 나누어지지만, 결과를 떠나 출연한 모든 셰프들과 그들이 만든 요리가 주목받는 곳. 이것이 <냉장고를 부탁해>의 존재 의미다.

지난 11일 방영한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는 이연복과 최현석의 대결 내내 이어지던 긴장감과 감동은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최근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해 연륜과 겸손이 고루 묻어난 요리로 시청자의 눈을 황홀하게 했던 이연복 셰프는 아쉽게도 이날 방송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연복 셰프의 가호를 받은(?) 김풍 셰프가 한층 진화된 요리 솜씨를 선보였다. 

샘 킴 셰프와 다시 '드루와 매치' 2차전을 벌인 김풍은 이연복 셰프의 흔적이 가득한 중화풍 덮밥으로 눈길을 끌었다. 요리하는 내내 이연복 셰프에 빙의된 듯한 현란한 칼질, 능숙하게 프라이팬을 다루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이날 대결의 승리는 이연복의 힘을 빌린 김풍에게 돌아갔다. 이로써 김풍은 '샘 킴 잡는 천적'의 이미지를 공고히 했다. 

 지난 11일 방영한 JTBC <냉장고를 부탁해> 한 장면

지난 11일 방영한 JTBC <냉장고를 부탁해> 한 장면 ⓒ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는 이연복, 최현석, 샘 킴 등 유명 셰프가 대거 출연하지만, 김풍처럼 전업 요리사가 아닌 인물도 등장한다.

오랜 자취 생활 끝에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고 하나, 김풍의 요리 실력은 이연복 셰프도 인정할 정도로 수준급이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전문적으로 요리를 만들어온 주방장과 취미로 음식을 만드는 웹툰 작가의 요리 대결은 후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해 보인다.

그러나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대결의 승패를 좌지우지하는 권한은 요리를 주문한 게스트에게 있다. 게스트의 입맛을 평가의 절대기준으로 내세우는 <냉장고를 부탁해>는 개인의 독특한 취향을 존중한다.

흔히 고급 레스토랑에서 유명 셰프가 값비싼 재료로 만든 음식을 최고의 요리로 생각한다고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자주 접해서 익숙한 입맛은 가정식 혹은 인스턴트 음식이다. 다른 셰프들이 내놓은 결과물에 비해 비주얼 측면에서 정말 인간적이고 MSG 향이 솔솔 나는 김풍의 요리가 시청자에게 사랑받고, 샘 킴과 같은 유명 요리사를 상대로 예상외의 승리를 거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냉장고를 부탁해>에는 요리 고수들의 살 떨리는 대결도 있지만, 마치 톰과 제리를 보는 듯한 재미도 있다. 두 셰프는 티격태격하는 와중에도 맛깔스러운 음식으로 시청자를 자극하며 요리 프로그램으로서의 본질을 잃지 않는다.

요리 프로그램으로서의 맛과 시각적 효과,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재미와 감동을 모두 잡은 <냉장고를 부탁해>. 모든 요소가 균형적으로 자리 잡은 <냉장고를 부탁해>의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듯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너돌양의 세상전망대), 미디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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