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달 동안 옹알스는 제 29회 멜버른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에 참가하며 다양한 일정을 소화했다.

약 한 달 동안 옹알스는 제 29회 멜버른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에 참가하며 다양한 일정을 소화했다. ⓒ 옹알스


"그곳에선 우리가 '연예인' 같았어요."

2년 연속 세계 3대 코미디 페스티벌 중 하나로 꼽히는 호주 멜버른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이하 멜버른 페스티벌) 무대에 선 논버벌 퍼포먼스팀 옹알스의 말이다. 최근 한 달간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옹알스 멤버 조준우, 조수원, 최기섭, 채경선은 그곳에서 한국에서도 쉽게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을 경험했다. 멜버른에 들어가는 비행기 안에서부터 이들을 알아본 현지인이 "작년에 당신들의 무대를 봤다"며 사진을 찍자고 청했고, 공항을 나서자마자 일정이 시작됐다.

채경선은 "국내선 우리를 많이 찾지도 않고 알아보지도 않고 주목도 안 해주는데, 신기했다"며 "짐도 못 푼 채로 방송국과 신문사에 인터뷰를 하러 돌아다니는 와중에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반색했다. 이 인기는 체류 기간 내내 이어졌다. 멜버른 페스티벌의 열기를 취재하러 온 호주 지상파 방송국의 아침 방송에 출연했고, 시드니 어린이 병원에서의 공연과 호주의 다문화 축제인 '하모니데이' 축제 무대에도 섰다.

한 달 내내 호주의 지상파 방송사 채널10을 통해 방영되는 멜버른 페스티벌 갈라쇼 녹화에 참여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총 560개 참가팀 가운데 24팀만이 녹화에 참여하는 이 쇼에서 옹알스는 유일하게 논버벌 퍼포먼스를 내세운 팀이었다고. 녹화가 끝나고 멜버른 페스티벌 공식 SNS는 그들의 무대를 '스매시 히트'(Smash Hit)라 극찬하기도 했다.

 약 한 달 동안 옹알스는 제 29회 멜버른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에 참가하며 다양한 일정을 소화했다.

ⓒ 옹알스


 약 한 달 동안 옹알스는 제 29회 멜버른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에 참가하며 다양한 일정을 소화했다.

약 한 달 동안 옹알스는 제 29회 멜버른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에 참가하며 다양한 일정을 소화했다. ⓒ 옹알스


당시를 두고 최기섭은 "3천 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 공연한 게 처음이었다"며 "녹화가 끝나고 숙소에 돌아가 그 방송을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하더라"고 회상했다. 조준우는 "지난해 처음 참가할 때부터 스케줄 표를 만들어 들고 갔다"며 "지난해엔 그 스케줄대로만 움직이면 끝이었지만, 올해는 그 표를 계속 수정해야 했다. 매일매일 스케줄이 늘어나는데 한 번은 오전 4시에 일어나 스케줄을 소화해야 할 정도였다"고 했다.

현지의 인기만큼 멜버른 페스티벌 주최 측의 대우도 융숭했다. 총 560개 참가팀 중 세 팀만이 오를 수 있었던 개막식 쇼케이스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고, 단순히 출연료를 받는 것에서 벗어나 '러닝 개런티'로 수익을 분배하는 파트너로 공연을 펼쳤다. 조준우는 "관계자에게 농담으로 '내년에 또 부를 거면 무거운 짐은 놓고 가겠다'고 했더니 정말 그러라고 하더라"며 "그래서 볼링공 같이 무거운 건 두고 왔다"는 말로 주최 측과의 유대 관계를 전하기도 했다.

"한국서도 못 알아봐줬는데...'인기 실감한다' 무슨 뜻인지 알겠더라"

3월 26일부터 4월 12일까지(현지시간) 멜버른 아트센터 앞 특설무대서 펼친 본 공연 또한 성공적이었다. 얼굴에 콧물을 그리고, 아이들의 옷을 입고, 단 한 마디 대사 없이 수준급의 저글링과 비트박스, 슬랩스틱 개그 등을 선보이는 이들의 공연에 관객은 열광했다. 이 공연장에 선 여러 팀 중 옹알스는 처음으로 좌석 매진을 기록했다. '최대 관객 동원'의 영광도 옹알스의 몫이었다.

이에 대해 채경선은 "원래 320석 규모의 무대였는데 서서 보는 관객까지 포함하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며 "관객의 줄이 공연장을 한 바퀴 돌아 우리 대기실에까지 이어지는데 그 광경이 신기해 사진으로 찍어 두기도 했다"고 전했다. 조수원도 "이 공연은 '관객석을 채운다'는 의미 이상이었다"며 "길거리 홍보도 없이, 순전히 우리의 이름만 보고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이 관객석을 채웠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약 한 달 동안 옹알스는 제 29회 멜버른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에 참가하며 다양한 일정을 소화했다.

약 한 달 동안 옹알스는 제 29회 멜버른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에 참가하며 다양한 일정을 소화했다. ⓒ 옹알스



"내년이 옹알스 결성 10년인데, 이번 공연이 가장 반응이 좋았어요. 관객의 얼굴에서 이 공연을 많이 사랑해 준다는 것이 느껴지고, 그게 큰 웃음으로 이어지니 행복했어요. 그동안 한국서도 개그맨으로 활동했지만 거리를 돌아다니면 저를 알아보는 경우가 거의...아니, 그냥 없었어요. 심지어 저희 어머니도 '대체 얘가 뭐하고 다니나' 하셨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이곳에서 '인기를 실감한다'는 말이 어떤 느낌인지 알겠더라고요. 밖에서 술도 마시지 못할 정도였어요." (조준우)


'한국에서 옹알스가 온다'는 소식에 공연장을 찾은 한국 교민들과의 교감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공연이 끝난 후 찾아와 이들의 손을 잡고 '고맙다'는 말을 반복하며 눈물을 글썽이던 한 중년 남성, 발랄한 캐릭터 옷을 입고 사진을 찍으러 와서는 끝내 눈물을 보이고 간 두 젊은 여성의 모습에 이들 또한 울컥할 수밖에 없었다고.

채경선은 "앞에선 '우리는 웃음을 드렸는데 왜 그러세요'라고 하지만, 그들을 보며 우리도 뭉클함을 느낀다"고 털어놨고, 조수원은 "'이 사람들(옹알스)도 우리처럼 외국에서 고생했구나, 나도 그랬는데'라는 마음에 동질감이 드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조준우는 "이건 아직 우리로서도 풀지 못한 숙제"라며 "코미디에 희로애락이 있다 보니까, 공연 내내 우리와 함께 달려오다가 마칠 때 되면 뭉클함이 절로 올라오는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한국 코미디계 최초 '예술의 전당' 입성..."만감 교차한다"

호주에서 돌아오자마자 옹알스는 또 다른 '경사'를 맞았다. 그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의 공연이 성사된 것이다. 옹알스는 오는 6월 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서 단독 공연을 펼친다.

 옹알스는 오는 6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연다.

옹알스는 오는 6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연다. ⓒ 옹알스


그동안 예술의 전당은 조용필을 비롯해 조영남, 패티김, 이문세, 전인권과 같은 '거물급' 대중가수에게만 공연을 허가했다. 상대적으로 대중문화계에 문턱이 높았던 예술의 전당에 옹알스가 입성한 것은 한국 코미디계 최초의 일이자 대중문화계에서도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덕분에 소식을 접한 조혜련, 박명수, 홍록기와 같은 선배들은 그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동료들 또한 이 소식을 속속 전하며 축하의 뜻을 전해오고 있다.

앞서 옹알스는 또 다른 세계 3대 코미디 페스티벌인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하겠다며 한 단체에 지원을 요청했다가 '코미디는 예술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단박에 거절당했던 과거가 있다. 그때 속상한 마음에 '나중에 반드시 예술의 전당 무대에 서자'했던 이들의 다짐은, 이제 현실이 됐다. 예술의 전당으로부터 '공연이 가능하다'는 뜻을 전달받은 순간, 이들이 떠올렸던 것도 바로 당시의 기억이었다.

"예술의 전당 공연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처음엔 멍한 기분이었다.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었다"는 채경선은 "원랜 여기(한국)에서 인정받고 해외로 진출하는 게 맞는데, 왠지 반대가 된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예술의 전당에서 변화를 위해 과감한 결정을 해준 것 같다"며 고마움을 표한 조수원은 "예술의 전당에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게 만들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이 예술의 전당 무대를 찾아주길 바라는 마음에 옹알스는 이번 공연 관람권 가격을 2만원에서 3만원 사이로 정했다. 그마저도 일찍 예매하면 30% 깎아주기로 했단다. 조준우는 "편한 마음으로 즐기러 오시라는 것"이라며 "예술의 전당이 공연을 허가해 줬다니, 대체 어떤 공연이기에'라는 생각으로 대단한 것을 본다는 마음 말고, 활짝 마음을 열고 오셔야 우리가 드릴 수 있는 것도 많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모님께서 아직까지 한 번도 제 공연을 보지 못하셨어요. 이번엔 다 모셔야죠. 예술의 전당인데요. (웃음) 가장 어려운 무대가 될 것 같아요. 가족 앞에서 웃겨야 하니까요. 그래도 웃음과 감동으로 보답해야겠죠?

지금도 만감이 교차해요. 어찌됐건 공연 마지막엔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도 옹알스가 그동안 많은 일들을 겪으며 이렇게 공연만 한 지 9년이 됐는데, 이번 공연이 그 결실이라 생각하려 해요. 어떤 때보다 최선을 다해, 최고의 웃음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채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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