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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17일 오후 2시]

사람들은 이사할 때 많은 것들을 고려한다.

얼마 전 서울 성북구는 길음시장 재정비 사업 차질로 인해서 세금을 체납한 4개 법인에 대해 채권 압류 등 행정제재 수단을 동원하지 않았다. 행정 제재 땐 영업 자체가 불가능해 속된 말로 망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체납액을 징수하기 어렵고 지역상권마저 무너질 우려가 크게 된다. 성북구는 신속하게 채권만 확보하고 분납 협의 등을 했다. 그 결과 체납액은 물론 압류조치까지 모두 해제됐다.

성북동은 종로 삼청동이나 북촌한옥마을과는 달리 상업화되지 않은 전통문화지역으로, 변질·훼손되지 않고 옛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성북구는 이런 환경을 보존·관리하기 위해 2013년 11월 성북동을 '성북동 역사문화지구'로 지정했다.

만해 한용운이 거처했던 성북동 심우장 전경
▲ 심우장 전경 만해 한용운이 거처했던 성북동 심우장 전경
ⓒ 하도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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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안에 서울 한양도성 축을 중심으로 선잠단과 성락원 등 조선시대 문화유산의 복원과 문화재 정비에 힘쓸 계획이다. 선잠단지 주변에 실크박물관(가칭)도 건립하여 성북동 역사문화 특화거리(가칭 조선생활사 특화거리)와 연결한 '성북동 박물관 클러스터'도 조성된다. 아울러, 만해 한용운과 간송 전형필의 시대적 정신을 계승하는 스토리텔링 개발 프로젝트도 시나리오 공모를 통해 추진한다.

성북구는 지난 7일 주민의 자치역량을 길러 일상의 문제를 마을 중심으로 해결하도록 마을민주주의를 2016년 모든 동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일상의 구정 주요현안을 구민이 직접 결정하고 이를 예산에 반영하는 '마을 민주주의'를 확대하기 위해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와는 별도로 추첨을 통해 마을계획단을 꾸리겠다는 것이다. 혁신교육분야와 쓰레기 절반 줄이기 등 마을 현안의 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하도록 도모하겠다는 방침이다. 성공하면 정말 풀뿌리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이다.

얼마 전 우리 사회는 아파트 경비 근로자의 최저임금제 적용으로 아파트 입주민과 경비노동자가 갈등을 빚으며 대량해고까지 이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그런 가운데 지난 1월 성북구는 절전소 사업의 일환의 결과로 가로등 조명을 LED로 교체했다. 그 결과, 전기요금을 연간 2억 원 정도 절약한 성북구의 한 아파트는 경비원들을 직접 고용하고 임금도 올렸다는 깜짝 뉴스를 전했다. 또 성북구 소재 50여 개 아파트 입주자 대표로 구성된 성북구아파트입주자대표연합회가 '경비직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선언'까지 하고 나섰다.

3월 10일 경비원고용안정확약식에서 주민과 의견교환하는 김영배 구청장
▲ 경비원고용안정확약식 3월 10일 경비원고용안정확약식에서 주민과 의견교환하는 김영배 구청장
ⓒ 하도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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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성북구는 서울시 최초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행한 것을 비롯 '마을만들기 지원조례' 제정, '성북절전소' 개념 도입,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선정 , '아동영향평가' 조례 제정 등으로 2013년에는 전국 최초로 4년 연속 매니페스토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풀뿌리 민주주의의 성공은 그리 쉬운 길이 아닐 듯하다. 결국 풀이 난 자리에 나무가 자라고 숲도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마을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쉽지 않네요

얼마 전 마을가꾸기와 관련해 성북구의 공모프로그램 발표회와 주민 평가회에 참가한 예비사회적 기업을 지향하는 온시맥의 박은수 대표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평가받았는데도 발표도 잘한 참가자 투표에서 떨어졌다. 꼭 그런건 아니지만 참가한 분들이 모두 당사자여서 잘된 팀에 투표하기 보다는 오히려 떨어질 팀에 투표를 해서 준비와 발표를 잘한 팀들이 대부분 떨어진 것 같다"는 아쉬움을 전한다.

또 성북동에서 살며, 국밥집 디미방을 운영하는 박진하 대표 역시 "꼭 평일 오후라는 바쁜 시간에 발표를 하고 참가자들만 투표를 해야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여기 온 사람 대부분이 주부나 연로한 분들인 듯하다. 직장에 다니거나 생업을 하며 지방세도 내는 구민들의 참가가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음에도 시간변경을 안해줘서 아쉬웠다"면서 더 많은 구민들이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게 공무원 근무시간이 아닌 "평일 저녁이나 주말의 한산한 시간"도 고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한다.

아울러 성북동 주민 한 분은 "저녁이나 주말에 주민 모임을 하기 위해 '주민센터' 등 구 관련시설을 빌릴려고 해도 (근무시간이 아니어서) 안된다는 말만 들었다"고 전한다. 주민입장에 서서 담당 공무원들의 유연근무제 및 순환근무제 등도 확대하여 구 관련 공공시설의 보다 편리하고 자유로운 이용을 확대해보는 것도 한 방법일 듯하다.

결국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서는 주민들의 성숙과 함께 실행과정에서 나오는 주민들의 제안 등에 대한 지자체의 지속적이고도 깊은 관심과 소통이 필요할 듯하다. 무엇보다도 지방 공무원들의 희생도 요구된다. 성북구 공무원 박수진 주무관은 "몸은 더욱 많이 힘들고 바뻐졌지만 구청 공무원으로서 보람을 많이 느끼게 좋다"고 전한다.

이제 이사갈 때 그곳 구청이나 시청이 잘 하고 있는지부터 먼저 알아보는 시대가 얼른 왔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붓다>에도 게재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성북구, #김영배, #지방자치, #마을민주주의, #성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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