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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은행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영업창구에서 고객에게 KB안심전환대출을 설명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은행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영업창구에서 고객에게 KB안심전환대출을 설명하고 있다.
ⓒ KB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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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시중은행 창구는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출시되는 2.6%대 낮은 금리의 안심전환대출 때문이다. 시민들은 금융권 최저 금리에 반색했다. 반면 일부에선 "정부 정책이 나중에 어떻게 바뀔까 불안하다"는 반응도 보였다.

이날 오전 9시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우리은행지점.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10여 명의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렸다. 이들 대부분은 대출업무 창구로 향했다. 이곳 직원 3명은 쉴 새 없이 걸려오는 대출 전화상담을 받아야 했다.

홍종봉 우리은행 누리꿈스퀘어점 부지점장은 "언론에서는 한 달 전부터 얘기가 나왔지만 은행들은 불과 며칠 전에 금리가 정해지고 준비했다"며 "아침에 고객들이 몰리다보니 처리가 많이 밀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기존에 연 3%대 이상 금리 대출자들은 크게는 1%포인트, 적게는 0.5%포인트 혜택을 보기 때문에 많이 갈아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심전환대출은 기존에 변동금리 또는 이자만 상환 중인 사람이 고정금리 분할상환 방식으로 바꾸는 상품이다. 3~4%대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은 2%대의 낮은 금리로 바꿀 수  있다. 만약 2억 원을 빌린 사람이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면 한해 180만 원의 이자액을 줄일 수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현재 안심전환대출 승인 건은 2만6877건, 승인액은 3조3036억 원이다.

1년 이상 지난 변동금리 등 자격요건 확인해야

이날 오전 11시께 상암동에 위치한 국민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안심전환대출 상담을 받기 위해 시민 열댓 명이 대기좌석을 가득 메웠다. 번호표를 뽑고 1시간 이상 기다리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기다려도 안 되는 것 아니냐", "선착순이라는 말이 인터넷에 있다"며 불안해했다. 대출 대상이 되지 않아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은행직원은 "대출가능 여부를 조회해드리겠다"며 고객 신분증을 들고 동분서주하기도 했다. 안심전환대출을 받기 위해선 ▲ 대출실행일로부터 1년 이상 지난 변동금리 또는 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 ▲ 주택가격 9억 원 이하, 대출액 5억 원 이하의 아파트, 빌라, 단독주택 등(오피스텔 제외)  ▲ 최근 6개월간 30일 이상 계속된 연체기록이 없는 대출 ▲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내집마련 디딤돌대출 등은 제외 등의 요건을 충족되어야 한다.

부인과 함께 은행을 찾은 김아무개(64)씨는 "대출금 1억3000만 원이 남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알아보러 왔다"며 "현재 소득이 없어서 자격조건이 안 된다고 한다"며 아쉬워했다.

정아무개(56)씨는 "금리가 2%보다 더 낮아질 일은 없을 것"이라며 "연 3.5%로 2억 대출을 받았는데 이번에 30년 상환으로 해서 안심전환대출로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담을 받으러 온 이아무개(48)씨도 "고정으로 하는 게 속편하다"며 "내년에 금리는 오르고 일본처럼 부동산 가격은 확 떨어질 일밖에 안 남았다"면서 "대출 많이 받은 사람들만 죽어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신동에서 거주하는 김아무개(46)씨는 이미 어제 안심전환대출 상담을 마치고 서류까지 다 준비해왔다. 이날 아침 이미 한 차례 은행에 왔지만 대기손님이 많아 발길을 돌렸다가 다시 찾았다.

김씨는 "금리 3.68%에 2억6000만 원을 대출했는데 안심전환대출을 받으면 1%포인트 금리가 내려간다"며 "대출금액이 워낙 커서 이자부담부터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거치기간 없이 바로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당장 허리띠를 졸라매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금융소비자원 "금융위, 실질적인 가계부채 대책 제시해야"

일부에서는 안심전환대출에 반신반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언제 어떻게 또 바뀔지 모르는 정부의 정책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무조건 안심전환대출로 바꾸기보다는 본인의 상환능력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김아무개(45)씨는 3년 전 연 4.75% 금리로 2억 원을 대출했다.  김씨는 이번에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했지만 "정부 정책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몰라 불안하다"고 고백했다.

김씨는 "주택담보대출은 금리 차이에 따라 1~2년이면 큰 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당장 이자 때문에라도 갈아타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런데 정부가 부동산 띄우려고 금리를 내리고 온갖 규제를 다 푸는데도 사실 경기가 좋아지지도 않은 것 같다"면서 "1%대 대출상품도 나온다고 하고, 정부에서 경기가 안 살아나면 또 어떤 미끼를 던질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소비자원은 이날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기 전에 따져볼 3가지 조건을 권고했다. 우선 현재 본인대출의 변동금리대출 금리와 안심전화대출의 금리 차이가 0.5%포인트 이상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또 원리금을 장기간 부담할 능력이 있는지, 마지막으로 담보로 제공한 주택의 가격이 장래에 대출이율을 초과한 가격 상승의 가능성이 있는지 등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현재 시점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나 현재의 주택 담보 대출 이율이 높다고 생각되는 대출자의 경우 언제, 어떻게, 어떤 유형의 대출로 갈아타기를 할 것인가에 대한 플랜을 세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금융위원회는 안심전환대출이 가계부채 대책이라고 호도하지 말고 실질적인 가계부채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이번 안심전환대출로 시장의 혼란이 없도록 충분한 한도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그:#안심전환대출, #주택담보대출, #국민은행, #우리은행,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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