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물>에서 동우 역의 배우 이준호가 19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스물>에서 동우 역의 배우 이준호가 19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무대 위에서 화려한 모습으로 국내외 팬들을 접했던 2PM 이준호가 어느 순간부터 화장기를 뺀 채 대중과 만나고 있다. 오는 25일 개봉할 영화 <스물>로 첫 주연을 맡았다지만, 그는 영화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2011), <감시자들>(2013)에 출연하며 연기자의 면모를 드러내 왔다.

'아이돌 같지 않은 백지 얼굴'이라는 게 영화 관계자들이 그를 두고 하는 평이다. <스물>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도 예외는 아니었다. "페이소스를 담을 수 있는 얼굴"이라며 이번 영화 각본을 쓸 때부터 이준호를 염두에 뒀고, 이에 이준호가 응답했다. "객관적으로 날 볼 수 없으니 잘 모르겠지만 가수와 함께 연기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자체에 감사한다"면서 이준호는 제법 '아이돌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연기자 경력이야 아이돌 생활만큼 길고 깊진 않겠지만 그는 "생활 연기에 흥미가 있었고, 나도 잘 몰랐던 내 모습을 알아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특히 <스물>에서 이준호가 맡은 인물은 만화가라는 꿈과 집안의 가장으로 엄마와 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역할에서 고민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 꿈을 향해 쉼 없이 달려왔던 이준호에게 동우는 지나온 길을 뒤돌아볼 수 있게 하는 캐릭터기도 했다.

이준호의 스무살? "치열했던 나날들, <스물>을 통해 잃었던 20대를 되찾아"

 영화 <스물>에서 동우 역의 배우 이준호가 19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김우빈의 치호나 강하늘의 경재에 비해 웃음기도 없고, 다소 지쳐 있는 인물이에요. 현실의 무게감에 버거워하지만 친구들을 만나면 여지없이 스무 살 그 아이가 되는 인물이기도 하죠. 현실성이 강한 만큼 사람들이 공감할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꿈과 현실의 기로에서 꿈을 포기한 사람도 있을 테지만 일단 선택의 자리에 서 있다는 자체가 참 아프잖아요."

대책 없이 오르기만 하는 등록금, 그걸 해결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춘들. 이준호는 그렇게 위축되거나 좌절한 경험이 있는 이들이 동우에 크게 공감할 것이라 보고 있었다. 이는 곧 데뷔를 꿈꾸며 여전히 어두운 연습실에서 땀 흘리는 가수, 배우 지망생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준호는 "같이 고생했던 친구들 이야기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면서 "나 역시 데뷔 직전까지 무엇을 해도 서럽고 짜증 나던 때가 있었고 그런 기억을 안고 영화를 준비해갔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2PM 활동을 하다 보니 감독님은 제가 멋지게 보이지 않길 원하셨죠. 목소리 톤도 평소보다 좀 높길 원했고요. 그런데 제가 겪었던 스물은 참 조숙했거든요. 눈칫밥을 먹으며 사회생활을 했기에 좀 무거웠던 스무 살이었어요. 감독님이 제 스무 살 때를 떠올리며 준비해오라고 해서 그렇게 간 건데.(웃음)

17살에 JYP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고 20살 직전까지 제 마음은 열등감으로 꽉 차 있었어요. 연습생 땐 데뷔 자체가 꿈이니 데뷔만 하면 다 잘 될 줄 알았겠죠. 근데 그때부터가 시작이잖아요. 사람들에게 주목받아야 하고, 1등 해야 하고 그런 압박이 너무 컸죠. 나란 사람 자체가 누군가에게 크게 주목받는 유형은 아니었어요. 저 역시 대기만성을 바라며 애써 마음을 비우곤 했죠. 생각이 너무 많아서 뭔가를 하기 전까지 스스로 제동을 걸곤 했는데 일단 행동을 시작하니 잡생각이 사라지더라고요. 데뷔 이후엔 '그래 한 번 와봐라' 라는 심정으로 살고 있어요."

아이돌 생명 짧다고? "2PM 멤버들 다들 뭔가 하나씩 해내고 있다"

 영화 <스물>에서 동우 역의 배우 이준호가 19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또래들이 그렇듯 이준호 역시 중학교 때부터 춤에 심취했고 노래를 즐겨 듣곤 했다. 차이가 있다면 그것을 꿈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이준호는 집에서 가까운 학교 대신 연극부가 유명하다는 학교에 가기 위해 장시간의 설전 끝에 부모님을 설득하기도 했단다.

"부모님은 그냥 지나가는 한 때의 꿈이라고 생각하셨겠죠. 제가 어려서부터 꿈이 참 많았거든요. 컴퓨터 프로그래머, 파일럿, 요리사 등등. 근데 제가 오디션을 보겠다면서 뭔가 꾸준히 하니까 심상치 않았던 거예요. 한바탕 난리를 겪고 지금의 회사에 들어갔어요. 이상하게 그땐 그랬어요. 연기자와 가수가 제 마지막 꿈인 거 같았고 왠지 이룰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했죠.

그때만 해도 조각미남이 주목받던 때였는데 전 나름 꿈에 대한 믿음이 있었나 봐요. 물론 연습생 때 날고 기는 친구들을 보며 많이 외로웠고 좌절도 했는데 오히려 포기할 용기가 안 나서 이 악물고 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나이보다 좀 성숙해진 걸까요. 어린 티를 내면 안 될 거 같았어요. 그래서 친구들이 제게 형 같다는 반응을 종종 보인 거 같아요."

꿈에 대한 믿음을 갖기 이전에 갈수록 청춘들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요즘이다. 이준호 역시 이에 공감했다. 그는 "꿈이 없어 방황하다가 그럭저럭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경우가 많지만 꿈이 있다면 힘든 시절을 겪더라도 뿌듯할 때가 온다"며 "연습생 중에서도 잘나고 예쁜 친구들이 자신의 끼를 못 이기고 포기하곤 하더라. 결국 포기 안 하는 사람이 되는 것 같다"라고 꿈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영화 <스물>에서 동우 역의 배우 이준호가 19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20대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이준호에게도 고민은 있다. 군대 그리고 서른 이후의 삶이다. 아이돌 가수 입장에서도 입대는 큰 산이다. 이준호는 "제대하면 아이돌 생명은 끝이라고들 보는데 한번 아이돌은 영원한 아이돌"이라며 "다른 선배들, 특히 일본의 아라시, 스맙, 에그자일 등은 마흔이 돼서도 아이돌로 활동하고 있다. 결국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 누가 버티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준호는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2PM 멤버들이 자기 자리에서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면 길게 재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누가 뭐라 해도 2PM은 내 뿌리이기에 평생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연기 쪽에선 신인이니 지금이 배우로서 스물이라 볼 수 있잖아요. 새 출발 지점에 선 기분이라 설레기도 합니다. 솔직히 서른이 늦게 왔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이것도 쓸데없는 고민이겠죠.(웃음) 제가 해왔던 것처럼 믿고 그냥 나가면 서른 이후에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겁니다."

이준호 스물 강하늘 김우빈 이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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