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1988년이다. tvN '응답하라' 시리즈의 시계추가 1980년대를 향했다. 2편의 배경이 되었던 1994년도에서는 6년을 거슬러 올라간 셈이며, 1편의 1997년도와는 무려 9년의 시간차가 난다. '응칠'과 '응사'가 20~30의 추억을 건드리며 흥행에 성공했다면, 사실상 '응쌍팔'은 40대의 정서를 대변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응쌍팔'의 제작 소식이 전해진 뒤, 너무 멀리까지 올라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자칫 공감이 어려울 수도 있으며, 그 시절 생생한 기억과 추억을 안고 살아가는 40대 이상은 케이블 드라마의 주 시청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응답하라' 3번째 시리즈의 시계추를 1988년에 맞춘 신원호 PD는 "어떤 해를 선택하든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어떤 얘기를 하느냐"라고 밝혔다. 배경보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라는 의미다. 그리고 이번 시리즈에서 담아낼 이야기는 바로 '가족, 이웃, 로맨스'라고 전했다. 소소한 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에 시대에 맞는 음악과 사건 등이 담길 예정인 것이다. 그렇다면, 제작진의 포부대로 '응쌍팔'은 시대적 배경에 대한 우려를 극복하고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캐스팅과 로맨스, 그리고 1988년...쉽지 않은 과제

 1988년도를 배경으로 한 ‘응답하라’ 시리즈 제작소식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1988년도를 배경으로 한 ‘응답하라’ 시리즈 제작소식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 tvN


우선은 캐스팅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응칠'과 '응사'를 통해 증명된 사실이 하나 있다면, 아이돌이든 무명배우든 '응답하라'에 출연하면 대박이 난다는 사실이다. '응쌍팔'을 향한 연기자와 아이돌의 관심이 뜨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행히 극의 중심을 잡아줄 부모 역할에는 성동일과 이일화가 낙점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극을 이끌어갈 남녀 주인공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시청자의 기대감과 초반 시청률이 요동칠 것이다.

현재 제작진은 남녀 주인공 캐릭터를 완성해놓고. 캐릭터에 부합하는 연기자들을 캐스팅 할 예정이라고 한다. 다만, 어떤 캐릭터인지 공개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응칠'과 '응사'를 통해 보여준 제작진의 캐릭터 창조 능력은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 캐릭터를 생동감있게 표현해 줄 배우의 섭외야 말로 '응쌍팔'이 넘어야 할 첫 번째 고비가 아닐까 싶다.

캐스팅에 이어 또 다른 변수는 바로 '로맨스'다. 지난 두 번의 시리즈에서 제작진은 '남편찾기' 설정으로 상당한 재미를 봤다. '남편찾기'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회상의 방식으로 구현되면서, 동시에 드라마의 긴장감을 유지시켜주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 시청자 사이에서는 "식상하다"는 지적도 새어 나온다. 드라마 구조상 결국엔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의 남편이 될 것이 너무도 뻔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있어 제작진은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로맨스'는 과거 회상이라는 코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인 만큼 빼놓고 가기는 쉽지 않지만, 전보다는 가족과 이웃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출 예정이라고 밝힌 것이다. 굳이 '남편찾기'라는 방식이 아니어도, 결국 로맨스는 부각될 수밖에 없다. 특히 1988년도에 공감하기 어려운 젊은 시청층을 잡기 위해선, 로맨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연, '응쌍팔'에선 로맨스가 어떤 방식으로 그려질까. 이번 시리즈의 흥행을 점치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끝으로, '응쌍팔'의 흥행여부는 1988년도라는 그 시대 자체에 있다고 생각한다. 88서울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은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이뤄낸 바로 그 이듬해이기도 하다. 군부독재의 잔재가 여전히 사회 곳곳에 남아있고, 또 민주화를 향한 열망이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시대다. 또, 그 시절의 대중문화엔 저항문화가 녹아있는 만큼 지난 두 번의 시리즈와는 접근 방식과 호흡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를 얼마만큼 무겁지 않고, 또 현실적으로 그려낼 것인가는 온전히 제작진의 몫이다. 분명 풀기 쉽지 않은 과제다.

2002년도 아니고, 1999년도 아니다. 제작진의 선택은 1988년도다. 과연 '응쌍팔'은 '응답하라' 시리즈의 인기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 올 하반기 방영 예정인 '응답하라 1988'에 벌써부터 이목이 집중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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