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한 롯데 자이언츠의 새 외국인 투수 조쉬 린드블럼은 5이닝을 3피안타 1실점으로 막아냈다. 지난 8일 SK와이번스전(4이닝1실점)에 이어 2경기 연속 호투였다.

하지만 롯데 팬들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 것은 린드블럼이 내려간 6회부터였다. 2009년 '리틀 손민한', '포크볼의 제왕'으로 불리며 KBO리그 다승왕을 차지했던 조정훈이 마운드에 올라 왔기 때문이다. 조정훈의 부활은 롯데팬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장면 중 하나다.

하지만 조정훈은 단 5개의 공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 왔다. 조정훈의 투구를 더 보고 싶었던 팬들에게는 실망스러운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종운 감독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조정훈은 코칭 스태프의 '특별관리'를 받으며 신중하게 투구 감각을 끌어 올리고 있는 투수이기 때문이다.

팔꿈치 부상으로 4년 허비한 롯데 차세대 에이스

2005년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롯데는 마산 용마고의 우완 조정훈을 지명했다. 1차지명에서 미처 지명하지 못했던 지역 내 유망주를 2차 1번으로 지명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조정훈을 지명한 롯데의 선택이 옳았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롯데가 조정훈을 얻기 위해 포기한 선수는 바로 오승환(한신 타이거즈), 윤석민(KIA타이거즈), 정근우(한화 이글스) 등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정훈은 프로 입단 후 3년 동안 단 1승에 그치며 실패한 지명의 대표적인 사례로 남는 듯했다. 하지만 프로 4년째가 되던 2008년 5승3패1홀드 평균자책점 3.15의 성적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2009년 롯데의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한 조정훈은 위력적인 포크볼을 앞세워 14승9패4.05의 성적으로 윤성환(삼성 라이온즈), 아퀼리노 로페즈(KIA)와 함께 공동 다승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그 해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롯데의 1선발로 나서 7.2이닝 7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되기도 했다.

조정훈은 손민한(NC다이노스)의 뒤를 이을 롯데의 차세대 에이스로 떠올랐지만 2010년 5승을 따낸 이후 팔꿈치에 이상이 발견됐고 1년이 넘는 재활이 필요한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조정훈은 재활과 군문제 해결을 병행하기 위해 2011년 1월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하지만 군입대도 조정훈에게는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조정훈은 2013년 1월 소집해제 후 참가한 스프링캠프에서 팔꿈치 통증이 재발했고 그 해 7월 다시 한 번 팔꿈치에 칼을 댔다. 그렇게 롯데의 차세대 에이스 조정훈은 무려 4년 동안 1군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아직은 오락가락한 몸 상태, 과속은 절대 금물

많은 야구팬들이 한 때 KBO리그를 호령하던 '포크볼의 제왕' 조정훈을 잊었지만 조정훈은 묵묵하게 재활과정을 거치며 복귀를 준비했다. 그리고 2015년 스프링캠프에서 시속 140km 이상의 구속을 회복하면서 우울한 롯데팬들을 다시금 설레게 했다.

조정훈은 지난 8일 SK와이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선발 조쉬 린드블럼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비록 시범경기였지만 무려 1730일 만에 다시 서는 1군 마운드였다. 그리고 조정훈은 4년 9개월 만의 복귀전에서 멋진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복귀전에서 2이닝을 던진 조정훈은 7명의 타자를 상대로 1피안타 4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빠른 공이 시속 145km까지 나온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주무기인 포크볼을 10개나 던졌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부상에 대한 우려를 씻을 수 있는 훌륭한 내용이었다.

조정훈은 15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두 번째 등판 경기를 가졌다. 하지만 투구내용은 일 주일 전과는 매우 달랐다. 6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조정훈은 세 타자를 상대로 2피안타 1실점을 기록하고 일찌감치 마운드를 내려 왔다.

투구수는 단 5개였고 아웃카운트는 하나 밖에 잡지 못했는데 그것도 이택근의 보내기 번트 때 잡은 아웃카운트였다. 최고구속은 시속 138km에 불과했고 주무기인 포크볼은 하나도 던지지 않았다. 첫 등판의 호투가 마치 신기루처럼 느껴질 정도로 실망스런 내용이었다.

이종운 감독은 조정훈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여 일찍 마운드에서 내렸다고 밝혔다. 물론 오랜만에 마운드에 오른 조정훈의 투구를 좀 더 오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조정훈에 대한 이종운 감독의 '특별관리'는 결코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조정훈은 두 번의 팔꿈치 수술로 인해 무려 4년이 넘도록 공백을 가졌던 투수다. 자칫 한 번 더 부상을 당한다면 선수생활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 당장 팀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무리를 시켰다간 롯데 마운드에 더 큰 화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몸 상태를 끌어 올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올해 롯데는 린드블럼, 브룩스 레일리, 송승준, 홍성민으로 선발진을 구성할 예정이다. 나머지 한 자리에 조정훈이 들어간다면 롯데로서는 금상첨화다. 하지만 롯데팬들이 보고 싶은 것은 위력적인 포크볼로 상대 타자들을 돌려 세우던 '건강한 조정훈'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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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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