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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에게 후생연금 탈퇴 수당으로 99엔을 지급했던 일본 정부가 최근 추가 소송을 제기한 다른 피해 할머니들에게 199엔을 지급해 문제가 되고 있다. 피해 할머니들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25일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정부·전범기업의 사과 및 합당한 배상,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 등을 요구했다. 199엔 지금 통보를 받은 김재림(86) 할머니가 200엔을 손에 쥐고 허무한 표정을 짓고 있다.
▲ 200엔 손에 들고... 허무한 표정의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 2009년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에게 후생연금 탈퇴 수당으로 99엔을 지급했던 일본 정부가 최근 추가 소송을 제기한 다른 피해 할머니들에게 199엔을 지급해 문제가 되고 있다. 피해 할머니들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25일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정부·전범기업의 사과 및 합당한 배상,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 등을 요구했다. 199엔 지금 통보를 받은 김재림(86) 할머니가 200엔을 손에 쥐고 허무한 표정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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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의 후생연금 탈퇴 수당으로 2009년 99엔(한화 약 900원)에 이어 이번엔 199엔(한화 약 1800원)을 지급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의 외교력을 향한 비판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관련기사 : '1800원' 받은 근로정신대 할머니들 "모욕도 이런 모욕이").

다소 궁색한 상황에 놓인 일본 정부를 압박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과거 배상을 이끌어 낸 중국 정부의 사례와 비교되면서 "일본의 99엔, 199엔 모욕 사건은 우리 정부가 자초한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현재 한국 정부는 "사인 간 소송이라 정부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시민단체에 한 통보 외엔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청구권 협정으로 끝난 문제라더니... 보란 듯이 199엔 지급

2009년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에게 후생연금 탈퇴 수당으로 99엔을 지급했던 일본 정부가 최근 추가 소송을 제기한 다른 피해 할머니들에게 199엔을 지급해 문제가 되고 있다. 피해 할머니들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25일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정부·전범기업의 사과 및 합당한 배상,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 등을 요구했다. 사진은 일본 후생노동성이 피해 할머니들에게 보내온 '199엔 지급' 문서.
▲ 일본 정부가 보내온 '199엔 지급' 문서 2009년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에게 후생연금 탈퇴 수당으로 99엔을 지급했던 일본 정부가 최근 추가 소송을 제기한 다른 피해 할머니들에게 199엔을 지급해 문제가 되고 있다. 피해 할머니들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25일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정부·전범기업의 사과 및 합당한 배상,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 등을 요구했다. 사진은 일본 후생노동성이 피해 할머니들에게 보내온 '199엔 지급'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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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과 관련 시민단체가 "일본의 199엔 지급을 모욕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화폐가치 변화의 미반영"의 문제도 있지만 "궁색한 처지에 놓인 일본이 보란 듯이 199엔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모든 권리 문제가 끝났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 2012년 5월 24일 한국 대법원이 내린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청구권까지 소멸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에도 흠집을 내왔다.

때문에 2009년 99엔 지급과 이번 119엔 지급은 그동안 일본 정부의 주장을 스스로 뒤엎는 행위이다.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모든 권리 문제가 해결됐다면 굳이 199엔을 지급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당시 한국 대법원은 "한일청구권협정 협상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징용 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천 부인했다"며 "한·일 양국은 일제의 한반도 지배의 성격에 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한일청구권협정의 불합리를 지적한 바 있다.

일본 정부의 이중적인 모습에도, 한국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위한 별다른 외교적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2012년 한국 대법원 판결 당시 "일본군 위안부, 원폭 피해자, 사할린 동포를 제외한 모든 문제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며 대법원 판결을 반박하기도 했다.

2009년 '99엔 사건' 때도 한국 정부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때 역시 "사인 간 소송이라 정부 입장을 표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 꾸준히 대일 압박... 한국 정부 "입장 표명 부적절"

2009년 12월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당시 근로정신대에 끌려가 노동을 강요당한 한국의 할머니들에게 1인당 99엔씩을 후생연금 청구액으로 지급한 가운데,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일본 정부의 조치에 항의하며 오열하고 있다.
 2009년 12월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당시 근로정신대에 끌려가 노동을 강요당한 한국의 할머니들에게 1인당 99엔씩을 후생연금 청구액으로 지급한 가운데,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일본 정부의 조치에 항의하며 오열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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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운데 강제징용 피해자를 위한 과거 중국 정부의 노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중국인 강제노역 피해자의 권리 회복을 위해 적극 목소리를 내며 일본 기업을 상대로 사과와 배상을 받아냈다.

중국 정부는 중국인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일본 니시마츠 건설을 상대로 일본 법원에 낸 민사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꾸준히 일본 정부의 책임을 요구하며 외교력을 발휘했다.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결 전날인 2007년 4월 26일에도 류젠차오 당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노동자 강제연행은 일본 군국주의가 2차 세계대전 중 저지른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일본 정부는 성실한 태도로 책임을 다하고 강제연행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다음 날 일본 최고재판소가 "1972년 체결된 중일공동성명으로 중국인 개인은 피해보상 청구권이 없다"고 판결했지만, 중국 정부의 계속된 노력으로 결국 니시마츠 건설은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2009년 피해자들과 협상을 시작한 니시마츠 건설은 그해 10월 "깊은 사죄의 뜻"을 전하고 360명 피해자에게 2억 5000만엔(한화 약 23억 원)을 배상했다.

2010년 4월에도 니시마츠 건설은 다른 중국인 강제징용 피해자 183명 전원에게 사죄하고 화해금 1억 2800만엔(한화 약 12억 원)을 지불했다.

당시 천중룽 중국민단대일배상청구연합회 부회장은 "대일배상청구소송은 오직 중국 정부의 참여 하에서만 성공을 거둘수 있다"며 "이는 정부의 권력이자, 나아가 정부의 책임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권리 회복 노력, 정부가 아닌 시민단체가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로 동원된 근로정신대 어린 소녀들이 일본인 한 감독관으로부터 지시사항을 듣고 있다. 맨 왼쪽 고개를 돌리고 있는 아직 앳된 표정의 한 소녀 얼굴이 오히려 더 애처롭게 보인다.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로 동원된 근로정신대 어린 소녀들이 일본인 한 감독관으로부터 지시사항을 듣고 있다. 맨 왼쪽 고개를 돌리고 있는 아직 앳된 표정의 한 소녀 얼굴이 오히려 더 애처롭게 보인다.
ⓒ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 지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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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의 권리 회복을 위해 노력한 곳은 한국 정부가 아닌 시민단체였다. 한국의 '근로정신대 할머니를 위한 시민모임'과 일본의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은 20여 년 동안 한·일 양국에서 진행된 재판 등 피해자들의 권리 회복을 위한 여러 활동을 도맡았다.

일본 법원에선 패소하긴 했지만, 2013년 11월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85) 할머니 등 피해자·유가족 5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광주지법에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를 이끌기도 했다(현재 2심 진행 중).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를 위한 시민모임 대표는 "이번 199엔 사태는 거듭된 경고에도(관련기사 : 5년 전 '99엔 지급 파문' 일으킨 일본, 이번엔?) 손 놓고 있었던 우리 정부가 자초한 것"이라며 "현재 교착 상태에 있는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풀기 위해 이번 사태를 분기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199엔 문제는 단순한 우스갯거리나 해프닝이 아닌 무엇보다 긴급하게 다뤄야 할 한·일 외교 현안"이라며 "우리 정부는 국가의 존재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자문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은 "돈 벌게 해주겠다, 공부시켜주겠다"는 말에 속아 일제강점기인 1944년 5월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로 동원돼 강제 노역을 당했다.

본래 정신대는 '국가를 위해 솔선수범하는 조직'이라는 의미로, 여러 분야의 전쟁 지원 단체에 붙어 사용됐다. 태평양 전쟁이 계속되면서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일본은 근로정신대를 조직해 노역에 투입했다. 이때 여성으로 이루어진 '여자근로정신대'도 결성되었다. 많은 아시아인이 일본의 근로정신대에 강제로 끌려갔다.

근로정신대는 노동력 동원이라는 점에서 성 착취가 이루어진 위안부와는 다르다. 종전 후 위안부와 혼용하여 정신대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했다.

2013년 11월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 등 피해자·유가족 5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광주지법에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승소 후 피해 할머니들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회원들이 만세를 불고 있다.
 2013년 11월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 등 피해자·유가족 5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광주지법에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승소 후 피해 할머니들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회원들이 만세를 불고 있다.
ⓒ 신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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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근로정신대, #99엔, #199엔, #한일청구권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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