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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밭에서 꽁꽁얼어붙은 배추
 밭에서 꽁꽁얼어붙은 배추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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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붙었던 날씨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는 지난 11일 주말에 충남 예산군 신암면 두곡리, 계촌리 일대를 카메라를 메고 돌아다녔습니다.

농로를 따라 걷는 시골 산책길 앞에는 간간이 마을이 펼쳐집니다. 얼어붙은 논에는 벼를 벤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벼 밑동을 땅에 박은 채 묵묵히 추위를 견디며 겨울을 이겨내는 생명의 땅이 보입니다. 비록 추위에 움츠려 있는 저 흙에도 머잖아 봄기운이 만연한 햇살이 드는 날에는 다시 생명의 싹이 올라올 것입니다.

동네 산책길, 밭을 둘러봤습니다

   예산군 신암면 일대 동네 산책길에서..
 예산군 신암면 일대 동네 산책길에서..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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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째 도지를 얻어 컨테이너 농막을 짓고 노지 쪽파를 재배하는 이웃 아저씨의 넓은 땅에는 가을에 미처 수확하지 않은 쪽파가 파랗게 살아 있습니다. 쪽파는 웬만한 추위에도 견디기 때문에 겨울을 잘 견디면 봄에는 싱싱하게 되살아납니다.

지난해에는 배추, 무, 쪽파가 워낙 싸서 수확하려면 인건비가 안 나온다 판단되면 그냥 밭에서 묵히게 되는 상황을 종종 봤습니다. 요즘은 농촌에 일꾼 구하기가 어려워 70세 이상 노인도 겨울에 쪽파 작업하러 하우스 시설에 일하러 다니는 분들도 있습니다.

밭에 그대로 버려진 배추가 꽁꽁 언 채로 남아 있습니다. 동네를 돌아오는 길 간간이 눈에 띄는 비닐하우스 안에는 쪽파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시설 하우스 안에 이중 비닐을 씌우면 한겨울에도 쪽파 생산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미처 수확하지 못한 쪽파가 한겨울에도 파랗습니다
 미처 수확하지 못한 쪽파가 한겨울에도 파랗습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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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가의 비닐하우스안에는 쪽파가 자라고 있습니다
 농가의 비닐하우스안에는 쪽파가 자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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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를 돌아가다 요란한 기계 소리가 나기에 기웃 보았더니, 마침 한 농가 마당에서 60대 부부가 콩을 터는 기계로 콩과 껍질을 분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취재해도 되느냐고 양해를 구하고, 사진 몇 장을 찍는 동안 콩을 털다 말고 이런저런 농부의 넋두리를 듣게 됐습니다. 농산물 폭락으로 지금은 농사지어서 살기가 힘든 게 농촌 실정이라고 합니다. 쌀 농사 일만 평 지어봐야 기계값, 비룟값 제하고 나면 천만 원도 손에 쥐기 쉽지 않다고 합니다.

"왜 작년 가을에 수확한 콩을 지금 터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수확기에는 너도나도 콩을 털려고 줄을 서기 때문에 기계를 대여하기가 쉽지 않아 기다렸다가 농한기에 콩을 털게 됐다고 합니다. 콩 터는 기계는 동네 지인이나, 인근 농업 기술 센터에서 대여한다고 합니다.

             농한기에 콩을 터는 이웃주민
 농한기에 콩을 터는 이웃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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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중 지금은 없어진 방적공장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도 듣게 됐습니다. 아저씨 젊은 시절에는 농사는 돈이 안 돼 식구들 먹거리 정도만 농사짓고 방적공장에 다니며 자녀들을 키웠다고 합니다. 규모가 꽤 큰 공장이라 전국에서 온 2500 여 명의 여직원들이 일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이곳 농촌 총각들이 그녀들을 만나 결혼할 기회를 얻었고, 소 외양간을 고쳐 신방을 꾸민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공장 회장님이 국회의원에 출마했는데, 직원들에게 막걸리 한 잔 베풀지 않고 출마하는 바람에 낙선해 공장도 여러 가지로 어렵게 되고, 부도의 위기가 왔다고 합니다.

농사만 지어선 먹고 살기 힘든 농촌...

멀리 보이는 동네 앞 건전지 회사는 올해 사원들이 거주하는 사택을 지었습니다. 농공 단지에는 다섯 군데의 동물 약품 회사와 건전지 회사가 있습니다. 신암면 일대의 4, 50대 여성들은 집안 농사를 병행하면서 평일에는 농공단지에 출근해 생계의 어려움을 덜 겪으며 자녀들의 학비 뒷바라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귀농, 귀촌도 무조건 농사만 지어서는 어렵고 특히 대농을 하기 위해서는 큰 땅을 큰돈 들여 사야 합니다. 경험 없이는 농사도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농사로 시작해 식구들 먹거리 자급자족하고, 인근 회사나 공장에 가서 생계비를 버는 방법이 가장 안전한 귀농, 귀촌이 아닐까 합니다. 근처 회사나 공장은 비록 정년 60세까지 일을 할 순 있지만, 신입 사원은 50세가 넘으면 들어가기가 어렵습니다.

        동네에서 멀리 보이는 신암농공단지
 동네에서 멀리 보이는 신암농공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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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귀농, 귀촌도 나이가 들기 전에 해야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옛말에 농사를 지어 먹고 살기 위해서는 '시야에 아파트가 보이는 곳에 정착하라'는 일설도 있었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저 멀리 시야에 인력을 필요로 하는 공장이나 회사가 있는 곳에 정착해야 그나마 살아 나가기가 쉽지 않나 생각합니다.

서민들의 안전한 귀농, 귀촌 정책도 조금 넓은 안목에서 판단하고 접근해야 할 시기인 것 같습니다. 경험 없인 농사도 어렵고, 거금을 들여 토지를 소유해야하는 경제적인 기반과 노동력도 문제입니다.


태그:#반농촌, #생계를 위한 안전한 귀농.귀촌, #콩터는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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