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러브FM(103.5Mhz의 <이숙영의 러브FM>의 인기 코너인 '내 안의 그대'를 진행하고 있는 이숙영 DJ와 이재익 PD.

SBS 러브FM(103.5Mhz) <이숙영의 러브FM>의 인기 코너인 '내 안의 그대'를 진행하고 있는 이숙영 DJ와 이재익 PD. ⓒ SBS


이쯤 되면 '아침 지기'다. SBS 러브FM(103.5Mhz)의 <이숙영의 러브FM>(연출 이재익, 작가 송정연)을 '2년째' 진행하는 DJ 이숙영을 두고 하는 소리다. 2년째에 방점을 찍은 것은 그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아침방송 DJ 27년째'를 강조하기 위한 방점에 불과하다.

1957년생인 이숙영이 마이크를 처음 잡은 때는 까마득하다. 지금은 없어진 동아방송 아나운서로 입사해 1980년 전두환 정권의 언론 통폐합에 따른 마지막 방송 <안녕히 계십시오>를 진행하고 소속이 KBS로 바뀌었다. 우연한 기회에 1987년 KBS 2FM < FM대행진 >을 1993년까지 진행했고, 2000년부터 2013년까지 SBS < 이숙영의 파워FM >을 진행했다. 그리고 다시 주파수를 바꿔 오전 8시 30분부터 10시까지 < 이숙영의 러브FM >을 진행하고 있으니 아침 방송만 '27년째'고, 그 속에 '< 이숙영의 러브FM > 2년'이 들어있다.

아침 라디오 DJ들은 한결같다. 모두 '아침을 책임지겠다'고들 한다. 그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통통 튀는 진행으로, 정보 위주의 방송으로, 한 잔의 모닝커피 같은 달달함으로 혹은 따뜻한 이웃 이야기로 저마다 아침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 27년간 수많은 DJ가 저마다의 주파수에서 그런 약속을 지키다가 명멸할 동안 주파수나 방송국을 옮겨 다니며 아침을 책임지고 있는 DJ 이숙영. 한때 '애정당 당수'이기도 했던(아니, 아직도 누군가 당수 자리를 노리지 못할 만큼 '사랑' 지상주의자이긴 하나) 그녀가 DJ 자리를 옮길 때마다 청취자도 '사랑스럽게 낭랑한 이숙영'의 목소리를 따라 주파수에 맞췄다.

아침 방송은 물론이거니와 라디오를 통해 사람들을 관심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라디오는 공기나 물처럼 사람들의 일상 속에 물들어 있다. 물론 MBC에서 아침 방송을 진행하는 전현무처럼 '생방송 지각'으로 언론에 보도되거나 '또 지각하면 삭발하겠다'는 다짐이 포털사이트의 주요 자리를 반나절 동안 꿰차기도 하지만 말이다.

  SBS 러브FM(103.5Mhz의 <이숙영의 러브FM>의 인기 코너인 '내 안의 그대'를 진행하고 있는 이숙영 DJ와 이재익 PD.

DJ 이숙영 ⓒ SBS


그런 대형사고가 없음에도 < 이숙영의 러브FM >에 귀를 기울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좋은 일도 많다. 이숙영의 전담작가로 불리는 송정연 메인 작가가 한국방송작가협회(이사장 이금림)가 주는 2014 한국방송작가상 라디오 부문 수상자로 결정된 것과 함께 웃음과 눈물이 묻어있는 사랑 이야기를 드라마화한 매일 코너 '내 안의 그대'가 많은 사람의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이 코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DJ 이숙영과 호흡을 맞추는 이재익 PD. 여성 시청자가 들으면 때론 짜증이 날 정도로 암팡진 투정이나 예비 며느리라면 피해가고 싶은 시어머니의 꼬장꼬장함을 감춘 코맹맹이 목소리까지 이야기에 딱이다 싶을 정도로 목소리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타고났다"는 겉치레 칭찬에 이재익 PD는 "아무리 내가 여자 목소리를 똑같이 한다고 똑같이 들리겠어요?"라고 반문하며 "앞서 <두시탈출 컬투쇼>를 연출했는데 그때 김태균씨의 옥희 목소리를 흉내 냈던 경험도 도움이 된 것 같다. 나름대로 억양이나 어투에 개성을 담고 있다. '목소리 캐리커처'인 셈이다. 그게 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500회 정도를 생방송으로 해냈으니 그 정도의 내공은 어쩌면 당연하리라.

물론 PD 생활 틈틈이 장편소설 14권과 영화 <목포는 항구다> <원더풀 라디오>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특이한 이력도 이 코너의 감동과 웃음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 터. 그래서 그는 "완벽한 구성이나 글솜씨나 길고 짧음은 중요하지 않다. 진정성 있는 소재가 중요하다"면서 "멋진 소재를 웃음도 묻히고 눈물도 덧칠해 각색하는 송정연 작가를 비롯한 다른 작가들과의 팀워크도 큰 힘"이라고 공을 작가들에게 돌린다.

이에 대해 이숙영은 "게스트와 콩트를 꾸미는 포맷은 우리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이재익 PD의 프로그램에 대한 열정과 작가들의 빛나는 아이디어, 무엇보다 소중한 사연을 보내주는 청취자들이 있기에 이 코너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거들었다. 사실 이숙영은 1990년대 '튀어도 너무 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만큼 호불호가 갈린 DJ도 없었다. 시대를 앞서간 '끼'가 대단한 DJ다. 오는 2015년 2월 개봉을 앞둔 영화 <막걸스>에 출연하기도 한 이숙영의 안정감 있는 목소리 연기 역시 사연 코너 '그대 안의 사랑'을 지탱하고 있다.

  SBS 러브FM(103.5Mhz의 <이숙영의 러브FM>을 연출하고 있는 이재익PD. 인기 코너인 '내 안의 그대'에 목소리 출연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숙영의 러브FM>을 연출하는 이재익 PD. 인기 코너인 '내 안의 그대'에 목소리 출연해 화제가 되고 있다. ⓒ SBS


이숙영 DJ와 이재익 PD는 '프로그램과 코너에 대한 청취자의 헌신'도 잊지 않는다. 이숙영은 "금요일마다 청취자가 생방송에 직접 참여하는 '불금 노래방' 코너가 있는데 이에 대한 호응도도 높은 편"이라면서 "아침 방송이기 때문에 지방에 사는 출연자들이 하루 전날 서울에 올라와 방송국이 있는 목동 근처 찜질방에서 주무시고 출연하는데 이런 청취자의 열정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청취자의 헌신은 이 코너뿐만이 아니다. 학창시절 친구들과의 소중했던 추억이 함께하는 '이러엠 동창회' 코너도 청취자의 배꼽을 잡게 한다. 단지 웃음만이 아니라 듣는 이들에게도 잠시 추억을 들춰보는 시간을 갖게 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재익 PD는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밴드'를 개설했는데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EXO) 다음으로 밴드 인원수가 많다"면서 "1만 명이 넘었는데 그만큼 많은 분이 우리 프로그램을 사랑해주시고 있다. 그런 열정이 프로그램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숙영은 한때 '튀는 방송'을 한다는 평을 받았지만, 이제는 '청취자 배려주의자'라는 느낌이 물씬 묻어난다. 그가 청취자에게 주고 싶은 것도 '편안함'이다. 이숙영은 "아침에 하는 방송인데 뭔 큰 욕심이 있겠느냐. 따뜻한 배려다. 주부와 운전하시는 분들이 주된 청취자이기에 편안함을 드리고 싶다"면서 "사연을 보내거나 노래를 신청하는 분들 모두 소개해드리고 싶지만, 시간 때문에 쉽지 않다. 사랑 이야기를 많이 전해드리고 싶다. '사랑은 무죄'"라고 '애정당 당수'로서의 메시지도 덧붙였다.

 SBS 러브FM(103.5Mhz의 <이숙영의 러브FM>의 인기 코너인 '내 안의 그대'를 진행하고 있는 이숙영 DJ와 이재익 PD.

<이숙영의 러브FM>의 인기 코너인 '내 안의 그대'를 진행하고 있는 이숙영 DJ와 이재익 PD. ⓒ SBS


여기에 이재익 PD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코너를 빛나게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건져 올린 큰 수확 중 하나는 월요일에 방송되는 '김현철의 언저리 클래식'이다. 개그맨 김현철이 클래식을 소개하는 코너로, 개그맨과 클래식이라는 '언밸런스'가 빚어낸 명품 코너다. 그 덕에 개그맨 김현철은 서울시 은평구의 명예 지휘자라는 타이틀도 거머쥐었고, 개인적으로 팟캐스트도 진행하고 있다. SBS <이숙영의 러브FM>은 이 코너를 살려 오는 28일 지휘자 금난새와 함께하는 자선 공연도 준비 중이다. 올겨울 봉사에 나선 자원봉사자들을 초대에 클래식의 감동과 웃음을 선사할 계획이다.

'좋은 DJ'는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이재익 PD는 "물론 하나부터 열까지 PD가 챙겨야 하는 DJ가 있고, 이숙영씨처럼 PD가 별 할 일 없는 완벽한 DJ도 있다"면서 "< 이숙영의 러브FM >에는 이숙영씨가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문자를 보내신 분들 모두에게 이숙영씨를 대신해서 답장을 보내는 작가들의 노력과 '아직도 사랑'이라는 이숙영씨의 생명력 있는 진행이 더해진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말 '러브FM' '러브 DJ'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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