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tvN 드라마 <라이어 게임>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한 예능 <더 지니어스>가 시즌3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출연진들의 머리싸움과 게임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그만큼 시청자들에게 흥미를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야외 버라이어티처럼 큰 체력을 요구하지 않고 다양한 세트를 옮겨 다녀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들이 게임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전략을 짜고 노력하는 모습은 다른 예능 못지않게 치열하다. <더 지니어스>는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꾸준한 마니아층을 형성하면서 특히 젊은 층에서 호응도가 높다. 이토록 '젊은 예능'이 가능했던 이유는 케이블이라는 특성을 제대로 살려 새로운 형식의 예능을 출범시켰기 때문이다.

<더 지니어스>가 <라이어 게임>의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하지만 두 프로그램 사이에는 가장 큰 차이가 존재한다. <라이어 게임>에는 절대 악인 존재가 있어 그 악을 쳐부수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며 극적인 긴장감을 주지만, <더 지니어스>에는 실질적인 절대 악이 존재하지 않는다. <더 지니어스>에는 절대 악 대신 우승하고 싶은 출연자들의 열망이 그 자리를 채운다.

동맹과 배신 속 자기만의 스타일로 게임하는 장동민

 <더지니어스3>에 출연하고 있는 장동민

<더지니어스3>에 출연하고 있는 장동민 ⓒ tvn


출연자들은 우승으로 가기 위한 전략을 사용하는데, 개개인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더 지니어스>에서는 얼마나 편을 잘 짜고 그 동맹을 제대로 유지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동맹의 일원이 배신을 할 수도 있고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상대 동맹이 전혀 예상치 못한 작전을 펼칠지도 모른다. 이 모든 변수를 딛고 게임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과정이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부 출연자들은 동맹의 개념보다는 '파벌'을 만들어 어떤 출연진을 따돌리는 전략을 쓴다. <더 지니어스> 시즌1, 2에 출연한 노홍철이나 김구라, 이상민 같은 출연자들이 살아남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연합과 배신'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그들은 필요시 언제든지 상대방을 배신하고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둘 준비가 되어있었으며, 게임의 전략보다는 정이나 출신으로 파벌을 나누려는 경향이 짙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과정에서 시청자들이 출연진들을 향해 선악 구도를 만든다는 것이다. 비상한 전략과 계획으로 승리하는 출연진들은 '선'에 놓이는 반면,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고 친목을 해대는 출연자들은 '악'으로 규정된다. 홍진호의 시즌1 우승은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초반에는 이용당하고 어수룩한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김구라 파벌을 상대로 승리를 일궈낸 출연자였고, 배신하지 않고 오히려 배신당하면서도 우승이라는 결과를 거머쥐었기 때문이었다.

시즌3인 <더 지니어스: 블랙가넷>의  장동민 역시 게임을 좌지우지 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장동민의 스타일은 홍진호와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그의 게임의 방식이 배신과 협잡에 있지 않다. 장동민은 치밀한 전략과 뛰어난 센스로 게임을 장악하지만, 자신이 한 말은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한다.

"마음을 얻지 못하면 살아남아도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는 그의 말은 그가 게임을 푸는 방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는 <더 지니어스>에서 다른 사람들이 무조건적인 적이 아님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동맹은 중요한 요소이고 적군도 아군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탈락할 수도 있는 데스매치에 스스로 가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의 징표를 팀원에게 무조건 양도하겠다는 행동은 상대방이 그의 말을 진심으로 믿지 못한다면 불가능한 전략이다. 장동민은 이런 식으로 <더 지니어스3>를 자신의 판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일부 여성 출연자들은 여성성을 무기로 삼기도 한다. 하버드나 멘사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뛰어난 지력과 전략을 사용하기보다는 남자 출연진들에게 편승하여 살아남는 것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마땅히 자격이 있는 사람이 우승을 차지하길 바라고, 그것은 장동민처럼 게임을 자기 것으로 끌어들이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출연자들을 이용만 하고 버리지 않을 수 있는 인물이다.

그동안 막말과 독한 개그로 이름을 알려왔던 장동민이기에 이런 배려는 더 큰 인상을 준다. 아무렇지 않게 상대방의 마음을 후벼 파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뛰어난 두뇌회전과 상황 판단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해 냈다. 또한 그 안에서 상대방을 무작정 짓누르고 협박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게임으로 끌어들이면서도 그들에게 적절한 이익을 분배할 줄 아는 현명함도 갖추었다. <더 지니어스3>가 장동민의 재발견이라 할 만한 이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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