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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교대가 학생들과 세월호 유가족들과의 간담회 장소를 불허하자 학생들이 학교 앞에서 피켓을 들고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구교대가 학생들과 세월호 유가족들과의 간담회 장소를 불허하자 학생들이 학교 앞에서 피켓을 들고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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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교대가 학생들이 추진하는 유가족과의 간담회 장소를 불허하자 4일 오후 점심시간을 이용해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구교대가 학생들이 추진하는 유가족과의 간담회 장소를 불허하자 4일 오후 점심시간을 이용해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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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학교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분향하자는 내용의 현수막 게재를 불허한 데 이어 대구교육대학교가 학생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의 간담회를 정치적 행사라며 장소 사용을 불허해 논란이 되고 있다.(관련기사 : '세월호'가 정치적? 영남대 현수막 게재 불허 논란)

'세월호를 기억하는 대구교대인' 소속 학생들은 6일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과 간담회를 열기로 하고 학교에 행사승인서를 제출했지만 학생처는 3일 학생들을 불러 '정치적 행사'라는 점을 이유로 공간 사용을 불허했다.

행사를 준비했던 안영빈(사회교육2)씨는 "행사를 주최하기 위해 시설물대여신청서와 행사승인서를 학교에 제출했지만 처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며 "하지만 학생처장이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는 것은 정치적이라며 장소 사용을 불허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 정치적이라면 정치적이지 않은 게 어디 있겠느냐"며 "억울한 사람들은 어디에도 호소하지 말라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대구교대 학생들이 게시판에 세월호 유가족들과의 간담회 장소를 불허한 학교를 비판하는 자보를 붙여놓았다.
 대구교대 학생들이 게시판에 세월호 유가족들과의 간담회 장소를 불허한 학교를 비판하는 자보를 붙여놓았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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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학교에서 장소사용을 불허하자 교내에 자보를 붙이고 피켓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자보를 통해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를 여는 것이 색깔이 있다고 보느냐"며 "언제부터 대학이라는 공간이 정치적 토론의 공간이 아닌 침묵의 공간이 되었느냐"고 비판했다.

교내 게시판 등에 '대구교대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 불허,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란 자보를 붙이고 "학생처장이 '유가족 간담회를 여는 것은 색깔이 있다고 본다'며 '우리 학교에서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한 상황에 대해 대구교대 학생들이게 말을 걸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세월호 참사와 우리는 정말 상관이 없는 것입니까"라며 "그들이 살 수 있었지만 7달이 넘도록 명쾌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그들이 겪은 일은 충분히 우리의 일이 될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는 곧 우리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진실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시종일관 방관했다며 "이윤이 우선시되는 정치사회에서 생명을 지켜내기 위한 정치적 행동이었고 우리 사회에 정치적이지 않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대구교대가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를 정치적이라며 반대한 것은 세월호의 진실이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 하는 또 다른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만약, 훗날 우리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바다 속에 가라앉게 된다면 우리는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가만히 있어야 하느냐"며 "우리는 학생처의 불허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유가족들을 우리의 학교에서 만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우리 제자들이 바다 속에 가라앉아도 가만히 있어야 하느냐"

대구교대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마음으로 노란 종이배를 접어 학교 입구의 화단위에 올려놓았다.
 대구교대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마음으로 노란 종이배를 접어 학교 입구의 화단위에 올려놓았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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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교대 정문 앞 화단에 학생들이 올려놓은 노란 종이배가 가득하다.
 대구교대 정문 앞 화단에 학생들이 올려놓은 노란 종이배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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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은(사회교육1)씨는 "어제부터 점심시간을 이용해 노란 종이배를 나눠줬는데 250개가 넘었다. 학교를 노란 종이배로 물들이자는 우리들의 호소에 대해 교수들뿐 아니라 학생들도 많이 지지해준다"고 말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생각해보자는 의미로 노란 종이배를 접었다고 말했다.

노란 종이배를 받아든 한 교수는 "내 제자들이 올바른 일을 하는 데 대해 적극 지지한다"며 "학교는 옳으냐 아니냐 따져 장소 사용을 허가해야지 정치적이냐 아니냐 따지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장소승인을 절대로 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구교대 학생처 관계자는 "세월호 유가족들과의 간담회는 정치적이라고 본다"며 "이제까지 정치적 행사에 장소를 제공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단체가 장소사용을 요청했지만 허락하지 않았다"며 "외부세력이 학생들을 이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불순한 의도가 있어 보인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또 학칙에 정치활동을 금하는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교대 시설물 대여 및 사용료 징수규정에는 정치적인 내용의 행사에 시서물을 대여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없다. 하지만 학교측은 정치적이라며 세월호 유가족과의 간담회 장소를 허용하지 않았다.
 대구교대 시설물 대여 및 사용료 징수규정에는 정치적인 내용의 행사에 시서물을 대여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없다. 하지만 학교측은 정치적이라며 세월호 유가족과의 간담회 장소를 허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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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학칙 어디에도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교대 학칙 제49조에 '학생 개인이나 단체가 집회활동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총장에게 신고하되 건물 사용과 외부인사의 초청은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만 있을 뿐이다.

또 '대구대학교 시설물 대여 및 사용료 징수규정'에도 정치와 관련된 행사에 장소사용을 불허한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학교 측은 학칙이 있다는 말만 할 뿐 근거자료를 내놓지 않았다.

학생들은 4일과 5일 학교 정문 앞에서 노란 종이배를 나눠주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6일에는 '세월호대구시민대책위'와 함께 장소사용을 불허한 데 대해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로 했다. 이어 6일 오후 6시 30분부터 상록복지관 4층 동아리 사무실에서 유가족들과 간담회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대구교대는 지난해 6월에도 외부행사 개최를 승인했다가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장소 사용을 불허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5·18구속부상자회 대구경북지부 등으로 구성된 '(가칭)5·18왜곡저지국민행동'과 '역사정의실천연대'는 '일베에게 상처받은 벗들을 위한 5·18광주항쟁 특별강좌'를 대구교대 제1강의동 102호에서 할 예정이었지만 행사 당일 학교 측이 불허해 본관 1층 현관 앞 복도로 옮겨 진행했다.


태그:#대구교대, #세월호?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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