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2집 <홈>(Home)을 발표한 가수 로이킴

정규 2집 <홈>(Home)을 발표한 가수 로이킴 ⓒ CJ E&M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이 앨범이 제 손을 떠났을 때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겠어요."

가수 로이킴은 정규 2집 <홈>(Home) 발매 직전 이렇게 말했다. "대중은 알려고 해도 모르는 존재다. 대중의 반응을 걱정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음악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던 로이킴은 "음반이 나온 후의 일은 내가 아니라 음악이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만족하고 뿌듯해 할 만한 음악을 만들어놓은 뒤, 그 다음은 '덤'이라 생각하고 잘 되기를 바라겠다"라고도 말했다.

그리고 그가 그토록 모르겠다던 대중은 로이킴에게 큰 '덤'을 안겼다. 앨범 발매일 음원 차트 상위권을 차지한 것으로 시작해 10월 16일, 로이킴은 무대 위에서 화장을 지웠다. 음악 방송에서 앨범 이름과 동명의 타이틀 곡 '홈'(Home)으로 1위를 차지한 뒤 공약을 지키는 자리였다. 라디오에서도 심심찮게 그의 노래가 들린다.

"다 각자의 아픔이, 말 못할 아픔이 있잖아요. 그런데 나 자신 말고 다른 사람들의 아픔까지 감싸기에는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게 지금의 세상인 것 같아요. 그 가운데 유일하게 위로받을 것을 기대하고 나의 아픔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이 가족, 그리고 집이라 생각했어요.

특히 '힘들다' '아프다'라는 감정은 모든 사람을 관통하는 키워드라고 생각했죠. 나이나 성별을 가리지 않고 누가 들어도 가사의 한 부분에는 공감할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홈' 1절의 처음 두 줄과 2절의 처음 두 줄을 다 합쳐 보면 '모든 사람'을 뜻하게 돼요."

 정규 2집 <홈>(Home)을 발표한 가수 로이킴

로이킴은 지난 앨범에 이어 2집에서도 '원모어찬스' 정지찬과 함께 작업했다. "미국에 있을 때도 곡을 쓰는 족족 형께 보내 드리고 들어봐 달라고 말했다"는 로이킴은 "형이 맞춰주시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정말 잘 맞는다. 또 제자의 입장으로 많이 배우고 있다"며 "형이 없었으면 (앨범이) 형편없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 CJ E&M


지난 1집과 2집 모두 대부분을 로이킴 자신이 만들고 쓴 노래로 채웠지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2집에선 세상 밖으로 좀 더 눈을 돌리게 됐다는 점이다. "내 1인칭 시점으로만 쓰면 그냥 내가 돌아다니다 집에 가고 싶다는 내용밖에는 안 될 것 같았다"는 로이킴은 "2집은 듣는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그럴 때가 있었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바로 내 이야기다'라고 아예 공감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무대에 올라가면 제가 관객들에게 위로를 드려야 하는 입장이 되어야 하는데, 제가 늘 더 얻어오는 기분이었어요. 제가 그 분들보다 더 행복했으니까요. 아플 때 올라가도 무대가 끝나면 다 나을 때도 있었고요. 그렇게 받은 만큼의 반의 반만이라도 되돌려 드리자는 생각으로 만든 곡이에요. 듣는 분들의 마음을 다 치유해드릴 순 없어도, 노래가 나오는 3분 57초만이라도 그 싱숭생숭한 마음을 어루만져드릴 수만 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음악 오래 하고 싶어...그러다 보니 '나를 보여줘야겠다' 생각도"

 정규 2집 <홈>(Home)을 발표한 가수 로이킴

ⓒ CJ E&M


이제는 과거의 일이 됐지만, 로이킴에겐 아픈 시간도 있었다. 한 번 시작된 구설은 끝을 모르고 뻗어 나갔다. 그저 노래가 좋아 시작한 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으로 돌아온 셈이었다. 억울해 할 수도, 그래서 사람들 앞에 나서 답답한 심정을 드러낼 수도 있었지만 그는 '침묵'을 택했다. 때마침 미국의 대학교로 돌아가야 할 시점이기도 했다.

그렇게 무대 위의 가수 로이킴이 아닌, 캠퍼스 생활을 갓 시작한 대학생 김상우로 살았던 시간에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학점은 잘 받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학생으로 돌아간다는 마음에 욕심을 부리느라 어려운 과목만 골라 들었던 1학기는 평탄했고, 2학기 땐 요령있게 '노력 대비 효율이 좋은' 교수님을 찾아 학점도 잘 나왔다"고 답했다.

이어 로이킴은 당시를 두고 "생각이나 고민들을 혼자 오래 곱씹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며 "그런데 혼자 살다가 한 달도 못 채우고 기숙사로 들어갔다. 혼자만의 시간이 그렇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더라"고 돌이켰다.

 정규 2집 <홈>(Home)을 발표한 가수 로이킴

로이킴은 이번 앨범 중 가장 애를 먹은 곡은 1번 트랙 '영원한 건 없지만'이라고 말했다. "제가 만든 노래가 아닌 경우엔 넉넉잡아 (녹음 시간이) 1시간을 넘은 적이 없어요. 그런데 제 노래를 부를 땐 곡당 3시간 반 정도는 쓰는 것 같아요. 제 곡이라 더 깐깐해지는 것일 수도 있고, 만족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특히 '영원한 건 없지만'은 다섯 시간 반 정도 녹음해 놓고, 결국 제가 작업실에서 가이드로 부른 걸 싣게 됐어요. 지찬 형은 악기 녹음이 가이드에 맞춰 된 거다 보니, 그 감성 그대로 똑같이 부르지 않는 이상 조화가 안 되었던 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 CJ E&M


"(학교에 있는 사람들이) 제가 가수 로이킴인 걸 알죠. 친한 형들은 그냥 상우라고 부르지만요. 그래서 처음에 따로 집을 구해 살았던 거였어요. 같이 사는 사람들이 불편해 할까봐서요. 기타도 많이 쳐야 하는데 그게 민폐가 될 수도 있고…. 그런데 그렇게 혼자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렇게 있으면 학교생활이고 뭐고 제대로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뒤로 친한 형들이 있는 기숙사에 얹혀살기 시작했어요. 원래 4명만 있을 수 있는 곳이어서 8개월간 거실 소파에서 살았지만, 그래도 재밌었어요.(웃음) (사람들을) 피하려고만 하면 저만 힘들겠더라고요. 그 다음부턴 수업을 같이 들어야 할 사람이 있다면 굳이 피하지 않았어요. 친해지고 같이 공부하고 했죠. 오랜만에 연예인이 아닌 보통 사람으로 봐줘서 좋았어요."

앞으로 로이킴으로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 또한 그가 말한 대로 '보통 사람'에 가깝다.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4>에서부터 '엄친아' '훈남' 등의 수식어를 얻었을 정도로 카메라 앞에서 단정하고 반듯한 모습만을 보여 왔던 로이킴. 하지만 사실 그는 많이 개구지고, 다소 '허당' 같기도 하고, 한때는 '로이킴에게 두건이란 어떤 의미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꾸밈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2집 발매 이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자신을 내보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영리한 '오디션 스타' 로이킴은 이렇게 조금씩 '진짜 자신'과 대중 사이의 거리를 좁혀 가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가수 로이킴'은, 오디션 스타로서의 영광에서 벗어나 그를 보여주기 시작한 지금부터가 진정한 시작일는지도 모른다.

"늘 제 꿈은 같아요. 음악을 오래 하고 싶다는 거죠. 그런데 제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드린 뒤에 음악을 들려드리는 것과,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음악만 들려드리는 것은 다른 느낌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악만 갖고 실제 저와 상반되는 모습을 그리는 분들도 많고…. 그래서 차라리 제가 스스로 '저는 이런 사람이고, 이런 음악을 합니다'라고 보여드리는 것도 좋겠다 싶어요. 좋은 음악을 만들어, 오래 들려 드리기 위해서요. (웃음)"

로이킴 HOME 슈퍼스타K 김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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